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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중앙은행 총재 사임에 시장 출렁…후임에 친 모디 관료

우르지트 파텔 인도중앙은행(RBI) 총재가 정부와 수개월간 통화정책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은 끝에 사임했습니다. 파텔 총재의 갑작스러운 사임 소식에 인도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거렸습니다.

파텔 총재는 10일(현지시간) 성명을 내 '개인적인 사유'로 "현직에서 즉각 물러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이 보도했습니다.

2016년 9월 라구람 라잔 전 총재의 뒤를 이어 취임한 파텔 총재의 임기는 3년으로 내년까지였습니다.

그의 갑작스러운 사임은 인도중앙은행의 다음 이사회를 불과 나흘 앞두고 나온 것이며 인도가 내년 총선의 방향타가 될 주의회 선거 결과를 기다리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시기에 나온 것입니다.

인도중앙은행은 나렌드라 모디 인도 정부로부터 악성 채무 문제를 안고 있는 공공부문 은행들에 대한 대출 규제를 완화하고 정부의 재정적자를 메우는 데 중앙은행 준비금 일부를 활용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아왔습니다.

파텔 총재가 이끄는 중앙은행은 인도 루피화 가치가 올해 들어 10% 넘게 급락하는 등 자본 유출 우려와 경제 기초체력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매파적 금융정책을 펼쳐왔습니다.

그러나 이는 내년 총선을 준비하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갈등을 촉발했습니다.

지난 10월 말에는 비랄 아차리아 RBI 부총재가 연설에서 중앙은행의 자율성을 침해하는 것은 파멸적인 일이라고 경고하면서 인도 정부의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논란이 공개적으로 불거졌습니다.

14일로 예정된 RBI 이사회에서도 정부의 더 완화적인 금융·통화 정책 요구를 둘러싼 격한 논쟁이 예고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모디 총리는 자신의 트위터에 파텔의 사임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는 듯이 파텔을 칭송하는 글을 올렸습니다.

그는 파텔이 "흠잡을 데 없는 진실성을 지닌 철저한 전문가"라며 "우리는 그를 대단히 그리워할 것"이라고 썻습니다.

파텔 총재의 사임 소식이 전해지자 인도 금융시장에 곧바로 충격파가 미쳤습니다.

중앙은행 독립성 침해 논란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이날 진행된 주의회 선거 개표에서 집권 인도국민당(BJP)이 고전한다는 소식까지 더해졌기 때문입니다.

당장 인도 루피화 선물은 장외 거래에서 5년여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했으며 인도 주식을 추종하는 최대 상장지수펀드(ETF)인 아이셰어스 MSCI 인도 ETF도 2년 만에 최대 하락률을 보였습니다.

장이 열리자 달러당 루피화 환율은 전날 71.32루피보다 1.6% 오른 72.46루피를 찍었습니다.

국채 10년물 금리도 7.587%에서 7.652%로 0.065%포인트 상승하는 등 불안한 모습이었습니다.

대표 주가지수 뭄바이 증시 센섹스(SENSEX)도 전날보다 504포인트가 빠진 34,455를 기록했습니다.

다만 이처럼 장 초반 불안했던 환율과 주식시장은 등락을 거듭하다가 안정세를 되찾았습니다.

센섹스 지수는 전날보다 오히려 0.54%(190포인트) 오른 35,150으로 마감했고, 달러당 루피화 환율도 71.85루피로 다소 낮아졌습니다.

한편, 인도 정부는 이날 오후 파텔 총재의 후임으로 친(親)모디파 관료 샤크티칸타 다스를 임명했습니다.

다스는 재정부 고위 관료 출신으로 2016년 모디 정부의 화폐 개혁을 주도한 인물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힙니다.

인도 정부는 2016년 11월 검은돈 근절과 조세기반 확대를 이유로 내세우며 전격적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했습니다.

이를 위해 당시 시중 유통 현금의 86%를 차지하던 500루피(약 7천800원), 1천 루피 지폐 사용을 일시에 중지하고 새 지폐로 교체했습니다.

하지만 기대만큼 부패는 척결되지 않고 소비와 투자만 위축돼 경제가 한동안 어려움을 겪었다고 그간 현지 언론은 지적했습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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