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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준 前 북핵담당대사 "번복못할 '나쁜 비핵화 합의' 안 돼"

북핵 30년의 허상과 진실 (사진=연합뉴스)
북핵 전문가인 이용준 전 외교부 북핵담당대사는 북한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어떤 상황에서도 번복 불가능한 '나쁜 합의'는 있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전 대사는 최근 발간한 저서 '북핵 30년의 허상과 진실'에서 "나쁜 합의는 합의가 없는 것만 못하다는 말은 외교가의 정설로 통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는 이러한 '나쁜 합의'를 피하기 위한 전제 조건과 관련해 "국제사회의 대북한 제재를 조기에 해제함으로써 북한의 핵 포기 의지를 더욱 약화하고 북한 핵 보유를 기정사실로 해주는 실책을 저질러서는 안 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이 북한의 부분적이고 형식적인 비핵화 조치 대가로 제재 해제를 조급하게 시작한다면 그 순간부터 협상은 지연되고 비핵화 합의는 벽에 부딪히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 전 대사는 또 "북한과 핵 협상 타결을 위해 한반도 안보의 중추를 구성하는 사안들을 섣불리 협상 도구로 남용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며 "북한이 불가역적 비핵화에 동의하고 이를 실제로 일부 이행한다 할지라도, 그 대가로 북한이 지난 반세기 동안 대남전략 차원에서 추구해온 평화협정 체결, NLL(북방한계선) 폐지, 주한미군 철수, 한미동맹 해체 등을 충족시켜줄 경우 한반도 평화는 북한 비핵화 이전보다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이런 모든 것을 양보하고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확보하지 못해 일부 은닉된 핵물질과 핵무기가 잔존하는 '위장된 비핵화'에 도달하게 될 경우 한국의 안보에 미칠 파괴적 영향은 더욱 심각할 것"이라며 "미국의 실책으로 북한이 이번 협상에서 원하는 것들을 상당 부분 얻을 수 있게 된다면 북한은 다시는 협상 테이블로 돌아오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전 대사는 과거 비핵화 협상 실패 사례를 거론, "당시엔 한미 사이에 기본적 신뢰 관계가 있어 양국 간 갈등은 종종 찻잔 속 태풍으로 지나가곤 했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이미 오래전 일이다. 그 후 20년간 미국 조야가 바라보는 한국의 정체성은 많이 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특히 미국 학계에서는 한국이 동맹국인 미국보다 미국의 가상 적국인 중국 쪽으로 많이 경사돼 있다는 시각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이 전 대사는 1990년대부터 청와대 남북핵협상 담당관,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경수로 협상 대표, 청와대 국가안보회의(NSC) 정책조정부장, 외교부 북핵외교기획단장·6자회담 차석대표·북핵담당대사를 역임하고 외교부 차관보를 지낸 북핵 전문가입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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