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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의 벽' 절감한 야 3당…선거제 개혁, 불씨 살려 가나

내년도 예산안이 오늘(8일) 새벽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끝내 '선거제 개혁'은 여야 합의문에서 빠졌습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 두 거대정당이 선거제 개혁에 대한 합의 없이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국민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강력하게 주장한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야 3당은 거대양당이 쌓은 높은 벽을 실감해야 했습니다.

다만 민주당과 한국당이 예산안 처리 이후 선거제 개혁 논의에 나서겠다고 밝힌 만큼 불씨는 살아 있습니다.

야 3당 가운데 유일한 교섭단체인 바른미래당은 예산안 협상 과정에서 예산안 처리와 선거제도 개혁을 연계하는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시한 내 예산안 처리는 정부·여당의 가장 약한 고리라고 보고 집중 공략에 나선 겁니다.

그러나 민주당의 입장은 완강했습니다.

선거제도 개혁과 예산안 처리는 연계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예산안을 볼모로 선거법을 관철한다는 것에 어느 국민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6일에는 급기야 야 3당을 상대로 "예산안과 선거제 연계방침을 철회하지 않으면 한국당과 예산안을 처리하겠다"고 최후통첩 보냈습니다.

선거제 개혁에 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민주당과 야 3당 간 갈등을 관망하던 한국당도 결국 돌아섰습니다.

사사건건 대치하던 민주당과 한국당이 '예산안과 선거제도 개혁 연계 불가'를 고리로 손을 잡은 모양샙니다.

이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비롯해 야 3당이 요구하는 선거제 개혁안에 대한 민주당과 한국당의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진 데 따른 겁니다.

거대 양당은 연동형으로 선거를 치르면 의석수가 감소할 걸로 우려합니다.

야 3당은 강력하게 반발했습니다.

이들 정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민주당과 한국당이 야합을 했다"고 규탄했고,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와 정의당 이정미 대표는 즉각 단식투쟁에 들어갔습니다.

'더불어한국당'이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의석수 49석의 야 3당이 거대양당의 벽을 넘기에는 역부족이었습니다.

특히 7일 막바지 협상을 통해 선거제 개혁 시점을 명시한 새 합의안을 도출하려 했지만 거부당했습니다.

거듭된 협상에도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표현을 놓고 여야 5당의 이견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고, 한국당이 제시한 '도농 복합형 선거구제'가 또 다른 변수로 작용하며 줄다리기가 이어졌습니다.

홍 원내대표는 오늘 새벽 기자들과 만나 "더이상 만날 생각이 없다"며 협상 결렬을 선언했습니다.

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 역시 기자들에게 "선거제 개편을 논의하고 바른미래당 손학규·정의당 이정미 대표의 단식 문제도 풀어보려고 했지만 여의치 않았다"며 "현재는 어려운 구조"라고 밝혔습니다.

바른미래당 내에서조차 '예산안·선거제 개편 연계 전략'에 대한 비판이 나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선거제 개혁의 불씨가 꺼진 건 아닙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부터라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논의를 빨리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여야 원내지도부 중심으로 예산안이 다뤄졌다면, 이제는 국회 정개특위를 중심으로 선거제 개혁 논의에 나서겠다는 뜻입니다.

국정 운영에서 우군으로 통하던 평화당이나 정의당과 척을 지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처럼 보입니다.

이들 정당과 추진한 공조가 깨지면 개혁 입법 등이 한층 어려워지기 때문입니다.

한국당 입장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정부·여당을 견제하기 위해 바른미래당의 협조가 절실한 만큼 바른미래당과의 관계 악화는 대여(對與) 투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어제 원내대책회의에서 "선거구제 개편은 여야 간 충분한 논의가 지속해야 할 사안이며, 현실에 적합한 선거제도가 확립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본격적 논의에 들어가면 각 당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려 합의안 도출에 큰 진통이 따를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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