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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절한 경제] 올해 휴가 다 쓰셨나요? "한국인은 휴가 가도 '죄책감'"

<앵커>

친절한 경제, 금요일엔 권애리 기자와 소비 트렌드 알아봅니다. 권 기자,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우리 국민들 과거에는 너무 열심히 살면서 휴가도 못 가기로 유명했었는데 요즘은 그런 삶이 많이 바뀌었다고요?

<기자>

네, 지금 뉴스 보면서 출근 준비하고 계신 분들 과연 올해 주어진 유급 휴가를 과연 다 쓰실 수 있었는지, 쓰시더라도 마음 편하게 쓰셨는지 궁금합니다.

지난 3년 동안 우리나라 사람들의 휴가 가는 형편이 빠르게 개선돼서 거의 전 세계 평균에 근접하기 시작했다는 조사가 있습니다.

과연 공감하실 수 있는지 한 번 같이 보면, 한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가 지난 2000년부터 지금 거의 20년째 해마다 세계인의 휴가 소진율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19개 나라 직장인들 1만 1천100여 명을 대상으로 물어봤습니다. 이중의 우리나라는 지금 3년째, 일단 발생하는 연차 휴가는 평균 15일인 걸로 나타났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실제 그 휴가를 다 못 쓴다는 거잖아요. 2016년만 해도 발생한 휴가 15일 중에서 8일을 간신히 썼다. 절반 정도 썼습니다.

그런데 지난해, 올해 급격하게 늘어나더니 올해는 평균 14일을 썼다고 대답했습니다. 이 조사에 들어간 나라들이 미국, 캐나다, 또 휴가 많기로 유명한 프랑스, 독일, 브라질 같은 나라들 다 포함돼 있습니다.

프랑스, 독일, 브라질처럼 연차 휴가를 30일씩 주고 그걸 다 쓰는 나라들도 있지만, 올해 세계 평균을 보면 15일을 썼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직장인이 평균 14일을 썼다는 겁니다. 이 조사만 보면 올해 처음으로 세계 평균에 근접한 걸로 나오고요.

우리랑 같은 수준으로 쓴 나라가 홍콩, 호주, 그리고 우리랑 늘 같이 일만 많이 하는 나라로 꼽히는 일본, 그리고 미국, 태국이 10일을 써서 우리가 최하위를 탈출한 걸로 조사됐습니다.

<앵커>

최하위를 탈출했지만, 아직 중간은 못 된다는 말인데 어쨌든 이 조사대로라면 우리나라 기업들의 휴가 문화가 꽤 많이 바람직해졌네요.

<기자>

네, 지난 3년 동안 유급 휴가 소진율이 가장 빠르게 개선된 나라가 전 세계에서 우리나라인 걸로 나옵니다. 휴가 일수도 늘어났지만, 올해 나한테 주어진 휴가를 다 썼다는 한국인도 61%까지 늘어서 이것도 역시 세계 평균에 근접하기 시작했습니다. 세계 평균은 64%거든요.

그리고 사실 세계적으로 보면 주어진 휴가를 다 썼다는 사람이 올해 좀 줄어든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유급휴가 환경이 바뀌고 있는 게 더 도드라져 보입니다. 이건 일단은 올해 주 최장 52시간 근무제가 하반기부터 도입된 영향이 크다고 봐야겠죠.

또 하나는 전에 비해서 직원들이 휴가를 그냥 다 쓰게 하고, 대신 휴가를 안 쓰고 일하면 주는 수당을 주지 않는 쪽으로 운영하는 회사들이 비단 올해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늘어난 영향도 있는 걸로 분석됩니다.

그런데 휴가의 질을 좀 따져보면요. 여전히 한국인들은 휴가 쓰는 것에 대해서 마음이 편하지가 않습니다. 한국인 55%는 "대체 인력도 없는데 동료들은 바쁜데 내가 이렇게 휴가를 가도 되나?" 죄책감을 느꼈습니다.

이게 세계 평균인 35%와 크게 차이가 납니다. 우리보다 더 죄책감을 느끼는 비율이 높은 건 역시 일본인 정도밖에 없었습니다.

실제로 한국인의 32%는 휴가를 가더라도 온전히 마음을 놓지 못하고 업무 때문에 메일을 확인했습니다. 이것도 세계 평균보다 좀 더 높습니다.

그런데 이 비율은 좀 더 자세히 보면 타이완, 홍콩, 인도 같은 다른 아시아 신흥공업국들, 그러니까 유럽이 아니라 우리나라와 실제로 상황이나 여건이 비슷한 나라의 사람들이 휴가 가서도 이메일을 체크하면서 일한다고 대답한 비율이랑 비교하면 약간 나은 편이긴 했습니다.

<앵커>

요즘 연말에 장기 휴가 쓰는 직장인들 제 주변도 그렇고 꽤 많은 것 같던데요?

<기자>

네, 제 주변에도 꽤 있는데요, 일단 LG 전 계열사가 지난 21일에 종무식을 하고 직원들에게 연말 연차 소진을 장려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다국적 제약사들이 연말 휴가 문화를 만들어온 제약업계는 국내 제약사들 중에도 연말 휴가를 도입하는 곳들이 계속 늘고 있습니다.

이렇게 휴가를 그냥 쭉 길게 쓰면 똑같이 연차 소진을 하더라도 쪼개서 내면서 마치 휴가를 간 것 같지만 실제로는 거의 절반 일하고 있는 상황은 좀 줄어든다고 합니다.

여기서 하나 이번 조사에서 재밌었던 응답을 얘기해 보면, 내가 휴가 중인데 나한테 업무 때문에 실제 연락할 사람이 누굴까, 올해 한국인들은 후배가 그럴 것 같다는 답이 상사가 그럴 것 같다는 답을 근소한 차로 추월했습니다.

이건 아무래도 후배한테 내 업무, 내가 하던 일을 맡기고 갔는데 상사가 후배한테 내가 있을 때처럼 일 처리를 요구하면 이렇게 되는 게 아닐까, 그렇게 생각할 여지도 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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