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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위기의 한국영화, "2019년엔 파이팅 해 주길 바라!" ①

해마다 '천만 영화'…신화의 그늘

김영아 기자 youngah@sbs.co.kr

작성 2019.01.04 08:57 수정 2019.01.16 13:4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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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는 이들마다 전에 없이 활짝 웃으며 상냥하게 복을 빌어준다. 1월 초, 크든 작든 다들 희망을 품고 어느 때보다 기대에 부풀어 있는 시기. 그런데 마음이 무겁다. 영화진흥위원회의 박스오피스 순위를 보고 있자니 가슴이 답답해지고 한숨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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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말에서 1월로 이어지는 이맘때는 극장가의 가장 큰 시장 중 하나다. 예년 같으면 성탄 연휴를 전후해 개봉한 국내 메이저 배급사의 한국영화 '대작'들이 박스오피스를 점령하고 있을 시기다. '신과함께-죄와 벌'과 '1987' 두 편이 1-2위를 달리며 전체 관객의 70% 가까이를 휩쓸던 1년 전만 돌이켜 봐도 된다. 지난해엔 특히 '강철비'까지 가세해 한국영화 3편이 동반흥행을 질주했다. 한국영화계 전체가 잔치 분위기였다.'아쿠아맨', 3일 만에 '마약왕' 잡고 박스오피스 1위 '기염'그런데 올해는 다르다. 1월 3일 현재 박스오피스 선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아쿠아맨'. 2위는 12월 말 개봉한 한국영화 'PMC: 더 벙커'다. 순위는 2위지만, 관객 수로 따지면 '아쿠아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국내 최대 배급사인 CJ가 연말 시장을 겨냥해 야심 차게 내놓은 대표선수의 성적으로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나마 연말 대전에 함께 출사표를 던진 '마약왕', '스윙키즈'에 비하면 훨씬 위에 올라 있다는 게 배급사로선 유일한 위안일 정도다. 하지만, 스코어 속에 다른 두 편보다 일주일 늦게 개봉한 '신상' 프리머엄이 포함돼 있다는 점, 먼저 본 이들의 평가가 크게 갈리는 점을 고려하면 다음주 이맘때도 상위권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다.송강호 마약왕올 연말 최고 기대작으로 꼽혔던 '마약왕'의 스코어는 충격을 넘어 참담하다. 청소년 관람불가 영화로 700만 신화를 쓴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과 '흥행 킹' 송강호 조합으로 집중 조명을 받았던 영화다. 그런데 개봉 2주 만에 10위권으로 밀려났다. 대세 '연기돌' 도경수와 '과속스캔들' '써니'의 강형철 감독이 스텝을 맞춘 '스윙키즈' 역시, 안타깝게도 예고와 달리, '온 세상을 들썩이게'할 기미는 전혀 없다.

복을 빌어줘도 부족할 때에 재 뿌린다는 소리 들을까 두려워 차마 입이 안 떨어지지만, 솔직해 지자. 이쯤 되면 지난 추석의 악몽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200억 원 넘는 제작비를 들인 '안시성'을 비롯해 '물괴', '명당', '협상' 등 최소 100억 원 이상 들인 한국영화 대작들이 모두 본전도 못 찾고 '폭망'한 악몽 말이다. 하긴, 본전 따질 정도만 돼도 양반이다. 앞서 여름 최대 성수기에 개봉한 '인랑'은 230억 원 거액을 투입하고 80만 관객을 모으는데 그쳤다. 거의 투자비 전액을 날린 셈이다. 영화판 주변에선 '역대 한국 영화 역사를 통틀어 최악의 참사'라는 말까지 돌았다.영화 안시성 극장 영화관 (사진=연합뉴스)이렇다 보니, 영화 담당 기자로 지난 1년을 내내 극장가 주변에서 보냈는데도 기억에 남는 한국영화가 한 손에 꼽을 만큼도 안 된다. 관객들을 만나도, 영화계 관계자들을 만나도 다들 비슷한 얘기를 했다. "요즘 통 눈에 띄는 게 없어요!" 해묵은 '평점' 논쟁을 넘어 늘 적잖은 간극을 유지해 오던 기자/평론가와 제작자, 관객들이 올해처럼 한마음 한 뜻으로 대동단결해 "볼 게 없어요!" 입을 모은 일은 일찍이 없었다. 오죽하면 성수기를 겨냥해 메이저 배급사의 대표선수들이 총출동한 시장에서 개봉한 지 두 달도 넘은 '보헤미안 랩소디'가 여전히 흥행 3위를 질주하고 있을까.

숫자만 보면 2018년도 한국 영화 성적은 크게 나쁘지 않았다. 관객수 110,148,736명으로 2012년 이래 7년 연속 1억 관객을 돌파했다. 하지만, 숫자 뒤에 숨은 내용을 보면 얘기가 많이 달라진다.[취재파일] 위기의 한국영화, '2019년엔 파이팅 해 주길 바라!한국영화 관객이 처음 1억 명을 돌파한 건 2012년이다. 2012년 1년 동안 개봉한 한국영화는 175편이었다. 반면 지난해 개봉한 한국영화는 657편이다. 개봉 영화 수는 4배 가까이 늘었는데, 관객수는 오히려 400만 명 이상 줄었다. 어림잡아도 영화 한 편당 평균 관객수가 1/4로 급격히 줄었다는 뜻이다. 특히, 2016년부터 최근 3년간 한국영화는 총 관객 수가 계속 줄고 있고, 외화 대비 관객 점유율도 역시 계속 줄고 있다. 해마다 꾸준히 나오는 '천만 영화' 한 두 편의 신화 뒤에 짙은 그늘이 있고, 그 그늘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뜻이다.

요즘 같은 시대에 굳이 한국영화/외화를 나눠 관객수를 따지는 게 촌스러운 일 아니냐고 할 수도 있다. 관객 입장에서는 사실 영화라는 게 즐겁게 볼 수 있고 감동받을 수 있으면 그만이지 국적은 별 의미가 없다. 하지만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깊어지는 한국 영화 산업의 위기를 마냥 쿨하게 넘길 일만은 아니다. 영화는 세계적으로 가장 왕성하게 성장하고 있는 콘텐츠이고, 문화 콘텐츠 산업은 대한민국이 국제무대에서 가장 잠재력을 발휘하고 있는 분야 중 하나다. 게다가 문화 콘텐츠는 스스로도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 야금야금 구성원들의 삶과 철학까지 변화시킨다. 이런 영향력까지 고려하면 한국 영화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져 가는 걸 이대로 방치해 둬서는 안될 일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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