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비서관 관용차 음주운전…현장서 신분 조사 없었다

<앵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음주운전 사고는 실수가 아니라 살인 행위라면서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을 가장 가까이에서 수행하는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오늘(23일) 새벽 술 마시고 차를 몰다 적발됐습니다. 면허 취소 수준이었습니다. 경찰은 단속 과정에서 이 차가 관용차인 것을 알면서도 운전자가 누구인지 신분을 묻지 않았습니다.

먼저 전병남 기자입니다.

<기자>

자정이 넘은 시각, 한 남성이 일행과 함께 골목길로 들어갑니다. 8분 뒤 이 남성은 식당 앞에 세워뒀던 검은색 승용차를 몰고 밖으로 나옵니다.

차를 운전한 사람은 김종천 청와대 의전비서관. 김 비서관은 술을 마신 상태로 수백 미터를 운전하다 오늘 새벽 0시 35분쯤 경찰에 적발됐습니다.

[경찰 관계자 : 횡단보도 앞에서 차가 정차 중인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고, 202 경비대 직원이 음주 의심 차량으로 교통센터에 지원요청을 했어요. 확인해달라고.]

혈중 알코올 농도 0.12% 면허 취소 수준이었습니다.

김 비서관은 직원들과 2차에 걸친 회식을 한 뒤 대리기사를 만나기로 한 장소까지 차를 몰고 가는 중이었다고 청와대 내부조사에서 진술했습니다.

단속 과정에서 경찰은 김 비서관이 운전한 차가 관용차량이라는 것을 확인하고도 신분을 묻지 않았고 김 비서관 역시 청와대에서 일하는 공무원이라는 것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차량 안에는 다른 청와대 직원 2명도 함께 타고 있었습니다.

청와대는 김 비서관의 사표를 수리하는 대신 직권면직하기로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 직원의 음주운전을 단호하게 대처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 비서관은 임종석 비서실장의 측근으로 비서실장실 선임행정관으로 청와대에 들어와 지난 6월,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하는 의전비서관으로 승진했습니다.

(영상취재 : 박승원·유동혁·홍종수, 영상편집 : 최진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