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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아시아의 인어'도 현 정권 낙하산 인사?

[취재파일] '아시아의 인어'도 현 정권 낙하산 인사?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수영 종목에 출전한 15살의 최윤희 선수는 3관왕을 차지하며 일약 스타로 떠올랐고 4년 뒤인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에서도 2관왕에 오르며 '아시아의 인어'로 불렸습니다. 수영 스타 출신인 최윤희 씨가 이른바 '낙하산 인사'논란에 휩싸인 것은 2018년 4월 말입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체육산업개발 대표 이사로 내정됐다는 소문이 나돌았기 때문입니다.

한국체육산업개발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100% 출자한 자회사로 서울 올림픽공원 내 각종 경기장과 미사리 경정공원 등 1988년 서울올림픽의 유산을 효율적으로 관리·운영하기 위해 1990년 7월에 설립됐습니다. 2017년 매출액이 약 460억 원이나 되고 전국 30개 사업장에 전체 임직원 수가 약 1천600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입니다.
제공 : 한국스포츠경제

최윤희 씨 내정설이 나돌자 한국체육산업개발 노동조합은 2018년 4월 30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신임 대표이사는 '전문 경영인', '협상 전문가', '정책지도자'이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당시 노조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체육산업개발은 경영 전문가가 필요하다. 체육산업의 사업과 관련한 전문 지식이 풍부한 '전문 경영인', 모회사인 국민체육진흥공단, 상급기관인 문체부, 기재부와 협력 체계를 구축할 수 있는 '협상 전문가', 백년기업의 기반을 구축할 수 있는 '정책 지도자'이어야 한다. 올해 용역근로자 1천100여 명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했다. 중요한 시점이다. 사업체도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다. 이를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필요하다. 현재 사장 내정자로 결정된 인물은 능력 검증을 떠나 유사 경력이나 스펙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다. 우리 회사와는 맞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무관하다고까지 볼 수 있다"라며 최윤희 씨의 부임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강하게 냈습니다.

그런데도 최 씨는 내정설 그대로 지난해 7월 1일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임기 3년의 대표 이사에 취임했습니다. 최 대표이사는 취임식에서 ▲ 체육산업의 경쟁력 극대화 ▲ 지속가능한 일자리 창출과 사회적 가치 확산 ▲ 올림픽 정신에 걸맞은 올림픽 시설 보존 ▲ 공공성과 수익성을 조화시킨 신사업 개척 등 다섯 가지의 경영전략을 토대로 조직을 이끌어가겠다는 포부를 밝혔지만 최 씨를 바라보는 국내 체육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습니다. 스포츠 스타인 최 씨가 노조가 제시한 '전문 경영인', '협상 전문가', '정책 지도자' 가운데 어디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해 전형적인 '낙하사 인사'라는 비판이 거세게 제기된 것입니다.

그럼 최 씨는 어떻게 성과급 포함 연봉 1억 5천만 원이 되는 대표이사에 앉을 수 있었을까요? 스포츠인들은 가장 결정적인 이유로 최윤희 씨가 제19대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2017년 4월 11일 문재인 후보 지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하며 당선에 기여한 점을 꼽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보은 인사'라는 것입니다.

최종 후보 3명 가운데 최윤희 씨를 대표이사로 결정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어제(7일) "사업 이해도가 높았고 대한체육회 이사(2017.4~2018.6) 및 한국여성스포츠회 회장(2017.3~2018.6) 역임으로 체육 관련 경영과 행정 경험 등을 쌓아 체육산업을 가장 잘 이끌어 갈 적임자로 판단되어 선임하게 되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많지 않습니다.

대한체육회에 오래 근무한 A 씨는 "최윤희 씨보다 전문성과 경력에서 훨씬 앞선 사람이 많은데도 굳이 노조가 공개적으로 반대한 최 씨를 임명한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국민체육진흥공단은 문화체육관광부의 산하기관이다. 문체부의 입김이 절대적이라는 뜻이다. 최윤희 씨의 선임도 문체부의 승인을 받아야 가능하다. 결국 현 정권의 의사가 반영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차라리 체육산업개발 말고 최윤희 씨의 전문성을 살릴 수 있는 다른 자리를 주었으면 논란에도 휘말리지 않았을 것이다. 본인에게도 좋지 않은 일이다"고 말했습니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후에 국민체육진흥공단 이사장에 선임된 조재기 현 이사장도 문재인 후보를 공식 지지했고 정권 창출에 기여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그를 두고 '낙하산 인사'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대학교수, 대한체육회 사무총장 등 다양한 경력을 쌓았기 때문입니다. 단순히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다고 했다고 해서 무조건 '보은 인사'로 낙인찍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결국 관건은 객관적으로 중요 직책을 맡을 만한 능력과 경험, 전문성을 갖췄느냐 여부로 판단해야 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문 후보 지지에 뛰어들 걸 그랬다"는 말이 더 이상 나와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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