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블록서 사고 났는데 "도로 위"…애매한 기준이 부른 논란

신정은 기자 silver@sbs.co.kr

작성 2018.12.29 20:53 수정 2019.01.23 11:1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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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제주에서 보도블록 위에 서 있던 행인들이 졸음운전 차량에 받혔는데요 경찰은 처음엔 '인도'가 아닌 '도로 위' 사고로 판단했다가 결국 이를 바꾸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취재해보니 이유가 있었습니다. 

신정은 기자입니다.

<기자>

정류장 앞 아스팔트로 뒤덮인 자전거 도로를 지나면 이렇게 보도블록이 솟아 있습니다.

오른편엔 차가 쌩쌩 달리는데 제가 서 있는 이곳 과연 도로일까요? 보도일까요?

지난 9월 제주 서귀포시의 한 도로. 차량이 점점 한쪽으로 쏠리더니 길가에 서 있던 2명을 들이받습니다.

졸음운전이었습니다. 이 사고로 강민지 씨는 다리가 부러져 50일 넘게 입원해야 했습니다.

[강민지/제주 서귀포시 : 보도블록으로 돼 있어서 여기에 서 있어서 버스 타면 되는구나. 자전거 도로 있는 데는 버스가 들어올 수 없는 상황이거든요. 너무 좁아서….]

당연히 보도 침범 사고라고 생각했지만 경찰은 사고 현장이 보도가 아닌 화단 또는 식수대 시설로 도로에 속한다는 판단을 내놨습니다.

자전거 도로와 일반 도로를 구분하기 위한 시설이라는 겁니다.

버스 정류장 앞을 제외한 다른 구간에는 화단으로 꾸민 시설로 두 종류 도로를 구분해놓은 점이 근거가 됐습니다.

버스를 기다리고, 타고 내리는 장소가 도로 위라는 황당한 결론인데 애초 관리 주체인 제주도청이 이 장소에 대한 명확한 개념 규정은 물론 현황 파악조차 하지 않은 상태였습니다.

[제주도청 관계자 : 굉장히 오래된 것이라 설계도면을 그때 한번 찾아봤는데 없다고 이야기를 하는 것 같더라고요.]

계속된 민원으로 경찰은 처음 판단을 번복하고 보도 침범 사고로 결론 내렸습니다.

시민의 안전을 담보하는 도로 규정이 무관심 속에 사각지대를 방치해놨던 셈입니다.

(영상취재 : 이찬수, 영상편집 : 이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