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호흡기 뺏긴 것 같아" 통신 대란에 고립된 장애인

정다은 기자 dan@sbs.co.kr

작성 2018.11.27 20:56 조회수
프린트기사본문프린트하기 글자 크기
<앵커>

느닷없는 통신 대란에 많은 이들이 큰 피해를 봤는데 장애인과 혼자 사는 어르신 같은 사회적 약자들은 고립된 느낌에 더 힘들었습니다. 산소호흡기를 뺏긴 것 같았다는 표현도 했습니다.

정다은 기자가 만나봤습니다.

<기자>

하반신을 쓰지 못하는 52살 이용석 씨는 통신 대란이 터진 주말 내내 집에만 있어야 했습니다. KT 망을 쓰는데 통신이 끊겨 장애인 전용 콜택시를 부를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용석/지체장애인 2급 : IPTV도 안 됐고, 전화도 안 됐고, 완전히 고립된 상태였어요. 계속 집에 있었죠. 나갈 방법이 없으니까.]

두려운 마음에 119에 도움을 요청해보려 했지만 긴급전화도 안 됐다고 말합니다.

[이용석/지체장애인 2급 : 우리가 무슨 문제가 생겨도 아무도 모르겠구나. 장애인들에게 통신 단절이란, 산소호흡기를 끼고 있던 환자들에게 산소호흡기를 뺏는 것.]

시각장애인인 박인범 씨는 통신이 끊기는 바람에 길 한복판에서 고립돼야 했습니다. 길 안내인과 지하철역 앞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연락이 끊겨 1시간 동안이나 우두커니 서 있어야 했습니다.

[박인범/시각장애인 : 안내자 번호가 KT 가입자 번호다 보니까. 매일같이 쓰던 게 이렇게 안 되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구나.]

혼자 사는 노인들은 고독과 싸운 주말이었습니다. 84살 조창주 할머니는 세상과 소통하는 유일한 창구인 TV가 갑자기 꺼지고 다시 돌아온 사흘 뒤에야 세상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조창주/서울 서대문구 : 3일 동안 (TV를) 안 봤어, 못 봤어. 나 혼자니까 TV에 매달려 있는 거야. 누워서 잤지 계속. 아주 괴로워, 괴로워.]

누구에게는 불편함에 그쳤을지 모를 통신 마비, 사회적 약자들에게는 심각한 고통이고 위험이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김준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