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람이 죽어도 돌아가는 벨트…119 통화내용 입수

정규진 기자 soccer@sbs.co.kr

작성 2018.12.13 20:28 수정 2018.12.13 22:0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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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발전소에서 하청 노동자로 일하다 숨진 24살 청년의 안타까운 이야기, 오늘(13일)도 전해드립니다. 먼저 이곳이 김용균 씨가 일했던 발전소의 컨베이어 벨트입니다. 이 벨트를 통해서 석탄이 옮겨지고 그걸로 전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김 씨는 수 킬로미터 길이의 벨트를 점검하고 또 청소하는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가능한 빨리, 또 많은 석탄을 날라야지 전기를 더 많이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김용균 씨는 움직이는 벨트에서 위험한 작업을 해야 했습니다.

이 내용과 함께, 저희가 단독 입수한 사고 당시 119 통화 내용을 정규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그제 새벽 24살 김용균 씨가 주검으로 발견된 뒤 회사 측이 119와 통화한 내용입니다.

[회사 : (경찰) 과학수사대까지 다 오셨는데 그 분들이 다 확인하시고 일단 시신을 좀 옮기기 위해서 그런 거예요.]

[119 : 그럼 이미 돌아가신 상태예요? (예.) 그럼 경찰 수사도 다 끝난 상태예요? (예, 예)]

경찰에는 이보다 1시간 반이나 먼저 신고했습니다.

매뉴얼의 신고 순서가 바뀐 겁니다.

게다가 숨진 김 씨 동료들은 석탄을 나르는 컨베이어 벨트 청소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고 말합니다.

가장 힘든 것은 달라붙은 석탄 찌꺼기를 떼 내는 작업입니다.

발전소의 석탄은 분진을 막으려고 물이 뿌려진 상태여서 반죽처럼 눌어붙습니다.

[태안 발전소 운전원 : 얼음 깨고 작업하신다고 보시면 정확해요. (석탄찌꺼기가) 40cm에서 60cm 이상, 날씨가 좀 추운 날은 그 정도 쌓여요. 두껍게…]

벨트 가까이 몸을 넣어 꼬챙이로 뜯어내야 하는데 숨진 김 씨도 이런 일을 했습니다.

[태안 발전소 운전원 : (작업창 안으로) 무조건 몸을 넣어야 해요. 밑에 쪽을 봐야 밑에도 제거가 됐는지 확인을 해야 되니까요.]

벨트가 돌아가는 상황에서 작업하는 일도 다반사였다고 동료들은 말합니다.

[태안 발전소 운전원 : (벨트) 정비 때문에 늦어진다든지 그런 거는 없고 (용납 안 되고). 무조건 레벨이 있어요. 탱크(저장소)에 얼마만큼 이상 채워라 그러니깐 벨트를 세우려야 세울 수가 없죠.]

벨트를 멈춰도 하루 3번 이상은 멈출 수 없습니다.

석탄 저장고에 일정 수준 이상의 석탄이 쌓여 있어야 하는데 3번 넘게 멈추면 그 수준을 맞출 수 없고 발전 공정에도 차질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특히 영하 5도 이하에서는 24시간 연속 운전하라는 지시도 내려왔습니다.

생산 효율을 위해 안전이 밀려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심지어 사고 직후 김 씨가 숨진 벨트만 멈췄고 바로 옆 벨트는 계속 돌아갔습니다.

컨베이어 벨트는 정기 안전검사가 필요한 유해, 위험 기계로 지정돼 있습니다.

하지만 발전소 컨베이어 벨트 작업장은 위험 장소에서 빠져 안전 감시인을 두는 것도 사업주 자율에 맡겨져 있습니다.

2인 1조 근무가 의무화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누군가 컨베이어 벨트를 멈추는 버튼만 눌렀어도 김 씨의 목숨을 살렸을 것이라며 동료들은 안타까워했습니다.

(영상편집 : 이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