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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잘 자라게 하려고?…제주, 논란의 비자림 정비사업

<앵커>

비자림에서 숲 정비 사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고사 위기에 있는 비자나무를 더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라는데 숲 기능을 오히려 해친다는 지적입니다.

신윤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천연기념물 374호로 지정된 제주시 구좌읍 비자나무 숲입니다.

300~600년 된 비자나무 2800여 그루가 군락을 이루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자생지입니다.

산책로와 가까운 쪽에서 벌채 작업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나무와 덩굴들이 잘려나간 흔적이 확실히 눈에 띕니다.

원래 이곳은 비자나무와 중간 크기 나무들이 혼재되면서 빽빽한 장소였지만 지금은 벌채 작업이 진행되면서 텅 비어있는 상태입니다.

이곳 관리사무소는 비자나무 고사를 막고, 어린 비자나무가 잘 자라게 하기 위해 정비를 시작했습니다.

상록 활엽수가 웃자라면서 비자나무의 생육을 저해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산책로 인근 20m 이내에 하층 식생은 일단 잘라내기로 했습니다.

정비하는 면적만 8.3ha, 전체 비자림의 18%에 해당하는 면적입니다.

[김현집/제주자치도 비자림관리담당 : 상록활엽수가 우점종이 되다 보니까 그 하층부에 비자나무 열매가 떨어져도 비자나무가 생육하는 데 어려운 환경이 돼 있습니다.]

인근 주민과 전문가들은 이같은 작업 방식의 우려를 보이고 있습니다.

비자나무의 생육을 위해 어느 정도의 간섭은 필요하지만, 하층 식생을 전부 다 베어내는 방식은 숲을 오히려 훼손한다는 겁니다.

[김찬수/한라산생태문화연구소장 : 이것을 일시에 제거함으로 인해 가지고 생태계의 기능 자체가 반 이상, 거의 대부분 정지 상태로 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상당히 걱정되는 장면입니다.]

관리사무소는 비자나무 숲 정비 작업을 다음 달 중순까지 진행하고, 앞으로 추가 예산을 확보해 이같은 정비 작업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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