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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선전매체, 올해 김정은 정상외교 보도때 아슬아슬 줄타기

북한 선전매체, 올해 김정은 정상외교 보도때 아슬아슬 줄타기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을 놓고 '위인맞이 환영단' 활동과 이들에 대한 국가보안법 고발과 '김정은 체포조' 구성이라는 양극단의 주장이 충돌을 빚고 있습니다.

이는 남북관계의 특수성에서 비롯된 남한 사회의 `고민'을 드러내는 갈등이지만, 김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실현될 경우 이를 주민들에게 설명하고 보여줘야 하는 북한 당국은 체제 이데올로기 보전 측면에서 '고민' 수준 이상의 애로를 겪을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선전 당국은 이미 올해 내내 김 위원장의 활발한 정상외교 활동을 북한 주민들에게 전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오랜 기간의 반 남조선, 반 미국 선전이 뒤엎일 위험" 때문에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해야 했습니다.

북한 정보기술(IT), 방송산업 전문의 블로그 '노스 코리아 테크'를 운영하는 마틴 윌리엄스는 27일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서 북한 조선중앙텔레비전의 남북 정상회담, 북미 정상회담, 북중 정상회담 보도 방식과 내용을 분석해 이같이 평가했습니다.

그는 "북한 주민들 눈에 북한 정권이 외국 정부, 특히 남한이나 미국과 너무 밀착하는 것처럼 비칠 경우 지난 오랜 기간의 반남조선, 반미 선전을 뒤엎일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 국영매체들은 정상외교 시작 이래 이런 선전을 중단했지만, 이 외교가 실패할 경우 이들 선전을 다시 살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올해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에 대해 조선중앙TV는 전체적으로 볼 때 문재인 대통령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회담보다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을 더 크게 보도했습니다.

조선중앙TV는 주요 사건의 경우 뉴스 보도 후 김 위원장 중심으로 관련 사안을 상세히 다루는 기록영화를 보여주는데,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기록영화는 71분짜리가 이틀에 걸쳐 5번 방영돼 총 6시간 못 미치게 방송을 탔습니다.

42분짜리인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기록영화는 총 7시간42분 동안 방송됐으며,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첫 번째는 6일간 12차례, 두 번째는 사흘간 11차례)과 김 위원장의 2번째 방중도 대체로 같은 분량이었습니다.

가장 길게 기록영화가 방송된 사건은 첫 번째 방중을 통한 북중 정상회담으로, 41분짜리가 나흘에 걸쳐 13차례, 총 9시간 가까이 되풀이 전해졌습니다.

북한의 심장 평양에서 열린 남북 정상회담 때, 환영 행사 등으로 인해 북한 주민들에게 문 대통령의 방북 사실이 알려졌을 것임에도 조선중앙TV는 당일 저녁을 건너 뛰고 이튿날에야 문 대통령의 도착과 김 위원장의 환영 사실을 보도했습니다.

이 방송은 지난 3월 김 위원장의 첫 방중 때는 사흘 뒤 귀국할 때까지 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고,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을 위한 싱가포르 방문도 이튿날에야 주민들에게 전했습니다.

북한 TV가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 활동에 대한 뉴스 보도와 기록영화 방송을 하루 이상 늦추는 것은 북한의 선전 당국이 "그 결과를 보고 주민들에게 어떻게 전할 것인가, 틀을 짜는 시간"을 벌기 위한 것이라고 윌리엄스는 지적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 반대자들이 내세운 이유 중 하나인 `북한이 트럼프와 회담하는 장면을 계속 방송하면서 세계무대에서 트럼프와 동등한 지도자로 선전해 그의 입지를 굳히는 결과'가 될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윌리엄스는 "북한이 계속 방송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북한의 김정은 개인숭배 방식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주장"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후 조선중앙TV가 관련 기록영화를 총 11차례 방송하긴 했으나 문 대통령이나 시진핑 주석과 회담에 대한 기록영화와 마찬가지로 그 이후엔 방송에서 사라졌습니다.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 관련 뉴스 보도와 기록영화는 북한 TV가 프로그램 사이에 혁명가와 함께 내보내는 김 위원장 선전물 어디에도 들어가지 않습니다.

"북한에선 김정은이 트럼프와 동등하게 보일 필요가 없다. 북한 선전 당국의 입장에선 그는 이미 다른 모든 세계 지도자들보다 우월하기 때문"이라고 윌리엄스는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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