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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전망대] "이해인 수녀가 보내온 '성탄편지'"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인터뷰 자료의 저작권은 SBS 라디오에 있습니다. 전문 게재나 인터뷰 인용 보도 시, 아래와 같이 채널명과 정확한 프로그램명을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 방송 : 김성준의 시사전망대 (FM 103.5 MHz 14:20 ~ 16:00)
■ 진행 : SBS 김성준 앵커
■ 방송일시 : 2018년 12월 24일 (월)
■ 대담 : 이해인 수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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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르는 이웃도 챙기는 것이 성탄의 정신
- 좋아하는 것 줄여 나눔 동참... 값진 성탄 선물될 수 있어
- 고운 언어·행동에서 선한 영향력 나와
- 시련에 불평하기보단 아픔 역이용해 축복의 기회로 삼으려 노력해와
- 성탄을 맞아 다시 한 번 사랑 시작하는 행복한 사람들 되길


▷ 김성준/진행자:

12월 24일, 크리스마스는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날입니다만, 종교와 관계없이 너도 나도 메리 크리스마스, 이렇게 인사말을 건네면서 함께 기쁨을 나누는 날이 됐죠.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이해서 <오늘의 인터뷰>에서는 이해인 수녀님 연결해서 성탄의 의미에 대해서 얘기를 나눠보고, 또 좋은 시도 한 구절 청해볼까 합니다. 수녀님, 안녕하십니까.

▶ 이해인 수녀:

예. 안녕하세요.

▷ 김성준/진행자:

메리 크리스마스입니다.

▶ 이해인 수녀:

부산은 날씨가 따뜻해요.

▷ 김성준/진행자:

그렇습니까? 서울은 아주 추운데요. 요새 건강하시죠? 요즘도 책 많이 내시더라고요.

▶ 이해인 수녀:

아니요. 옛날에 나온 것을 다시...

▷ 김성준/진행자:

그래도 내시면 내시는 대로 많은 분들이 찾는 책이죠.

▶ 이해인 수녀:

예. 감사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앞서 제가 말씀을 드렸습니다만, 크리스마스라는 게 누구나 종교를 떠나서 함께 기쁨을 나누는 날이다. 이런 느낌이 드는데. 현대인들에게 성탄의 의미가 어떤 것이라고 보세요?

▶ 이해인 수녀:

성탄의 의미를 다들 이론적으로 알기는 아는 것 같은데. 언제부터인지 행사 위주로, 외적으로 변질되는 느낌이 들어서. 정작 주인공인 예수님은 빠지고 손님들만 자기들끼리 선물 주고받는 느낌이 들어요. 안타깝죠.

▷ 김성준/진행자:

그래도 수녀님은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설레십니까?

▶ 이해인 수녀:

그럼요. 예수님의 생일이기 때문에. 그 분의 사랑의 정신을 어떻게 일상 안에서 나눌 수 있을까. 그런 고민을 많이 하죠.

▷ 김성준/진행자:

수녀님이 생각하시는 성탄의 의미라는 것은 예수님이 가져오신 사랑의 정신. 이것이라고 생각하면 되나요?

▶ 이해인 수녀:

보편적인 사랑을 실천하는데 특별히 어려운 이웃을 더 많이 챙기는. 그런 삶을 사셨기 때문에 우리도 본받는 흉내라도 내야 하지 않을까. 그것이 크리스마스의 가장 큰 의미라고 생각이 들어요.

▷ 김성준/진행자:

사실 어떤 면에서 보면 크리스마스라고 하면 어려운 이웃과 사랑을 나누기 보다는 가까운 이웃과 가족과 친구들과 사랑을 나누는.

▶ 이해인 수녀:

모르는 이웃도 챙겨주는 것이 사실은 성탄 정신이거든요.

▷ 김성준/진행자:

그러니까요. 이왕이면 그런 성탄의 정신을 살리면서 크리스마스를 즐겁고 기쁘게 보낼 수 있는 방법이라면, 작은 실천 방법이라도 알려주신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 이해인 수녀:

예를 들어 골프를 좋아하거나, 등산을 좋아하거나, 아니면 커피집을 자주 가거나. 취미 생활이나 자기가 좋아하는 것들이 있잖아요. 또 특별히 즐기는 음식이라든가, 택시를 습관적으로 타거나. 이런 일상생활 안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기쁨의 요소에서 돈이 드는. 그 돈을 조금만 횟수를 줄여서, 액수가 나오잖아요. 예를 들어 내가 커피를 몇 잔 줄이면 얼마가 나오고. 그런 것을 모아서 작은 액수라도 아프고 슬프고 힘든 이웃에게 나누겠다는, 혼자 하기 힘들면 친구들과 같이라도. 저희 수녀원 같은 곳에서는 과일을 일주일에 세 번을 먹었다면 한 번만 먹고 두 번 값을 아껴서, 그 돈을 모아 이웃을 돕는다든가. 이렇게 마음이 들어간 성탄 선물이 되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습관적인 기부 말고. 마음이 들어간 선물. 절제, 극기, 희생이 들어간 선물이 더 값진 것 같아요.

▷ 김성준/진행자:

절제, 극기, 희생이라는 표현 하시니까 갑자기 마음이 무거워지네요. 그보다 앞서 말씀하신 커피값, 택시값 잠깐 아끼는 것보다 더 어려운데요?

▶ 이해인 수녀:

그렇게 하면 기쁨이 더 배가 된다니까요. 경험으로 말씀드리지만.

▷ 김성준/진행자:

특별히 그런 말씀을 하시는 이유가 요즘 시간이 지나면서 성탄절에 자기가 아끼고, 자기가 조금 희생해서 어려운 이웃을 도우려는 정신. 그런 생각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느끼시나요?

▶ 이해인 수녀:

조금 더 이타적인 삶을 향하는 게 아니라 자기중심, 이기적인 삶의 모습이 당연한 것처럼 하기 때문에. 우리가 평소 1년 내내 못 하니까. 크리스마스 시즌만이라도 약간 좀 더 의도적으로, 옛날에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불조심 강조 주간. 이런 게 있었거든요. 이웃과의 나눔 강조 주간, 그것이 성탄의 의미라고 생각이 들어서. 많이도 아니고 조금만 노력하면 할 수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 생각이 듭니다.

▷ 김성준/진행자:

이것은 사실은 기독교만의 이슈는 아니죠. 수녀님은 불교와도 교류를 많이 하시니까.

▶ 이해인 수녀:

부처님 오신 날에 자비심을 강조해서 생활에 적용시키는 것처럼. 불교에 자비가 있다면 기독교에는 사랑이 있는데, 사랑이 말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매일 새롭게 재탄생이 되기 위해서는 순간마다 깨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성준/진행자:

순간마다 깨어 있어야 한다. 지금 말씀하신 것은 사랑과 나눔에 초점이 많이 맞춰져 있는 것 같은데. 현대인들이 사실은 이 사랑과 나눔 말고도 잊고 사는 것 많지 않습니까. 어떤 게 있다고 생각하세요?

▶ 이해인 수녀:

스마트폰 등의 디지털 문화가 우리 안에 스며들면서 너무 내 자신의 마음을 조용히 들여다보는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종교와 상관없이 자기 내면을 들여다보고, 정신세계를 풍요롭게 하기 위해 저는 종이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요.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많이 읽고, 음악도 클래식한 음악을 듣고. 이렇게 해서 자기 내면을 좀 더 풍요롭게, 깊이 있게 다루다 보면 거기서 행복이 오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자주 합니다.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왜 종이책을 봐야 하죠?

▶ 이해인 수녀:

종이책에는 특별한 게 있으니까요. 제가 아날로그 세대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책이 주는 특별한 향기가 있거든요. 분명히. 전자책이 주지 못하는 무게가 있기 때문에. 그래서 제 수도 생활에도 책을 많이 읽었던 것이 많이 도움이 됐거든요. 그래서 말씀드리는 거예요.

▷ 김성준/진행자:

조금은 아날로그적인. 그것은 속도와도 연관이 있을 수 있겠네요.

▶ 이해인 수녀:

네. 우리가 너무 스피드 시대를 살면서 마음이 급해지고, 급해지다 보니까 화를 잘 내고, 자기 제어가 통제가 안 되고. 그래서 많은 범죄가 생기고. 그래서 그게 내면의 생활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거든요. 선한 영향력을 주는 사람이 되려면 앞서간 위인들이나 훌륭한 사람이 남겼던 책을 의도적으로 많이 찾아 읽고, 본받으려는 노력을 해야 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 김성준/진행자:

전에 얼핏 말씀하신 것을 한 번 저희가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나는데. 선한 영향력이라는 말씀을 하셔서 제가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선한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는 언어도 선한 언어를 써야 한다는 취지의 말씀을 하신 것 같아요.

▶ 이해인 수녀:

예. 고운 말도 참 중요하고요. 저도 이 노력은 끝이 없는 것 같더라고요. 인간이 약하기 때문에.

▷ 김성준/진행자:

고운 말을 쓴다는 게 고운 마음을 갖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는 취지이신 거죠. 요즘 어른들도 마찬가지입니다만, 학생들도. 요즘 옆에서 학생들끼리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정말 제가 깜짝 놀랄 정도로 말이 거칠어져서.

▶ 이해인 수녀:

가깝다는 이유로 너무 막말을 하고, 너무나 극단적인 말을 하는 데에서 빚어지는 악순환이 또 있잖아요. 그 관계에서 오는. 언어는 정말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성준/진행자:

가깝다 하더라도 고운 언어를 써야 된다. 수녀님 이 말씀 드리기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암 투병도 하셨고, 이겨내셨고. 그런 모습들을 보면서 참 많은 분들이 희망을 주는 존재다. 이런 생각들을 하는 것 같아요. 수녀님을 보고. 그렇게 사람들이 긍정적이고 희망적으로 삶을 대하려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시기인데. 어떤 태도를 갖고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요?

▶ 이해인 수녀:

지금도 이겨냈다기 보다는 아직도 이겨내고 있는 과정인데요. 저 자신 개인의 경험으로 비춰볼 때 자기에게 온 병, 그 아픔을 계속 힘들어하고, 한탄하고, 불평하고 푸념하는 시간에서는. 이왕 나에게 온 친구니까 잘 지내면서 이 아픔과 시련, 달갑지 않은 존재를 내 친구로 만들어서 같이 동행하면서. 이 아픔을 역이용해 내가 내 인생에 유익과 축복의 기회로 삼는 노력을 해야겠다. 그렇게 결심을 하면서, 그 결심에 맞춰서 밝게, 웃으면서 투쟁할 수 있는 10년이었어요. 저에게는. 그게 제 인간성의 변화라고 할까. 좁은 마음을 넓히는 데에도 굉장한 도움을 줬어요. 제가 결심하면서 거기에 맞춰서 아픔을 축복의 기회로 삼겠다는 노력이. 추상적이지 않고, 아파도 남을 먼저 챙기고. 그렇게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니까 조금 되더라고요.

▷ 김성준/진행자:

그런데 그게 쉽나요? 병이 오거나, 고통을 받거나,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그런데.

▶ 이해인 수녀:

우울해지죠. 그래서 저는 세상에는 너보다 아픈 사람이 더 많아. 힘 내, 웃어야지, 용기를 내. 이러면서 제 자신의 병을 객관화 하면서, 스스로 길들이면서 매일 새롭게 시작했거든요. 그래서 제가 있는 병실은 항상 밝은 기운이 돌아서 지금도 병실 모임이 있을 만큼. 제가 스스로 생각해도 그건 잘 한 것 같아요.

▷ 김성준/진행자:

저희도 한 번 노력해봐야겠습니다. 끝으로 성탄절을 맞아서 저희 청취자 여러분께 시 한 편 선물을 부탁드리겠습니다.

▶ 이해인 수녀:

예. 성탄 편지라는 엽서를 하나 만들었는데. 그게 좀 기니까 부분적으로 읽겠습니다. 제 인사말을 이것으로 대신하겠습니다.

▷ 김성준/진행자:

고맙습니다.

▶ 이해인 수녀:

성탄 편지

친구여, 알고 계시지요?
사랑하는 그대에게
제가 드릴 성탄 선물은
오래 전부터
가슴에 별이 되어 박힌 예수님의 사랑
그 사랑 안에 꽃피고 열매 맺은
우정의 기쁨과 평화인 것을.

슬픈 이를 위로하고
미운 이를 용서하며
우리 모두 누군가의 집이 되어
등불을 밝히고 싶은 성탄절
잊었던 이름들을 기억하고
먼데 있는 이들을
가까이 불러들이며 문을 엽니다.

자연의 파괴로 앓고 있는 지구와
구원을 갈망하는 인류에게
구세주로 오시는 예수님을
우리 다시 그대에게 드립니다.

친구여, 알고 계시지요?
아기예수의 탄생과 함께
갓 태어난 기쁨과 희망이
제가 그대에게 드리는 성탄 선물이고
아름다운 새해 선물인 것을….

▷ 김성준/진행자:

네, 수녀님 오늘 말씀과 좋은 시.. 정말 감사합니다.

▶ 이해인 수녀:

우리 성탄을 맞아 다시 한 번 사랑을 시작하는 행복한 사람들이 되기로 해요.

▷ 김성준/진행자:

고맙습니다.

▶ 이해인 수녀:

감사합니다. 앵커님도 복 받으세요.

▷ 김성준/진행자:

감사합니다. 오늘 수녀님 말씀이 한 편으로는 참 축복이고,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정신이 번쩍 드는 교훈 아닌가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까지 성탄절을 맞아서 이해인 수녀님과 말씀 나눠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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