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중국발 '클로로포름', 오존층 회복 위협하고 있다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9.01.03 11:28 수정 2019.01.04 17:58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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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중국발 클로로포름, 오존층 회복 위협하고 있다
국제 환경협약 가운데 지금까지 가장 성공적인 환경협약은 바로 1987년에 채택된 몬트리올 의정서(Montreal Protocol)다. 프레온가스(CFCs) 같은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의 생산과 사용을 규제해 오존층 파괴를 막자는 데 전 인류가 합의한 협약이다.

고도 25~30km의 성층권에 있는 오존층은 지구 밖에서 들어오는 해로운 자외선을 흡수해 지구상에 있는 생물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성층권 오존이 줄어들면 줄어들수록 지구상의 생물은 해로운 자외선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당연히 오존층이 완전히 파괴될 경우 지구상의 생물은 살아남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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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남극 오존홀(ozone hole)은 오존 농도가 220돕슨(Dobson)보다 아래인 지역을 말하는데 북반구 가을철(남반구 봄철)에 면적이 가장 넓어진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오존홀이 연중 가장 커지는 시기인 9월 7일부터 10월 13일까지의 평균 면적을 그 해의 오존홀 면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2018년 남극 오존홀 면적은 2,288만㎢(최소 1,993 ~ 최대 2,480㎢) 정도나 됐다.연도별 남극 오존홀 면적 (자료:NASA)남극 오존홀이 이미 상당 부분 회복된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도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아직도 희망 사항일 뿐이다. 2018년 현재 남극에는 우리나라 면적의 약 230배, 북미 대륙보다는 조금 작은 크기의 오존 구멍이 뚫려 있다. 1980년대부터 급격하게 커지기 시작한 남극 오존홀이 2000년을 전후해 면적이 감소 추세로 돌아섰고 현재 회복되고 있는 추세다. 다만 2018년은 2017년보다 크게 넓어졌다.
▲ 2018년 남극 오존홀(자료:NASA)

그런데 최근 남극의 오존홀 회복을 위협하는 복병이 나타났다. 최근 대기 중 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지고 있는 '클로로포름(chloroform, CHCl3)'이라는 물질이다. 클로로포름은 무색의 달콤한 냄새가 나는 물질로 여러 가지 냉매나 프라이팬 코팅제, 테플론 섬유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물질이다. 예전에는 마취제로 사용되기도 했다.

클로로포름은 오존층을 파괴하는 물질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클로로포름이 대부분 자연에서 배출되는 데다 공기 중에서의 수명도 5개월 정도로 짧아 오존층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돼 오존층 파괴 물질로 규제를 받지 않았다. 특히 1990년부터 2010년까지 대기 중 클로로포름 농도가 서서히 낮아지고 있어 큰 관심을 끌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MIT를 비롯한 미국과 한국, 영국, 호주 등 국제공동연구팀 연구 결과 최근 대기 중 클로로포름 농도가 급격하게 높아지면서 성층권의 오존층 회복을 위협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대기 중 클로로포름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남극 오존층 회복이 당초 예상보다 최고 8년이나 더 늦어질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Fang et al., 2018).

논문에 따르면 2010년까지는 전 세계에서 기껏해야 1년에 27만 1천 톤 정도의 크로로포름이 배출됐다. 그런데 전 세계 대기 중 클로로포름 관측 자료와 시뮬레이션 결과를 분석한 결과 2010년 이후에는 배출량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2015년에는 한 해 동안 32만 4천 톤이나 배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안정적으로 유지되던 전 세계 클로로포름의 연간 배출량이 5년 사이 5만 3천 톤 정도나 늘어난 것이다. 배출량이 연평균 3.5%씩 급증한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2015년 중국 동부지역의 클로로포름 배출량이 2010년에 비해 4만 8천~5만 톤(48~50Gg(기가그램)) 정도 늘어났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동안 유럽이나 북미, 호주 등 다른 지역에서는 클로로포름 배출량에 거의 변화가 없었던 만큼 최근 전 세계에서 증가한 배출량 5만 3천 톤은 거의 대부분이 중국 동부지역에서 배출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연구팀은 또한 중국 동부지역의 클로로포름 배출량의 지역별 분포를 볼 때 자연에서 배출된 것이 아니라 인간 활동 즉, 공장에서 배출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연구팀은 중국이 클로로포름 배출을 멈추지 않고 지금과 같은 추세로 계속해서 클로로포름 배출량을 늘릴 경우 남극 성층권의 오존홀 회복은 당초 예상보다 최고 8년 정도나 늦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중국 동부지역에서 배출되는 클로로포름을 관측한 곳이 중국이 아니라 우리나라 제주도 서쪽 끝에 있는 '고산 관측소(GSN)'와 일본 오키나와 남서쪽 동중국해에 있는'하테루마(Hateruma)섬 관측소(HAT)'라는 점이다. 전 세계 다른 지역의 관측소에서는 대기 중 클로로포름 양에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유독 고산 관측소와 하테루마섬 관측소에서만 클로로포름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것을 연구팀이 포착한 것이다.

연구팀은 클로로포름 배출과는 전혀 관계없는 두 섬에서 관측한 자료를 이용해 중국 동부지역 공장에서 얼마나 많은 양의 클로로포름이 배출되고 있는지 산출했다. 미세먼지와 마찬가지로 중국 동부지역 공장에서 배출된 클로로포름이 서풍을 타고 넘어온 것을 관측해 거꾸로 중국에서 배출된 양이 얼마나 되는지 추정한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장마와 같은 아시아 몬순 시스템, 그리고 태풍을 비롯한 서태평양과 동아시아 지역에서 발생하는 강력한 저기압이 중국 동부지역에서 배출된 클로로포름을 성층권으로 수송해 오존층을 파괴하는 것으로 설명했다.

아래 그림은 제주도 고산 관측소와 하테루마섬에서 관측한 연도별 클로로포름의 농도(그림 a), 그리고 동아시아지역의 클로로포름 농도 분포 및 중국의 클로로포름 생산 공장 위치(X표)를 표시한 것이다(자료:Fang et al., 2018). 2010년 이후 대기 중 클로로포름 농도가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고 클로로포름 관련 공장이 있는 중국 동부지역에서 농도가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대기 중 클로로포름 농도 변화(a) 및 지역별 분포(b)인류는 지금까지 파괴됐던 오존층이 성공적으로 회복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학계에서는 2050년 정도면 남극 오존층이 1980년 이전 수준으로 회복돼 사실상 오존홀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2100년쯤에는 오존홀이 완전히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데 중국의 클로로포름 관련 산업이 몬트리올 의정서의 허점을 파고들어 오존층 회복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남극 성층권 오존홀 회복을 더디게 하는 클로로포름의 문제가 커질 경우 중국은 '서울의 미세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고 주장한 것처럼 '제주도 고산과 하테루마섬에서 관측한 클로로포름은 주로 제주도와 하테루마섬에서 배출된 것'이라고 주장할지도 모를 일이다.

중국발 클로로포름이 파괴됐던 오존층이 곧 회복될 것이라는 인류의 희망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지구촌 환경에 미세먼지에 이어 또 하나의 걱정거리를 만들고 있다. 몬트리올 의정서의 보완과 중국의 클로로포름 배출에 대한 규제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참고 문헌>

* Xuekun Fang, Sunyoung Park, Takuya Saito, Rachel Tunnicliffe, Anita L. Ganesan, Matthew Rigby, Shanlan Li, Yoko Yokouchi, Paul J. Fraser, Christina M. Harth, Paul B. Krummel, Jens Mühle, Simon O'Doherty, Peter K. Salameh, Peter G. Simmonds, Ray F. Weiss, Dickon Young, Mark F. Lunt, Alistair J. Manning, Alicia Gressent, Ronald G. Prinn, Rapid increase in ozone-depleting chloroform emissions from China, Nature Geoscience, 2018;DOI:10.1038/s41561-018-0278-2 

(사진=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