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풍' 못 따라가는 '의식'…해프닝만 가득한 中 마라톤

정성엽 기자 jsy@sbs.co.kr

작성 2018.12.21 12:44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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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 참가자들이 가볍게 몸을 풀기도 하고 기념사진도 찍으며 출발 신호를 기다립니다.

총성이 울리자 수만 명의 참가자들이 한꺼번에 뛰어나갑니다.

전문 선수들의 모습도 보이지만, 일반인 참가자들이 대부분입니다. 응원하는 사람도 덩달아 신이 났습니다.

[왕메이란/시민 : 여기 공기가 너무 좋습니다. 각국의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정말 즐겁습니다.]

요즘 중국엔 마라톤 열풍이 불고 있습니다. 7년 전 20여 개였던 마라톤 대회는 2020년엔 800개에 달할 거고, 참가자도 1천만 명에 육박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경제 성장으로 늘어난 중산층 사이에 마라톤은 건강 스포츠란 인식이 퍼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참가자 : 공기가 좋고 습도도 딱 알맞습니다. 햇빛도 편안하네요. 뛰기 좋은 날씨입니다.]

관광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도 상당하기 때문에 지방 정부마다 국제대회 개최에 적극적입니다.

하지만 의욕이 너무 앞서는 걸까요, 마라톤이 극한의 스포츠임을 잊은듯한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대회마다 속출하고 있습니다.

결승선을 앞두고 선두 다툼을 벌이던 한 중국 선수는 자원봉사자가 국기를 억지로 건네주는 바람에 우승을 놓치고 말았습니다.

오히려 국기를 떨어뜨렸다며 비난까지 받아 비뚤어진 애국심까지 경험해야 했습니다.

[바이옌쏭/언론인 : 뭔가 보여주려고 국기를 두르고 성적이 떨어지는 건 사실 애국이 아닙니다.]

대회 진행요원은 사력을 다해 결승선을 통과한 선수에게 인터뷰를 하자며 팔을 잡아채 길바닥에 넘어뜨리기도 했고, 230여 명의 참가 선수들이 반환점을 한참 남겨둔 상황에서 지름길로 돌아 나오는 촌극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경제력을 바탕으로 한 급속한 성장 속에 함께 갖춰야 할 제도나 사람들의 의식이 성장 속도에 미치지 못하는 중국 사회의 고민이 마라톤 열풍에서도 그대로 재연되고 있다는 반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