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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정부, 2주째 바다 떠도는 난민 수용 놓고 '내홍'

이탈리아 정부가 유럽 국가들의 입항 거부로 최장 2주 동안 공해상을 떠돌고 있는 지중해 구조 난민 49명의 수용을 놓고 내홍을 노출했습니다.

이탈리아 집권당인 '오성운동'의 대표인 루이지 디 마이오(32)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은 5일(현지시간) 몰타가 비정부기구(NGO)의 구조선에 타고 있는 난민들을 하선시킬 경우 그 중에서 여성과 아이들에 한해 이탈리아에 입국시킬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현재 몰타 인근 지중해 공해상에는 독일 NGO가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 '씨 워치 3', 또 다른 독일 NGO 구조선 '씨 아이'가 지난달 22일, 지난달 29일 리비아 인근 해안에서 각각 구조한 난민 32명, 19명을 태운 채 바다를 맴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성운동의 연정 파트너인 극우정당 '동맹'의 마테오 살비니(45) 부총리 겸 내무장관은 "이탈리아는 누구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디 마이오 부총리의 제안에 반대했습니다.

이탈리아 정부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두 정치인의 의견이 엇갈림에 따라 두 난민 구조선에 타고 있는 난민들의 해상 생활이 기약 없이 연장될 것이라는 우려가 일고 있습니다.

몰타 역시 난민 구조가 몰타 해역 밖에서 이뤄졌다며 이들 난민들의 몰타 입항을 거부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입항할 항구를 찾지 못해 난민들의 해상 체류가 길어지자 독일 NGO '씨 워치'는 우려와 불만을 표출했습니다.

루벤 노이게바우어 대변인은 "입항할 수 있는 나라가 지척에 있지만, 유럽연합(EU)은 2주 동안 49명의 목숨을 인질로 잡고 있다"며 기상악화와 생필품의 부족 등으로 일부 난민이 건강이 악화되고, 상당수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에 시달리는 등 상황이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EU 회원국은 작년 여름 이래 누가 난민을 수용하느냐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북아프리카·중동 난민의 최대 관문 역할을 하던 이탈리아가 새 정부 출범 직후인 작년 여름부터 강경 난민 정책을 밀어붙이며 난민 구조선에 항구를 닫았기 때문입니다.

이런 가운데 이탈리아 지방자치단체 상당수가 살비니 부총리가 주도하는 정부의 강경난민 정책에 '집단 반기'를 들어 귀추가 주목됩니다.

지중해를 건너 이탈리아로 들어오는 아프리카 난민들의 주요 상륙 지점인 시칠리아 섬 팔레르모 시를 비롯해, 나폴리, 피렌체, 밀라노, 바리 등 현 정부의 대척점에 선 좌파 성향의 시장들은 작년 11월 통과된 새로운 반(反)이민법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최근 잇따라 천명했습니다.

난민 단속을 강화하고, 사회 안전을 증진한다는 명분으로 살비니 부총리가 밀어붙인 이 법은 이탈리아에 들어오는 난민들에 대한 거주허가 발급을 제한하고, 기존 이주민에 대한 추방 요건을 완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습니다.

특히 레오루카 오를란도 팔레르모 시장과 루이지 데 마지스트리스 나폴리 시장은 '씨 워치 3' 등 해를 넘겨 바다를 떠돌고 있는 두 NGO 난민선에 항구를 열 의향이 있다고 밝혀 난민선의 이탈리아 입항을 전면 금지한 살비니 부총리에 정면 도전을 불사했습니다.

오를란도 시장은 "이번 일은 인권과 민권에 대한 문제"라며 "역사상 모든 (독재)정권은 사회안전법으로 위장한 비인간적이고, 인종차별적인 법안으로 시작됐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이 법안의 부당함을 가리기 위해 헌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는 뜻도 밝혔습니다.

살비니 부총리는 이에 대해 "이 법안은 의회의 투표를 거쳐 대통령이 공표한 것"이라며 "정당한 과정을 거쳐 제정된 법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은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이 법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불법을 저지르는 사람들을 돕는 대신에 이탈리아와 이탈리아인들을 배신하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이탈리아 정부 내에서도 로베르토 피코 하원의장 등 '오성운동'의 상당수 인사들은 살비니가 주도하는 강경 난민 정책이 사회통합을 해치고, 기존에 보호받고 있던 난민들을 불법 체류자로 전락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사회 불안을 야기한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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