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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버려진 소 때문에 홍역…논밭·거리 마구 누비며 피해

인도, 버려진 소 때문에 홍역…논밭·거리 마구 누비며 피해
소 숭배 문화로 유명한 인도가 버려진 소 떼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소를 키울 여력이 없는 이들이 마구 소를 포기하면서다.

주인 없는 이 소들은 야산은 물론 논밭, 학교, 도시 거리, 사무실 등을 떼 지어 돌아다니는 등 골칫덩이가 됐다.

5일 타임스오브인디아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최근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州)의 알리가르에서는 농부들이 주인 없는 소 800여 마리를 학교 12곳에 몰아넣었다.

갑자기 밀려든 소 떼 때문에 수업을 할 수 없게 된 학교는 졸지에 '강제 방학'에 들어갔다.

농부들은 농작물 피해를 막기 위한 자구책으로 소 떼를 학교에 가뒀다.

소 떼가 수십 수백 마리씩 무리 지어 다니며 농작물을 닥치는대로 먹어치운 바람에 피해가 막심했기 때문이다.

농부 아비마뉴 싱은 "소 떼는 지난해 1만7천㎡ 규모의 밀밭 농사를 망쳤다"며 "이번엔 감자를 대신 심었는데 역시 소 떼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말했다.

13억5천만명의 인도 인구 가운데 80%가량은 힌두교도다.

힌두교도 사이에서 암소는 어머니 같은 존재로 신성시되고 있지만 당장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는 큰 부담이 된 셈이다.

길잃은 소 떼 때문에 인명 피해도 발생했다.

지난해 9월 우타르프라데시 주 라킴푸르에서 자전거를 타고 귀가하던 여학생이 소 떼에 받혀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0월에는 한 경찰이 순찰 도중 역시 소 떼에 휩쓸려 다친 뒤 사망했다.

지난 7월 우타르프라데시 주 바스티에서는 버려진 소를 놓고 다투던 농부가 이웃이 쏜 총에 맞아 숨지기도 했다.

참다못한 농부들이 소를 공격하는 일도 발생했다.

2017년에는 뉴델리 남쪽 아그라에서 길잃은 소 15마리가 '염산 테러'를 당했다.

소 12마리가 산채로 매장된 일도 벌어졌다.

버려진 소 떼로 인한 문제는 2014년 인도국민당(BJP)이 집권한 뒤 심각해졌다고 현지 언론은 분석했다.

힌두 민족주의 성향의 BJP가 소 보호 조치를 강화하면서 늙거나 병들어 경제성이 다한 소를 처리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졌기 때문이다.

이에 버려진 소의 수는 2012년 인도 전체에서 530만 마리로 추정됐으나 최근 그 수가 급격히 늘고 있다.

이코노믹타임스는 한 도시에서만 최근 2만 마리의 소가 버려지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이런 문제는 2천만 마리의 소가 사육되지만 소 도축이 금지된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에서 집중적으로 빚어지고 있다.

BJP가 집권한 우타르프라데시 주는 2017년부터 암소 불법 도축을 막겠다며 주 내 정육점과 도축장에 대해 대대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다.

소를 운반하는 사람들이 이른바 '암소 자경단'으로 불리는 힌두 과격세력의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는 사건도 빈발했다.

이로 인해 이슬람교도들이 주도하는 현지 소고기 가공 수출 산업은 직격탄을 맞았다.

세계 최대 소고기 수출국인 인도에서는 이슬람 신자가 많은 우타르프라데시 주에서 주로 소고기 가공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소고기 산업이 위축되고 유통에 어려움이 생긴 가운데 최근 가뭄까지 겹치자 상당수 축산 농가는 소 사육을 감당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축산업자들은 과거에는 암소가 우유를 더 생산하지 못할 경우 도축이 허용된 인근 주로 옮긴 뒤 팔기도 했으나 지금은 자경단의 감시가 무서워 아예 그냥 소들을 내다 버리는 것이다.

우타르프라데시 주 당국은 세금을 거둬 소 보호소를 짓고 학교 등에 방치된 소들을 다른 곳으로 옮겨 관리하겠다고 나섰지만 한계가 있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한 당국자는 힌두스탄타임스에 "버려지는 소가 급증하는 점을 고려하면 훨씬 더 많은 소 보호소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재원은 크게 부족한 형편"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사진=힌두스탄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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