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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에도 멈추지 않는 벨트…'태안화력 사고' 119 통화내역 입수

<앵커>

고 김용균 씨는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를 점검하고 청소하는 일을 했습니다. 가능한 빨리 석탄을 날라야 했기 때문에 김 씨는 움직이는 벨트에서 쉼 없이 위험한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보도에 이경원 기자입니다.

<기자>

사흘 전 새벽 24살 김용균 씨가 주검으로 발견된 뒤 회사 측이 119와 통화한 내용입니다.

[회사 : (경찰) 과학수사대까지 다 오셨는데 그분들이 다 확인하시고 일단 시신을 좀 옮기기 위해서 그런 거예요.]

[119 : 그럼 이미 돌아가신 상태예요? (예.) 그럼 경찰 수사도 다 끝난 상태예요? (예, 예)]

경찰에는 이보다 1시간 반이나 먼저 신고했습니다.

매뉴얼의 신고 순서가 바뀐 겁니다.

게다가 숨진 김 씨 동료들은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 청소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고 말합니다.

벨트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작업하는 일도 다반사였습니다.

[태안 발전소 운전원 : (벨트) 정비 때문에 늦어진다든지 그런 거는 없고 (용납 안 되고.) 무조건 레벨이 있어요. 탱크(저장소)에 얼마만큼 이상 채워라 그러니깐 벨트를 세우려야 세울 수가 없죠.]

벨트를 멈춰도 하루 3번 이상은 멈출 수 없습니다.

석탄 저장고에 일정 수준 이상의 석탄이 쌓여 있어야 하는데 3번 넘게 멈추면 그 수준을 맞출 수 없고 발전 공정에도 차질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생산 효율을 위해 안전이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심지어 사고 직후 김 씨가 숨진 벨트만 멈췄고 바로 옆 벨트는 계속 돌아갔습니다.

컨베이어 벨트는 정기 안전검사가 필요한 유해·위험 기계로 지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발전소 컨베이어 벨트 작업장은 위험 장소에서 빠져 안전 감시인을 두는 것도 사업주 자율에 맡겨져 있습니다.

누군가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는 버튼만 눌렀어도 김 씨의 목숨을 살렸을 거라며 동료들이 안타까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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