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E 제보하기

[단독] 향정신성의약품 '억지 처방' 받아 남용…약에 취한 교도소

이현영 기자 leehy@sbs.co.kr

작성 2018.11.30 20:42 수정 2018.11.30 21:20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앵커>

향정신성의약품을 의사 처방에 따르지 않고 잘못 먹거나 많이 복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이 이런 약들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먹거나 또 서로 몰래 그런 약을 사고 판다는 의혹이 있어서 저희가 취재해 봤습니다.

먼저 이현영 기자가 단독 취재한 내용 보시고 계속 이야기 이어가겠습니다.

<기자>

3년간 교도소에서 복역하다 지난달 출소한 A 씨. 출소 이후 심한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다고 합니다.

[A씨 (지난달 출소) : 지금이 더 힘든 것 같습니다. 안에 있는 것보다. 잠이 안 옵니다. 며칠 잠을 못 자고 있다 아닙니까.]

교도소에서 잠이 안 온다며 졸피뎀 같은 향정신성의약품을 처방받아 2년 반 동안 복용해오다 자신도 모르게 중독된 겁니다.

재소자들은 교도소 의무관이나 방문 의사의 진료를 거쳐 처방을 받게 됩니다. 그런데 생떼나 심지어 협박까지 해가며 향정신성의약품 처방을 받아내는 사례가 있다고 합니다.

[위탁 진료 병원 의사 : 마약 사범 같은 경우에 다른 재소자들에게 '이 약이 좋다, 저 약이 좋다' 이런 식으로 코치하고. 보통 환자들이 아니라서 조금만 막 하면 협박 내지는… 싸울 수도 없고. 한두 번이지.]

가족이나 지인이 외부에서 재소자용으로 처방받아 보내주는 일도 흔하다고 합니다.

[B씨 (지난 1월 출소) : 내 이름 대고 내 동생이라든지 우리 지인이 가서 그런 식으로 해도 처방전만 내 주면 들어오는 거야.] 

지난 10월 한 달 동안 경북북부3교도소엔 외부 처방을 근거로 구매한 향정신성의약품 255개가 반입됐습니다.

심각한 건 일부 재소자들이 이런 약품을 처방대로 복용하지 않고 모았다가 한꺼번에 먹는다는 겁니다.

[C씨 (지난 4월 출소) : 몸이 붕 뜨고 이상하거든. 막 바깥에서 소주 마시는 것 같고. 나중에 힘들 때 이틀치 모아서 한꺼번에 털어먹고 이러는 거지.]

[D씨 (지난 6월 출소) : 교도소 생활하면 무료하잖아요. 그럼 약 먹고 그냥 기분 좋게 가 있는 거예요.]

물론 교도관이 감시하기는 합니다. 교도관들이 재소자에게 직접 약을 건네주고 복용하는 것도 확인하지만 눈속임을 막지 못 하는 겁니다.

[현직 교도관 : (약을) 잇몸과 치아 사이 뭐 이런 데 숨겼다가 지나가면 다시 꺼내서 한꺼번에 먹고 이렇게 하고.]

담배나 간식 같은 물건이나 영치금으로 재소자들끼리 약품을 사고 파는 일이 빈번하다는 증언도 있습니다.

[C씨 (지난 4월 출소) : 요구를 하는 거지. 구매물을 시켜주라. 그렇게 해서 (약품과) 교환이 되는 거예요.]

실제로 지난해 경북북부3교도소에선 30대 재소자가 자신이 처방받아 갖고 있던 향정신성의약품을 소시지와 빵 같은 간식거리를 받고 다른 재소자에게 넘겨 벌금 200만 원형을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조성남/을지대 중독재활복지학과 교수 : 안에서 자기 혼자 막 (약품을) 남용하다 보면 밖에 나와서도 약을 계속 먹게 되고 그럼 점점 양이 많아지면서 의존이 되니까 끊기도 힘들어지고….]

출소자들과 교도관의 증언에 대해 법무부에 입장을 물었는데, 수용자 개별 교육 등을 통해 의약품 오남용 방지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을 뿐 구체적인 답변은 없었습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배문산·주용진·최대웅, 영상편집 : 김준희)

---

<앵커>

이 내용 취재한 이현영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Q. 수용시설 내부 향정신성의약품 처방 건수는?

[이현영 기자 : 최근 3년간 전국 교도소에서 21개 향정신성 의약품을 처방한 건수를 보면 처방되는 양과 받아가는 재소자 숫자가 계속 늘고 있습니다. 다만 1인당 처방 양은 6건 안팎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교정시설 안에서 향정신성의약품 문제가 불거지자 법무부가 작년에 향정신성의약품 등 의약품 복용 관리 강화 방안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Q. 교도소 외부 반입 약품이 더 많다?

[이현영 기자 : 가족이나 지인이 외부 처방전을 근거로 의약품을 사서 들여보내면 교정시설에서 감정한 뒤 재소자에게 주는 구조입니다. 그런데 외부 병원이 재소자의 상태를 정확히 진단했다고 장담하기 어렵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외부 병원과 교도소 간에 재소자에 대한 정보, 반입 의약품의 종류와 양에 대한 정보를 긴밀히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들어보시죠.]

[천영훈/정신의학과 전문의 : 밖에서 약을 타서 오니까 이걸 통제할 수가 없는 거예요. 의사가 계속 그 안에서 환자 상태를 감시하고 필요할 때는 약을 썼다가 감약할 때는 감약하고 이런 것들이 돼야 되는데.]

[이현영 기자 : 재소자들이 교도관의 눈을 피해 향정신성의약품을 모아두는 걸 막아야 하는데, 방 검사나 재소자 감시를 강화하는 게 대안이겠지만 알약은 가루로 빻아 주는 것 또한 하나의 유용한 방식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영상취재 : 이승환·배문산, 영상편집 : 이승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