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잘못하면 처벌"…멕시코 새 대통령, 면책특권 폐지한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신임 대통령이 헌법 개정을 거쳐 현직 대통령에게 부여된 면책특권을 없애기로 했습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연 정례 기자회견에서 "헌법에 보장된 현직 대통령에 대한 면책특권이 끝나가고 있다"며 "대통령도 일반 시민처럼 범죄를 저지르면 재판정에 서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헌법 개정을 위해 상원에 발의안을 보냈다"며 "선거 공약을 지키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멕시코 헌법은 현직 대통령이 반역죄를 범해야만 재판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암로는 취임을 축하해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트위터에 "새로 취임한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에게 축하한다"며 "그는 멕시코인들의 엄청난 지지를 받아 어마어마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고 적었습니다.

전문가들은 진보 성향의 암로와 보수적인 트럼프 대통령이 서로 다른 이념적 기반을 가지고 있어 이민자, 무역 등을 놓고 대립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두 정상은 아직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암로는 자신이 어떻게 중남미 제2 경제 대국을 이끌어갈지 우려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시장과 해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는 데도 주력했습니다.

그는 "나는 자유 시장에 우호적인 사람"이라며 "시장은 포고령에 의해 규제될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암로는 지난 7월 멕시코 대선에서 모레나(MORENA·국가재건운동), 노동자당(PT) 등 중도좌파 정당으로 이뤄진 '함께 역사를 만들어 갑시다' 연대의 통합 후보로 나서 53.2%를 득표하는 압승을 거두며 당선됐습니다.

이는 89년간 이어진 보수우파 정권의 장기집권 속에 만연한 부패, 폭력, 빈곤, 불평등에 대한 국민의 심판으로 평가됐습니다.

그는 지난 1일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깊고 근본적인' 변화를 예고했습니다.

취임 연설문에는 제4차 변혁,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긴축재정, 자본주의 시장경제 원칙 존중, 국내 산업 발전 프로젝트, 인간다운 삶 보장, 대통령 권위 철폐, 국군 개혁, 외교원칙, 본인의 신념과 다짐 등이 담겼습니다.

암로는 매일 아침 공공치안 회의를 연 뒤 기자회견을 통해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취임 전과 마찬가지로 민항기를 이용하고 전용기 매각 절차에 착수하는 등 자신의 파격적인 대선 공약을 하나둘씩 실천하며 소통·소박 행보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연합뉴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