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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 거래처서 '투잡' 뛰다 과로로 뇌출혈…법원, 산재 인정

파견돼 일하던 거래처에서 별도의 아르바이트 형식으로 이른바 '투잡' 근무를 하다가 과로로 질병을 얻었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원래 소속된 회사와 아르바이트를 했던 파견회사가 모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 대상이라면 두 곳의 근무시간을 모두 인정해줘야 한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6부(박형남 부장판사)는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고 낸 소송의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도소매업체 B사 직원인 A씨는 거래처인 C마켓에 파견돼 회사가 납품한 식재료를 포장·진열·판촉하는 등의 일을 했다.

2015년 설을 앞두고 강도 높은 업무를 하다가 쓰러져 뇌실질 출혈 진단을 받은 그는 근로복지공단이 요양급여 지급을 거절하자 소송을 냈다.

1심은 "질병과 업무의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다"며 A씨의 청구를 기각했지만, 2심 재판부는 정반대로 판단했다.

판단이 달라진 핵심 근거는 A씨의 주당 근로시간이었다.

그는 B사 소속으로 C마켓에 파견돼 약 5년여 동안 하루 10시간, 주당 50시간의 규칙적인 근무를 했다.

그러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발병 직전 1년여 동안 C마켓과 단시간 아르바이트 계약을 맺고 저녁 8시 업무가 끝난 이후 매일 1시간 30분가량 추가 근무를 했다.

월 2회 휴일에도 일했다.

1심 재판부는 A씨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을 B사 소속으로 일한 50시간으로 한정하고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A씨가 C마켓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시간을 포함해 주당 61시간 30분 이상을 일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사와 C마켓이 모두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적용 대상 사업장인 만큼 C마켓과 아르바이트 근로 계약을 맺고 추가로 근무한 시간도 포함해 판단해야 한다"며 "A씨의 주당 근로시간은 업무와 질병의 관련성이 강하다고 평가되는 60시간을 넘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를 위해 '사업장을 옮겨 다니며 일하던 근로자가 사망했을 때 업무상 재해 여부를 판단할 때는 사망 당시 사업장만이 아니라 그 전에 근무한 사업장에서 한 일도 포함해야 한다'고 본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대법원 판결은 다른 기간 동안 사업장을 옮겨 다닌 근로자에 관한 것이지만, 같은 기간에 둘 이상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경우도 그 취지를 참고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재판부는 이어 "명절을 앞두고 B사가 C마켓에 납품한 식재료 양이 5배 가까이 증가한 점을 A씨의 평소 근무시간과 함께 고려하면 업무량 증가로 극심한 과로와 스트레스를 호소했을 것"이라며 "육체적·정신적 부담이 외부 환경 등에 영향을 받아 질병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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