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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장현 전 광주시장 "인간 노무현 지키려다 바보 됐다"

윤장현 전 광주시장 "인간 노무현 지키려다 바보 됐다"
네팔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윤장현 전 광주시장이 한 매체와의 통화에서 "노무현의 혼외자 말이 나오는 순간, 인간 노무현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윤 전 시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를 사칭한 김 모 씨에게 거액을 사기당하고 자녀 채용 청탁까지 들어준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하고 다음 주초 귀국해 검찰에 출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윤 전 시장은 권 여사를 사칭한 김씨가 "비서관한테도 말을 못 했는데 노 대통령이 순천 한 목사의 딸 사이에 남매를 두고 있다"며 "이들을 좀 도와달라"고 했고 "이 소리를 듣는 순간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윤 전 시장은 지난해 12월 권 여사라고 사칭한 김씨의 문자 메신지를 받고 곧바로 전화를 걸어 30여분동안 통화했다고 말했습니다.

윤 전 시장은 "전화 말미에 노무현 혼외자 말을 듣는 순간 소설처럼 내 머리에 뭔가가 꽂힌 것 같았다"며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누구와도 상의하지 않았고, 인간 노무현의 아픔을 안고,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이성이 마비됐으며, 내가 바보가 됐다"고 한참을 자책했습니다.

김씨는 윤 전 시장에게 "애를 보살폈던 양모가 연락을 줄 테니 받아보고 챙겨달라"며 전화번호를 알려줬고, 1인 2역을 한 사기꾼 김씨는 2∼3일 뒤 직접 시장실에 나타나 태연히 자신의 두 자녀 취업 청탁을 했습니다.

김씨 아들은 김대중컨벤션센터 계약직으로, 딸은 모 사립중 기간제 교사로 채용됐다가 지난 10월과 지난 4일 각각 계약이 만료됐거나 자진 사직했습니다.

김씨는 학교에 취업한 딸의 결혼 주례도 윤 전 시장에게 부탁하는 등 대범함을 보였습니다.

4차례에 걸쳐 돈을 송금받은 김씨는 윤 전 시장에게 돈을 요구하면서 권 여사의 진짜 딸 이름도 들며 돈을 뜯어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윤 전 시장은 공천을 대가로 거액을 보낸 것 아니냐는 의심에 대해 "공천 대가라면 은밀한 거래인데 수억원을 대출받아서 버젓이 내 이름으로 송금하는 경우가 어디 있겠느냐"며 "말 못 할 상황에 몇 개월만 융통해달라는 말에 속아 보낸 것뿐"이라고 항변했습니다.

검찰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3일까지 출석을 요청한 것과 관련해 그는 "반드시 13일 이전에 검찰에 나가 모든 것을 밝힐 것이며 공인으로서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자랑스러운 광주의 역사에서 전직 시장이 포토라인에 선다는 것 자체가 시민들께 죄송하고 부끄러울 뿐이"라며 용서를 구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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