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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m 통신 케이블 끊기자 '일상 마비'…모래성 위 IT 강국

<앵커>

KT 아현지사 화재로 통신 대란이 벌어진 지 일주일이 지났습니다. 구리케이블은 60% 정도만 복구돼서 여전히 전화와 카드 결제가 안 되는 곳이 많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온 통신 서비스가 실은 무너지기 쉬운 모래성 위에 있다는 사실을 깨우쳐 줬는데요, 많은 것들이 연결돼있는 초연결사회가 한순간 끊겼을 때 얼마나 쉽게 위험에 빠지는지 되새겨봐야 할 대목입니다.

김민정 기자입니다.

<기자>

따로따로 떨어져 있는 것들은 하나가 위험에 빠져도 다른 것들은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무사합니다.

그러나 서로 연결돼 있다면 얘기가 다르죠. 안전하던 것들도 위험에 빠지게 됩니다.

연결의 정도가, 영향을 주고받는 정도가 클수록 더 위험해집니다.

초연결사회는 위험사회입니다.

"지하에 스프링클러가 없고"

"세상이 깜깜한 19세기로 돌아간 느낌이었어요"

불과 79m 길이 통신 케이블이 불탔는데 서울의 4분의 1 지역에서 KT 통신이 먹통이 됐습니다.

사람들은 무력해졌습니다.

[이종욱/서울 마포구 : 연락이 아무것도 안 되고요. 시스템 하나 무너지니까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도 허무했고….]

사람들은 위험에 노출됐습니다.

[박인범/시각장애인 : (데리고 오기로 돼 있던) 안내자 번호가 KT 가입자 번호다 보니까 (연락이 안 돼 길에서 시간 기다려야 했습니다.) 매일 같이 쓰던 게 이렇게 안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구나.]

휴대전화, 카드 결제, 교통정보, 의료정보.

사회의 여러 구성 요소들을 촘촘하게 이어주며 생활의 편리와 경제적 효용을 만들어내는 통신 네트워크는 허물어지기 쉬운 모래성 위에 있었습니다.

통신구 길이가 5백 미터가 안 된다는 이유로 화재에 무방비 상태였습니다.

[서이종/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 (이번 화재는) 어이없는 그런 사건이기 때문에 IT 강국이라고 하면서도 실제로 핵심 망의 관리가 얼마나 허술하게 돼 있나….]

하지만 불이 난 KT 아현지사는 서울의 4분의 1이나 담당하는 허브 지사였습니다.

연결망의 몸집이 클수록 망 중추에 닥친 위험이 초연결사회 전체의 위험으로 더 크게 확산한다는 사실이 이런 사고는 실증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남기범/서울시립대 도시사회학과 교수 : 집중화된 부분에서 어느 한 부분이라도 약간의 문제가 생기게 되면, 시민과 이용자들은 큰 피해를 본다는 게 위험사회론의 제일 중요한 (부분입니다.)]

아현지사보다 관할 구역이 훨씬 넓은 곳에서 당장 대처하기 어려운 사고가 난다면 피해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이번 사고는 초대형 사고의 전조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연결망의 어느 한 선이 끊어지면 다른 선이 바로 대체할 수 있도록 하거나 다른 선으로 돌아가 이어지게 해야 합니다.

한 회사가 막기 어려우면 다른 회사 망이라도 곧바로 끌어다 쓸 수 있어야 합니다.

통신사들이 민간 영역이긴 하지만 통신은 공공의 안전을 위한 공공재라는 관점에서 해법을 짜는 데 머리를 맞대야 할 겁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김현상, 영상편집 : 박기덕, CG : 서승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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