"홍콩 부동산 불황 심각"…50억 계약금 날리고 구매 포기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홍콩의 부동산 가격이 지난해 중순부터 꺾이기 시작해 심각한 불황으로 치달을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최근 홍콩의 한 투자자가 홍콩 최고의 고급 주택인 마운트 니컬슨 단지의 아파트 한 채 구매 계약을 했다 취소하는 일이 일어났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투자자가 매수하려던 아파트 가격은 7억2천188만 홍콩달러, 우리 돈 1천억원이 넘습니다.

이 투자자가 구매를 포기한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계약 취소로 3천609만 홍콩달러, 약 52억원에 달하는 계약금 또한 포기해야 했습니다.

홍콩의 고급 주거지인 피크 지역에 있는 마운트 니컬슨 단지는 2017년 11월 아파트 두 채가 11억6천만 홍콩달러, 약 1천660억원에 매매된 홍콩 최고의 고급 주택입니다.

더구나 새해 들어 고급 주택의 구매 계약이 포기된 사례는 이 한 건으로 그치지 않습니다.

올해 들어 9일 동안 무려 9건의 구매 취소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5천62만 홍콩달러, 약 72억원의 고급 주택을 구매하기로 했던 투자자가 3억6천만원의 계약금을 날리고 포기했습니다.

이는 천정부지로 치솟던 홍콩 부동산 시장이 본격적인 불황에 접어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홍콩의 주택가격은 1997년 홍콩 주권반환 이후 중국 본토의 막대한 자금이 홍콩에 유입되면서 2003년 이후 400% 넘게 상승했습니다.

그 결과 아파트 가격이 평(3.3㎡)당 1억원을 훌쩍 넘었습니다.

하지만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기 하강에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 등이 겹치면서 지난해 8월부터 홍콩 부동산 가격은 약세로 돌아섰고, 지금은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마저 속출하고 있습니다.

홍콩의 한 부동산 개발업자는 "주택담보대출을 갚지 못해 은행에 차압당하는 주택 수가 늘고, 불황을 견디다 못해 파산을 신청하는 부동산 개발업체도 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