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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또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자격 요건 불분명한 '사설 위탁모'

[리포트+] 또 발생한 아동학대 사망…자격 요건 불분명한 '사설 위탁모'
지난 10월, 두 살짜리 아이가 위탁모에게 학대를 당하다가 숨지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수사 결과 위탁모는 아이를 돌볼 수 없을 만큼 극심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고, 심지어 아동학대 의심 신고도 5차례나 접수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리포트+] '우울증 이력 있어
한 부모는 인터넷 카페에 '위탁모 아동학대 기사에 손발이 떨린다'는 제목으로 "아동학대에 관대한 것은 전형적인 후진국 양상"이라며 "GDP만 오른다고 선진국이 아닌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간과하는 우리나라에서 내 아이 키우기 무섭다고"라고 토로했습니다. 오늘 리포트+에서는 자격 요건이 불분명한 '사설 위탁모'의 실태와 문제점을 짚어봤습니다.

■ "맡길 곳 없어서 사설 위탁모 찾았는데"…4달 만에 주검으로 돌아온 아이

두 살짜리 딸이 사망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게 된 문 모 씨. 부부가 아이를 사설 위탁모에게 맡겼다가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문 씨 부부가 처음부터 사설 위탁모를 찾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보건 당국이 운영하는 가정위탁지원센터를 먼저 찾아갔지만, 돌아온 것은 부모가 다 있는 만큼 지원 대상이 아니라는 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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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 수 없이 사설 위탁모 김 모 씨에게 아이를 맡겼지만, 이미 김 씨는 4명의 아이를 돌보는 상황이었습니다. 게다가 김 씨는 평소 아이들에게 폭행을 일삼았고 일부 아이는 학대 과정에서 화상까지 입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문 씨 부부의 아이는 머리를 심하게 다친 채 방치돼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 아이 죽음 뒤에야 드러난 '우울증 전력'…사설 위탁모 관리하는 법령 없어

더 큰 문제는 위탁모 김 씨가 오랫동안 심각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는데 부모들은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는 겁니다. 또 김 씨의 아동학대를 의심하는 신고가 지난 2016년부터 이미 5차례 들어왔고 2차례는 경찰이 김 씨의 집까지 동행했지만, 아동학대 정황을 확인할 수 없었습니다.

경찰 측은 "단 건으로 보면 당시 화상이나 아기가 울었다는 신고 등으로 정식 수사에 착수하기는 여러 면으로 어려움이 있었다"고 해명했고 "피해 아동이 김 씨와 애착 관계가 강했고 집도 깨끗한 상태였기 때문에 학대를 강하게 의심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검찰 측의 설명입니다.

현재 아이를 다른 가정이나 기관에 맡기려면 지방자치단체(이하 지자체) 심의를 통해 '요보호아동'으로 승인받아야 합니다. 하지만 심각한 아동학대나 부모의 사망, 수감 같은 경우가 아닌 경제적 이유만으로는 도움을 받기 어렵습니다. 결국 경제적으로 어려운 계층일수록 생업에 쫓겨 사설 위탁모를 찾을 수밖에 없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는 사설 위탁모가 아이를 돌볼 만한 능력과 인성을 갖췄는지 검증할 제도가 마련돼있지 않습니다.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 지자체 어디에도 이들을 관리하는 부서나 법령이 없습니다.

■ "30분 만에 교육 마치고 자격증 딸 수 있어"…무용지물인 민간 자격증

사설 위탁모를 소개해주는 민간 업체들도 허술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주민등록등본이나 건강진단서만 있으면 소개받을 수 있는 자격을 갖추게 됩니다. 관련 자격증이 있지만 이는 민간 기관을 통해 쉽게 발급되는 데다가 교육 과정에도 빈틈이 많습니다.

지난 10월, 여성가족부 국정감사에서 송희경 자유한국당 의원은 "강의를 다 듣지 않고 일부만 들어도 출석이 인정됐고 30분 만에 자격증을 딸 수 있었다"며 관련 자격증의 허점을 지적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5년 전인 2013년, 사설 위탁모 교육 마련, 소개 업체 관리 감독 강화 등의 내용을 담은 '사설 위탁모 관리 체계 개선 보고서'를 내놓고 여성가족부 측에 시행을 권고했지만, 아직 시행된 것은 없습니다. 또 관련 법안이 다수 발의됐지만 계류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사설 위탁모 자격에 대한 검증이 엄격하게 이뤄집니다. 미국의 경우, 반드시 범죄 경력을 확인하고 영국에서는 범죄 경력 조회와 더불어 응급조치도 할 수 있는지 확인하고 있습니다.
[리포트+] '우울증 이력 있어
상황이 여의치 못해 아이를 다른 사람에게 맡겨야 하는 부모들. 아이들을 죽음까지 내모는 끔찍한 아동학대가 반복되는 것을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기획·구성: 곽상은,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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