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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쌍 중 1쌍 이혼 일본서 '혼전계약' 확산

결혼 후의 생활규칙과 이혼할 경우의 위자료, 재산분할 등을 미리 정해 문서로 약속하는 '혼전계약'이 일본에서 확산하고 있습니다.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작년에 혼인신고서를 제출한 부부는 60만7천쌍입니다. 

반면 같은 해 21만2천쌍이 이혼했습니다. 

일본의 이혼율은 2002년 30%에 달한 이래 여전히 높은 수준에 머물고 있습니다. 

혼전계약이 확산하고 있는 이유는 '3쌍중 1쌍이 이혼하는 시대'를 맞아 결혼에 불안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미리 계약을 하면 결혼 후 트러블 발생을 피할 수 있고 원활한 결혼생활에 도움이 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습니다.
    
혼전계약은 결혼할 예정인 커플이 맺는 계약입니다.

행정서사나 변호사에게 의뢰해 작성합니다. 

법적 구속력을 갖게 하기 위한 '공증'을 받는데는 계약서 작성비와 수수료 등 10만 엔(약 100만 원) 정도가 듭니다. 

공증인 앞에서 문서의 내용이 진실하다는 선서를 하고 공증인이 이를 인증하는 '선서인증'만 받는데는 1만1천엔(약 11만 원)이면 됩니다.

"결혼으로 더이상 쓰라린 일을 겪고 싶지 않았다. 혼전계약서를 교환함으로써 상대에 대한 불안을 해소할 수 있었다"
    
30대의 부동산 영업직 남성과 작년에 혼전계약서를 교환한 도쿄도(東京都)내 거주 40대 여성의 말입니다. 

남편의 바람과 폭언으로 이혼한 경험이 있는 이 여성은 맞선을 통해 알게된 남성과 1년여 순조롭게 교제를 이어오고 있지만 "혹시라도 다시 같은 일을 당하지 않을까" 싶어 결혼에 소극적이었습니다. 

사귀는 남성과 협의한 끝에 혼전계약서에 "바람을 피거나 폭력을 행사하면 위자료 1천만 엔(약 1억 원)을 지급한다", "불륜이 있으면 이혼을 협의할 수 있다", "재산은 반반 나눈다"는 내용을 넣었다. 내친 김에 "아이가 태어나면 부모로서의 각오와 책임을 갖고 양육한다", "기념일은 부부가 같이 보낸다" 등 30가지 항목을 명시했습니다.
    
혼전계약서의 금전적인 약속은 민법상 '부부재산계약'에 해당하기 때문에 위반하면 강제집행 조치가 취해질 수 있습니다. 

일본 민법은 결혼후 맺은 부부간 계약은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취소할 수 있지만 혼전에 맺은 계약은 결혼 후 파기할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요코쿠라 하지메 행정서사는 21일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에 "혼전계약은 이혼을 억제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우리는 괜찮다"고 과신하는 남녀가 많지만 "관계가 위험해 졌을 때 계약서의 약속으로 돌아가 결혼 당시의 초심을 떠올려 주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요코쿠라 행정서사 사무실에는 요즘 "주위에서 혼전계약을 하는 사람이 있어서" 등의 이유로 20-40대 커플을 중심으로 연간 20건 정도의 상담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맥주는 하루 한 캔까지", "1년에 한번은 디즈니랜드에 간다" 등 법적의무를 지지 않아도 되는 "생활목표"를 넣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리넙(prenup)'으로 불리는 혼전계약은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일반화돼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2014년 '프리넙협회'가 설립돼 활동하고 있습니다. 

다다 유리코 협회 대표이사는 "계약을 서면으로 남김으로써 그런 약속을 했다. 안했다며 다투는 트러블을 피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업계단체인 '일본결혼삼당소연맹'도 작년부터 전국 중매인을 대상으로 혼전계약을 공부하는 행사를 정기적으로 열고 있습니다. 
    
야마다 마사히로(山田昌弘) 주오(中央)대 교수는 "여성의 사회진출로 남편이 벌어오고 아내는 가사를 담당하던 1990년대까지의 전형적인 가정상이 무너지고 혼인의 형태도 다양해 졌다"면서 "이상적인 결혼상이 그려지지 않아 결혼을 위험시하는 남녀가 증가한게 혼전계약 증가의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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