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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택시 1만대로 국회 포위하면…카풀 논쟁 끝날까?

20일 택시 파업 (사진=연합뉴스)
택시업계가 예고한 대로, 20일 대규모 집회를 엽니다. 택시 관련 4개 단체가 택시 1만 대를 동원해 국회의사당을 포위하겠다고 공언한 상태입니다. 택시업계는 왜 카카오가 아니라 국회를 찾아갈까요, 국회에 카풀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이 상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그걸 1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켜서 다시는 카풀이 발붙일 수 없게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황주홍 의원이 발의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보면 원래 개인 자가용으로는 돈을 받고 운송행위를 하는 것이 금지되어 있는데 카풀은 예외로 되어 있습니다. 현행법상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는 자가용으로 운송행위를 하는 것이 괜찮습니다. 황 의원의 개정안은 이 예외 조항을 없애자는 것입니다. 이 개정안이 이번 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카풀은 그 자체로 '불법'이 됩니다. 카카오의 시범 서비스도 불법이 되겠지요, 이게 택시업계의 핵심 요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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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퇴근 때"는 몇 시부터 몇 시까지일까?

카풀과 택시 논란은 여러 쟁점이 있지만 핵심은 간단합니다. 개인 자가용으로 유상 운송행위를 할 수 있는 예외 조건인 "출퇴근 때"가 과연 언제냐는 것입니다. 법에는 "출퇴근 때"라고만 되어 있지 그게 '몇 시부터 몇 시까지'라는 시간 규정이 없습니다. 카카오는 그래서 24시간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것입니다. '출퇴근 때'를 세부적으로 정한 규정이 없는 틈을 파고들었습니다. 대신 '출퇴근 때'라고 되어 있으니까, 카풀 횟수만 하루 2번으로 제한했습니다.
박세용 기자 취재파일용
'출퇴근 때'는 과연 몇 시부터 몇 시일까요, 카풀 업계는 당연히 시간을 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직장인도 있고, 자영업자도 있고, 출퇴근 시간은 저마다 다르고, 유연근무제도 확산돼서 과거처럼 출퇴근 시간을 '아침과 저녁'으로 볼 수 없다는 겁니다. 실제로 과거 한 카풀 업체는 "경제활동 인구의 절반가량이 아침 출근, 저녁 퇴근이 아닌 시간대에 통근을 하고, 출퇴근 시간은 24시간에 걸쳐 폭넓게 분포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카카오처럼 24시간 영업을 시작한 적이 있습니다. 반면, 택시업계는 24시간 영업은 사실상 불법이라는 입장입니다. '출퇴근 때'에 대한 입장 차이로 대립의 수위는 높아져 왔습니다.

● 한국인의 출퇴근 시간, 20만 가구 조사했더니…

한국인의 출퇴근 시간은 한국교통연구원이 5년마다 조사하는 데이터가 가장 신뢰할 만합니다. 교통연구원은 전국 광역시와 함께 20만 가구를 직접 방문 조사합니다. 직장인, 자영업자 등 직업을 가리지 않고, 유연근무제 등 근로 형태도 가리지 않고 조사합니다. 2016년 데이터가 가장 최근 것입니다. 조사 결과는 사실 새롭지 않습니다. 출근 시간은 오전 7시~10시 사이가 77%였고, 8시가 37.2%로 가장 많습니다. 퇴근은 오후 4시~9시 사이가 60% 정도, 오후 6시가 19.2%로 가장 많았습니다. 출근보다 퇴근 시간이 약간 더 폭넓게 분포해 있습니다. 이 데이터를 보기 쉽게 그려보면 이렇습니다.
박세용 기자 취재파일용
비슷한 데이터는 또 있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6년 여성관리자패널조사'를 보면 한국 여성의 출퇴근 시간이 나와 있습니다. 이건 전국의 여성 1,384명을 조사한 결과입니다. 출근은 오전 7시~9시 사이가 83%였고, 퇴근은 오후 6시~9시 사이가 88%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본 교통연구원의 조사보다 출퇴근 시간대가 더 집중돼 있습니다만, 패턴은 비슷합니다.
박세용 기자 취재파일용
이렇게 실제 데이터를 보면 "출퇴근 시간이 24시간 폭넓게 분포해 있다"는 카풀 업계 주장이 완전히 틀렸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정확한 표현도 아닙니다. 우리나라 사람의 출퇴근 시간은 여전히 아침과 저녁 특정 시간대에 몰려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나머지 시간대에 출퇴근 하는 사람은 소수입니다. 교통연구원 데이터를 보면 오전 11시 출근이 1.4%, 낮 12시 출근이 0.8%, 오후 1시 출근은 0.9% 등, 오후에 출근하는 사람은 매 시간당 1%를 넘지 않는 걸로 나타났습니다.

● "24시간 카풀 영업"…카풀 업체가 제시한 근거는?

그럼 "출퇴근 시간이 24시간 분포해 있다"는 카풀 업체는 뭘 근거로 들었을까요, 여론조사 결과였습니다. 저희가 해당 조사 결과도 요청해서 살펴봤습니다. 카풀 업체가 설립한 연구소가 한 여론조사 기관과 함께 실시한 조사였습니다. 만 19세 이상 1,151명을 대상으로 나흘간 이메일로 온라인 조사를 했는데 사실 거기서도 출퇴근 시간이 아래 사진처럼 특정 시간대에 몰려 있는 것은 마찬가지였습니다. 오전 7시부터 9시 정각까지 출근한다고 응답한 사람이 전체의 88%였습니다. 퇴근도 오후 5시~7시 사이가 전체의 75.3%였습니다. 출퇴근 시간이 업체 주장대로 24시간 폭넓게 분포한 건 맞지만 출퇴근하는 사람이 24시간 매 시간마다 비슷한 수치로 나타난 건 아니었습니다.
박세용 기자 취재파일용
● 카카오와 택시업계, 한 발씩 양보할 명분이 있다

'출퇴근 때' 카풀을 허용한 예외규정은 1994년 8월, 자동차운수사업법을 개정하면서 만들어졌습니다. 24년 전입니다. 그때도 출퇴근 시간에 차 막힌다고 해서 카풀을 허용한 것입니다. 교통 정체를 막기 위해서 출퇴근 시간에만 개인이 돈 받고 자가용 태워주는 걸 예외적으로 허용한 것입니다. 그런데 법에 출퇴근 시간 규정이 없다고 24년이 지난 지금 카풀 업계가 24시간 영업을 하겠다는 것은 물론 불법은 아니지만 입법 취지와는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앞서 보신 것처럼 한국인의 출퇴근 시간은 여전히 아침과 저녁, 특정 시간대에 몰려 있기 때문입니다. 이 점에선 카카오가 24시간 영업 주장에서 한발 뒤로 물러날 여지가 있습니다.
박세용 기자 취재파일용
양보의 여지가 있는 건 택시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1994년에 차 막힌다고 카풀을 허용했는데, 지금 24년 전보다 차가 덜 막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지금 차량 등록 대수는 1,600만 대에 달합니다. 교통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차를 혼자 타는 '나 홀로 탑승'은 82.5%입니다. 카풀을 허용한 입법 취지는 여전히 유효합니다. 출퇴근이 몰리는 시간대에는 어차피 택시가 부족합니다. 영업 타격이 상대적으로 덜합니다. 택시기사분들 반발도 덜하고요, 법에 카풀이 전면 금지돼 있는 것도 아닌데 카풀은 불법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카풀 전면 금지법을 통과시키라는 요구도 시민의 지지를 얻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카카오가 영업시간을 제한한다면, 택시업계는 카풀 서비스 출시 자체는 인정해주는 걸 검토할 수 있습니다.

19일 한 언론은 택시업계가 처음 자구책을 내놨다면서 택시 중심으로 카풀을 운영하는 방안을 내놨다고 보도했습니다. 승객이 몰리는 출퇴근 시간과 심야 시간에 일명 '택시 카풀'(요금 쉐어) 제도를 운영한다는 아이디어인데 이건 사실상 택시 '합승'과 비슷한 얘기여서 새로울 게 없습니다. 유상 운송 행위에 개인 자가용이 발을 못 붙이게 원천 봉쇄한다는 점에서 '카풀 전면 금지법'과 맥락은 같아 보입니다. 국회에는 카풀 전면 금지법 말고, 다른 개정안도 발의돼 있습니다. 출퇴근 시간을 "오전 7시~9시, 오후 6시~8시"로 구체적으로 정하자는 겁니다. 개정안을 발의한 문진국 의원(비례대표)은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위원장 출신입니다. 택시로 국회를 포위하는 것만으로는 쉽게 해결될 것 같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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