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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총리 "'노란조끼' 시위, EU와 예산안 합의에 도움"

프랑스 전역을 뒤흔들며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을 위기로 몰아넣은 '노란 조끼' 시위가 이탈리아와 유럽연합(EU)이 내년 예산안을 둘러싼 줄다리기를 종결하고, 합의에 도달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이탈리아 총리가 밝혔습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20일(현지시간) 발간된 일간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계량화하기는 어렵지만, 프랑스에서 벌어진 시위가 (예산안 협상을 둘러싼) 이 문제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반체제 정당 '오성운동', 극우 정당 '동맹'이 손을 잡은 이탈리아 포퓰리즘 연정은 과도한 적자 예산안에 대한 EU의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내년도 적자 규모를 당초 GDP(국내총생산)의 2.4%에서 2.04%로 낮추기로 EU 집행위원회와 전날 잠정 합의함으로써, 2개월여에 걸친 양측의 갈등을 봉합했습니다.

EU는 대신에 내년도 예산 편성과 관련해 이탈리아 정부에 대한 제재를 부과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콘테 총리는 "피에르 모스코비치 EU 경제담당 집행위원과 재정적자 규모를 얼마나 조정하느냐를 놓고 논의를 진행할 때 '노란 조끼' 시위를 분명하게 언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프랑스 정부는 정부의 유류세 인상과 물가 상승 등으로 서민들의 생활이 어려워짐으로써 촉발된 '노란 조끼' 시위를 진정시키기 위해 최저임금 인상 등 민심을 달래기 위한 일련의 조치를 내놨습니다.

이에 따라 프랑스의 내년 재정적자 규모는 EU의 상한선인 3%를 훌쩍 넘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자 이탈리아는 EU를 향해 "프랑스에도 이탈리아와 똑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EU를 곤혹스럽게 했습니다.

당초 계획에서 0.36%포인트 낮춘 2.04%로 수정해 제시한 GDP 대비 재정적자도 과도하다며 이탈리아에 추가 삭감을 압박하던 EU는 프랑스와의 형평성을 강조하는 이탈리아에 더 이상의 요구는 무리라는 판단 아래 결국 이탈리아 측의 수정 예산안을 수용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편, 콘테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의 거취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내년 5월로 예정된 유럽의회 선거가 끝나면 현재 이탈리아 정계에서 가장 높은 지지율을 달리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 겸 내무장관에게 총리직을 물려주고 사퇴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솔직히 말하면, 아직 자리를 넘길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그는 "이번 정부는 일련의 개혁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한 정부로, 그러려면 임기를 다 채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법학 교수 출신의 정치 신인에서 지난 5월 총리로 '깜짝' 지명된 콘테 총리는 극우 성향의 정당 '동맹'을 이끌며 난민 강경 정책의 선봉에 선 살비니 부총리, '오성운동'의 대표로 저소득층을 위한 기본소득 도입에 앞장선 루이지 디 마이오 부총리 겸 노동산업장관 등 두 실세 부총리에 밀려 그동안 별다른 존재감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예산안을 둘러싼 EU와의 협상 국면에서 "양보는 절대 없다"고 버티던 두 부총리, 이탈리아에 대한 압박의 끈을 옥죄던 EU 사이에서 매끄러운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주가가 높아졌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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