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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비정규직 청년, 위험한 곳에서 홀로 일하다 숨져

<앵커>

화력발전소에서 야간작업을 하다 숨진 20대 노동자는 혼자서 순찰뿐만 아니라 돌아가는 벨트에서 석탄 제거 업무까지 해야 했습니다. 안전을 위해 2인 1조 근무가 필요한 곳이었지만 노동자의 요구는 무시됐습니다.

정혜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석탄을 나르는 기다란 컨베이어벨트. 이틀 전 숨진 24살 김용균 씨는 이 캄캄한 곳에서 벨트가 잘 돌아가는지 순찰하면서 청소하는 일까지 했습니다.

[故 김용균 씨 비정규직 동료 : (청소하려면) 상체가 (컨베이어 벨트 시설에)좀 들어가야 되지 않습니까. 보이다시피 그렇게밖에 구조가 안 되어 있잖아요. 확인하려면 천상 머리를 좀 넣든 멀리서 보든 손을 넣어서 봐야 됩니다.]

발전소의 정비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이 현장에 내려보낸 지시서입니다. 운전원들에게 벨트 구석구석에 낀 석탄 찌꺼기 등을 제거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근무 인원은 단 1명. 벨트에 끼이는 위험천만한 상황에서도 도와주거나 벨트 가동을 멈춰줄 동료가 없는 겁니다.

[故 김용균 씨 비정규직 동료 : (안전장치) 그걸 만든 이유가 뭐겠습니까. (2인 1조로) 옆에 누군가 동료가 문제가 생겼을 때 세우라는 거예요.]

이 발전소의 하청업체 노동자 참사는 거의 해마다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곳 태안화력발전소에서는 지난 8년 동안 외주업체 노동자 12명이 사고로 목숨을 잃었습니다.

또 태안발전소 운영사인 서부발전 등 5개 발전사에서 산재로 목숨을 잃은 40명 중에 90%가 넘는 37명이 하청노동자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한국발전기술이 사고 직후 직원들 입막음에 나섰다는 증언도 나왔습니다.

[박준선/공공운수노조 조직국장 : (현장에서) 어떤 일이 있었냐, 회사에서 이런 거 얘기하면 얘기하지 말라. 그런 시도들이 좀 있었던 것으로 보이고요.]

고용노동부는 사건 축소 의혹과 함께 김 씨의 시신이 5시간 넘게 방치된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특별감독에 참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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