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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사업에 정규직만 쓰라고 했더니…'반(半) 프리' 꼼수

<앵커>

그런데 고인은 회사와 정규직 근로 계약과 별개로 프리랜서 용역 계약도 맺었습니다. 정규직인지 프리랜서인지 애매해서 업계에서는 이런 것을 '반(半) 프리'라고 부른다고도 합니다. 이상한 채용 구조가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었습니다.

계속해서 정경윤 기자입니다.

<기자>

차 씨가 SK C&C의 하청업체와 맺은 계약서는 2개였습니다.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에 4대 보험, 퇴직금 등이 명시된 근로계약서, 그리고 프로젝트 이름과 기간, 별도의 금액이 적힌 용역계약서입니다.

정규직 노동자이면서 동시에 프리랜서인 이른바 '반 프리' 계약입니다.

산업은행은 SK C&C에 차세대 프로젝트를 발주 하면서 정규직 직원만 일하도록 요구했습니다. 고용의 안정성을 위해 공공기관의 사업에 정규직을 투입하라는 기획재정부 예규에 따른 겁니다.

그런데 SK C&C는 촉탁직이었던 차 씨의 연봉을 감당할 수 없어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았고, 차 씨는 하청업체를 통해 두 개의 계약서를 써야만 했습니다.

하청업체는 인력소개소 역할을 하고 공공기관인 산업은행과 원청업체는 노동자 처우에 대한 책임을 벗는 구조입니다.

[IT 업계 노동자 : 그 프로젝트 당시에만 정규직인 거지, (회사에서) 어느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그 회사의 일원이라고 생각 안 할 겁니다, 서로.]

무늬만 정규직이지 고용불안과 과도한 업무는 변함없다고 노동자들은 털어놓습니다.

[정찬일/IT 노조 위원장 : (정규직) 직원이라는 걸 확인은 해야 하지만 사람은 프리랜서 쓰듯이 쉽게 자르고 싶기 때문에 '반프리'라는 관행을 만들어서 악용하고 있는 거죠.]

취재진이 만난 관계사들은 반 프리라는 계약 형태가 불법은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이런 기형적인 고용 형태를 묵인하면서 책임을 회피했다는 비난을 피하긴 어려워 보입니다.

(영상취재 : 조춘동·주용진, 영상편집 : 박지인, VJ : 정영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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