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서 보이스피싱 조직에 감금된 20대…기지 발휘해 탈출

중국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에 의해 감금됐던 20대가 기지를 발휘해 자신의 카카오톡 아이디를 경찰에 알려줘 11일 만에 극적으로 구출됐습니다.

경기 이천경찰서에 따르면 경기도에 거주하는 29살 A 씨는 인터넷에서 '해외 고수익 보장'이라는 광고를 보고 문의해 "해외 무역회사이고 비행기 표까지 제공하겠다"는 말을 듣고 지난달 16일 중국 옌볜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공항에는 한국인 1명과 B 씨 등 조선족 3명이 마중 나왔고 A 씨는 이들을 따라 옌볜의 한 빌라로 이동했습니다.

하지만 이튿날 B 씨 등은 해외 무역회사라던 광고와 달리 대포통장 1개당 40만 원을 줄 테니 대포통장을 모집하라는 요구를 했고, A 씨가 이를 거절하자 그를 감금하고 위협해 강제로 대포통장을 모집하도록 했습니다.

결국 A 씨는 자신의 휴대전화로 한국의 불특정 다수에게 전화를 걸어 "세금을 탈루해야 하니까 통장을 빌려주면 한 달에 400만원을 주겠다"고 속여 대포통장을 모집하는 일을 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A 씨는 9일이 흐른 같은 달 26일 새벽 B 씨 등의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 국제전화로 112에 전화했습니다.

바로 옆 방의 B 씨 등에게 들킬까 봐 이불을 뒤집어쓴 채로 자신의 카카오톡 아이디만 말하고선 전화를 끊었습니다.

A 씨의 전화를 받은 경기남부지방경찰청 112신고센터는 신고 전화가 걸려온 위치가 검색되지 않는 등 심상치 않다고 판단하고 이천경찰서에 수사를 맡겼습니다.

이천경찰서 형사들은 A 씨가 말한 카톡 아이디로 대화를 걸어 A 씨가 감금된 사실을 확인하고 외교통상부, 중국 현지 영사관, 중국 공안 등과 공조에 나섰습니다.

자신이 감금된 장소를 알지 못하는 A 씨는 카카오톡으로 창밖에 보이는 카페, 사우나, 식당 등의 상호를 알려줬고, 경찰은 이를 통해 A 씨가 감금된 장소를 특정해 신고 이틀 만에 그를 구출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공안에 체포된 B 씨 등은 조선족 말투 때문에 대포통장 모집에 어려움을 겪자 한국인을 이용했다고 털어놨습니다.

공항에 A 씨를 마중 나온 한국인 1명은 한국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달아나 검찰이 수배 중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A 씨는 불법적인 일을 하는 줄 모르고 중국에 간 것으로 확인됐고 불법적인 일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강요에 의한 것이어서 처벌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해외 고수익 보장'이라는 막연한 광고에 속지 말고 광고 주체와 하는 일 등을 정확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