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하도급 대신 건설발주…교묘한 책임회피

이용식 기자 yslee@sbs.co.kr

작성 2018.12.22 14:19 수정 2018.12.22 15:5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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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용균 비정규직 노동자가 사망한 태안화력 발전에서는 그동안 산업 재해가 빈발했다. 2010년부터 이번 사고 전인 지난해 11월 15일까지 사망사고가 포함된 중대 재해는 모두 8건, 사망한 노동자만 10명에 이른다. 2010년 1월과 9월 각각 1명씩 2명, 2011년 9월 2명, 2012년 4월 1명, 2013년 12월 1명, 2014년 7월 1명, 2016년 2월 2명, 2017년 11월 1명 등이다. 8년간 2015년 한 해만 빼고 불행하게도 매년 사망사고가 잇따랐다.

단순 부상도 아닌 노동자 사망사고가 매년 발생하는데도 태안발전은 지금까지 특별 근로감독을 단 1회 받는데 그쳤다. 책임자가 형사 입건된 사례도 한 차례뿐이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 이런 일은 태안발전의 책임회피용 '꼼수 계약'에서 가능했다.
취재파일용산업안전보건법상 태안발전이 발전업, 제조업 관련 공사를 하도급 줄 때 태안발전이 도급인이 되고, 용역을 받은 협력업체가 수급인이다. 즉 원청과 하청의 관계가 이뤄진다. 하지만 건설공사의 경우 태안발전은 발주자가 되고 특정 건설회사와 협력업체가 도급, 수급 관계 즉 원청과 하청이 된다.

산업재해가 발생할 경우 책임은 원청과 하청이 지게 되고 발주자는 제외된다. 대전지방노동청 보령지청에 따르면 태안발전은 지난 2010년부터 2017년까지 8건의 공사를 모두 건설 발주 방식으로 계약했다. 이 가운데 실제 건설공사는 2013년과 2014년 태안IGCC 복합화력 건설공사와 2016년 9~10호기 건설공사 등 3건으로 보인다고 노동부는 밝혔다. 나머지 5건은 태안발전소 안에서 벌어지는 보일러 등 대부분 예방정비 공사였다.

노동부는 지난해 11월 15일 발생한 사망사고의 경우도 당초 태안발전이 건설로 발주했지만 조사과정에서 태안발전에 도급인, 즉 원청의 책임을 물어 사건을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0년부터 2012년까지 발생한 산재 사고 4건에 대해서는 태안발전에게 아무런 책임을 묻지도 않았다. 이유가 뭐냐고 하자 과거에 왜 그렇게 처리했는지 모르겠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8년간 사망사고가 빈발했지만 태안발전은 단 한 차례만 처벌을 받았을 뿐 모두 도급사와 협력업체에게 책임이 돌아갔다.

사망사고가 나도 근로감독조차 받지 않고 넘어가는데 태안발전이 안전관리에 과연 얼마나 신경을 썼을까 짐작이 어렵지 않다. 그러는 사이 비정규직 노동자의 사망사고는 멈추지 않고 계속 이어졌다. 노동부의 앞뒤 안 맞는 행정 처리도 한몫했다. 지난 11일 발생한 고 김용균 씨 사망사고는 김 씨가 태안발전 위탁관리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이이서 태안발전이 원청이다. 노동부도 태안발전에 특별근로감독을 벌이고 있다.
취재파일용계속된 산재 사망사고에도 책임을 비껴간 태안발전은 놀라울 정도의 무재해인증기록을 세웠다. 안전보건공단 무재해운동규칙에 근거한 산업재해는 자사소속의 직원이 재해를 입었을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태안발전의 직원이 다치거나 사망하지 않으면 사업장 내에서 중대 재해가 발생해도 산재 사고로 인정되지 않는 것이다. 지금까지 8년간 태안발전에서 재해가 빈번히 발생했지만 모두 원청과 하청 소속 노동자들이었고, 태안 발전직원이 다친 사례는 2015년 3월 한 차례였다. 이런 이유로 태안발전은 1~2호기가 가동을 시작한 1995년부터 2015년 3월5일까지 20년간, 또 2015년 3월부터 올 2월12일까지 3년간 무재해인증 기록을 세웠다.

최근 4개년 동안 산재보험금 감면액만 10억5천여만 원에 이른다. 위험한 일의 외주화를 통해 근로감독과 형사처벌 면제는 물론 산재보험금 감면 혜택까지 받은 것이다.
취재파일용만 24세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 씨의 죽음은 작업장의 안전을 바꾸고, 노동의 차별을 멈추라고 절규한다. 응답하는데 머뭇거리고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비인간적 노동과 참사를 막기 위해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