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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브리핑] 공감으로 치유하기…정혜신 박사님의 '당신이 옳다'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인터뷰를 인용보도할 때는 프로그램명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을 정확히 밝혀주시기 바랍니다. 저작권은 SBS에 있습니다.

■ 방송 :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월~금 (14:00~16:00)
■ 진행 : 주영진 앵커
■ 대담 : 정혜신 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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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신 /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마음을 치유할 땐 단순 질병·증상으로만 판단해선 안돼"
"'당신이 옳다', 어떤 마음이 들든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
"상황에 대한 위로는 진정한 공감 아냐"


▷ 주영진/앵커: 지금 영상 보면서 다시 시청자 여러분들 먹먹해지셨을 것 같습니다. 얼마 전에 문재인 대통령이 해외 순방 도중에 자신의 SNS에 그런 글을 올렸습니다. 한 분의 책을 읽었는데 그동안 내가 공감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얼마나 관념적이었는지, 얕았는지 새삼 느꼈다. 가족들과의 공감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공감,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서 가장 많이 회자되고 있는 단어입니다. 그런데 정말로 공감하는 분들은 얼마나 될까요? 스스로 생각하면 자신 있게 답하기가 참 어려운 부분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언급했던 그 책의 저자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정혜신 박사님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안녕하세요.
 
▷ 주영진/앵커: 나와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반갑습니다.
 
▷ 주영진/앵커: 문재인 대통령이 SNS에 글을 올리셨다는 기사 보고 처음에 어떠셨어요?
 
▶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무척 놀랐고요. 그렇지만 반가웠습니다.
 
▷ 주영진/앵커: 어떤 면에서 반가우셨습니까?
 
▶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우리 사회 공감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이렇게 생각해볼 수 있는 그런 계기가 될 것 같아서요. 그건 의미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 주영진/앵커: 제가 사실 책을 읽지는 못하고요. 서문과 에필로그 부분만 간략하게 읽었습니다. 저는 원래 정신과 의사 선생님 아마 많은 분들이 이렇게 알고 계실 것 같은데 그 책을 보니까 정 박사님이 자신을 그동안 정신과 의사라고 하는 그 안에 가뒀던 나를 풀었다. 이제 나는 그냥 하나의 사람으로서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정말 잘 듣는 그런 뜻이 저는 좀 전달이 됐던데 맞습니까?
 
▶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맞습니다. 그리고 치유라는 것도 전문가한테 기대고 의지하는 치유 말고 마음의 영역에서는 우리가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어떤 그런 치유가 저는 있다고 느끼고 많이 깨달았고 현장에서 그런 것들을 많이 확인했거든요. 그래서 그런 치유에 대해서 말하고 싶었어요. 그러니까 전문가한테 기대지 않아도 우리가 치유하고 치유받고 살 수 있다. 그 핵심을 우리가 아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 얘기를 한 책이죠.
 
▷ 주영진/앵커: 본인이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아마도 지금 대한민국 사회에는 참 많을 겁니다. 이런 분들이 그러니까 병원 한번 가봐. 선생님하고 이야기 하다 보면 좀 나아지지 않겠어? 옆에서 해 줄 수 있는 조언이, 왜냐하면 늘 주고받고 그 고민을 이야기하는데 옆에 있는 사람도 지쳐갈 수 있고 말이죠.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것처럼 본인이 그걸 치유할 수 있다? 가능합니까?
 
▶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가능하죠. 이제 그것에 대해서 책에 한 권 분량으로 아주 조목조목 써 놓은 것인데 우리가 말씀하신 것처럼 내가 우울증에 걸린 것 같다 우울증이 조금, 내가 우울증이 있는 것 같다 이런 얘기들 우리가 흔히 하는데 왜 내 문제를 그렇게 우울증이라고 하는 진단에 가둬두는지부터 우리가 성찰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내가 지금 우리 남편하고 지금 여러 이런 갈등을 겪고 있어. 남편한테 이런 마음이 들어서 내가 너무 힘들어. 남편이 나를 내 마음을 이렇게 해서 내가 힘들어. 내 실질적인 삶의 이야기로 그거를 말할 수도 있는데 예를 들면 그걸 나 잠이 안 와, 소화가 안 돼. 예를 들어서 뭔가 그런 증상으로 표현을 하고 그래서 우울증이 있다고 얘기를 하고 이런 것에 우리가 굉장히 익숙해졌거든요. 그거는 내 문제의 본질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내 상황을 기술하기 시작해서는 내가 거기에서 빠져나갈 길을 찾기가 어렵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 마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좀 묻고 생각하고 드러내고 공감하고 공감받고 이런 과정이 있어야만 저는 치유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주영진/앵커: 중요한 포인트는요. 내 문제를 그러니까 어떤 우울증이나 이런 부분으로 확 치환시켜버리지 말고 내 상태,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바깥으로 끄집어내야 한다는 말씀 공감이 되는데 그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그렇죠. 누군가가 있어야 하기도 한데 누군가가 있어야 하죠. 그런데 이제 이런 말은 좀 예민하기는 한데 그런 사람이 내 주변에 없다. 그래서 병원 가면 우리가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가. 이제쯤 와서는 그것도 저는 성찰해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현대 정신의학이 지금 사실은 뇌 과학의 문제로 굉장히 많이 치환이 지나치게 되어 있고 그리고 실제로는 내 마음을 위로받거나 공감받거나 이것의 어떤 실마리를 찾기 위해서 병원을 갔는데 그냥 증상 몇 가지를 바탕으로 약물 처방만 받는 경우도 요즘 의학에는 너무 많고요. 그래서 결국은 전문가한테까지 갔는데도 아무도 내 마음을 물어봐주거나 내 일상이나 내 삶의 문제에 주목하거나 집중해 주는 사람을 만나기가 어려우니까 우리가 마음의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고 거기까지 갔는데도 도움이 안 됐다고 생각하면 이거는 내가 문제다, 내가 잘못됐다. 이런 것들을 확인을 말하자면 잘못 확인을 받는 어떤 그런 계기가 되기도 하죠.
 
▷ 주영진/앵커: 전혀 원치 않아도 상황이 악화된다라는 거죠?
 
▶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주영진/앵커: 병원까지 갔다 왔는데 정신과 교수님까지도 만나고 왔는데도 여전히 문제가 풀리지 않고 그러면 이거는 결국 내가 문제인 건가? 내가 뭔가 잘못하고 있는 건가 그러면 상황이 악화된다 그런 취지의 말씀이신가요?
 
▶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전문가를 만났는데도 나아지지 않는다 꼭 그런 측면이라기보다도요. 전문가를 만났는데도 내 삶, 내 마음 그러니까 어떤 본질적인 내 일상에 대해서 물어봐주는 시선을 만나기가 요즘 의학에 너무 어렵다는 거죠. 질병으로 치환을 하고 증상으로 이야기를 하고 그러니까 증상을 바탕으로 약물 처방을 하고 우리가 마음의 문제를 다루는데 너무 좀 그렇게 생화학적으로 내 뇌의 어떤 시스템으로 이렇게만 설명을 하는 것이 지금 너무 과도해진 그런 현실에 대한 문제 의식도 저는 중요하다고 보는 거죠.
 
▷ 주영진/앵커: 저는 솔직히 말씀드렸습니다. 아직 책을 읽지 못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책 구절 가운데 주영진의 뉴스브리핑팀에서 정말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해서 저희가 시청자 여러분께 특별히 컴퓨터 그래픽 화면과 함께 그 부분을 직접 들려드리겠습니다.
 
▷ 주영진/앵커: 조금 표현이 쉽지는 않아요. 너는 옳다 그 자체에 대한 수용이다. 너는 옳다 존재에 대한 수용을 건너뛴 객관적인 조언이나 도움은 산소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사람에게 요리를 해 주는 일처럼 불필요하고 무의미하다. 어떤 뜻입니까?
 
▶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너는 옳다라는 것이 그 사람이 했던 어떤 판단이나 선택이나 행동, 그러니까 표면으로 드러난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고요. 그것은 얼마든지 틀릴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고 그렇죠. 여기서 당신이 옳다, 너는 옳다는 것은 어떤 의미냐 하면 네가 어떤 마음을 먹더라도 어떤 마음이 들었더라도 마음속에 어떤 느낌이 들었더라도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인 거죠. 그러니까 네 마음이 옳다는 거죠. 그러니까 남들이 보기에는 너무 행복해보이고 다들 부러워할 만한 상황이고 그런데 사실은 내가 죽고 싶어요. 이런 얘기를 했을 때 네가 왜 그런 이야기를 하니, 남들은 너를 얼마나 부러워하는데 네가 가진 것이 얼마나 훌륭한데. 그런 말이라는 것이 객관적인 조언이나 이런 것들, 표면적인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죽고 싶어요. 그러니? 네가 지금 죽고 싶니? 그런 마음이 들었을 때는 뭔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런 것의 다른 표현이 네 마음이 옳다는 거죠. 그래서 그 마음에 대해서 동의하고 표면적인 상황과는 관계없이 그 마음을 덥석 받아 안고 그렇구나, 네가 그런 마음이 드는구나, 그런 마음이 들 때는 이유가 있겠구나. 어떤 것이 있었니? 그다음부터 그의 이야기를 듣기 시작해야 하는 거죠. 그래서 그 마음으로 온통 받아들이는 것이 그 존재 자체에 대한 수용이라는 것이죠. 그것 없이 네가 그런 생각하면 되겠니, 네가 가진 것이 얼마나 빛나는데. 이런 조언이나 판단이나 어떤 분석이나 뭐 이런 것들은 그 사람한테 그 사람이 산소, 산소가 지금 부족해서 이렇게 시들어가는 사람한테 요리해 주는 거랑 비슷하다. 그 사람이 필요한 건 그게 아니다. 먹지 못해서 지금 힘이 없는 게 아니라 산소가 부족한 거다 그런 의미죠.
 
▷ 주영진/앵커: 저한테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정말 제가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입니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그러지 않을까 싶어요.
 
▶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그렇죠.
 
▷ 주영진/앵커: 뭔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친구가 있거나 가족이 있거나 그러면 늘 네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데 네가 보지 못한, 네가 가지지 못한 게 얼마나 많은데 그러지 마, 힘들어하지 마. 잘할 수 있을 거야.
 
▶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힘내.
 
▷ 주영진/앵커: 이게 공감이 아니라는 거죠?
 
▶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아닌 거죠, 아닌 거죠. 그런 이야기를 했을 때 주의 사람들도 흔히 그런 이야기를 하지만 그런 생각이나 그런 마음이 들었을 때 자기가 자기한테 제일 많이 하는 것도 그런 말인 거죠. 그런 태도나 시선인 거죠.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할까? 남들은 나를 다 부러워하는데 뭔가 이런 생각을 하면 안 되지. 이런 시선이라는 것이 자기한테 얼마나 가혹하고 자기한테 눈을 제대로 포개지 못하고 공감적이지 못하고 그런 것이라는 거죠.
 
▷ 주영진/앵커: 이 책을 쓰신 기간이 한 어느 정도 됩니까? 이 책에 서술된 만나본 사람들을 만난 기간이 어느 정도나 됩니까?
 
▶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글을 쓰기 시작한 거 해서 끝날 때까지는 한 4~5개월이 걸렸지만요. 이것에 대해서 써야겠다 꼭 쓰고 싶다 그러면서 구상을 한 것은 사실은 한 5~6년 전부터고요. 그래서 오랫동안 머릿속에서 다듬고 다듬고 그리고 현장에서 다시 적용해보고 적용해보고 확인해보고 이런 과정들을 거쳐서 최근에 쓰게 된 거죠.
 
▷ 주영진/앵커: 그렇게 많이 만나본 분 가운데 그러니까 정혜신 박사님께서 가장 인상적이었고 내가 그동안 생각했던 공감이라고 하는 틀을 또 정신과 의사로서의 나의 틀을 깨야겠다고 만들었던 어떤 계기가 됐던 분이 있었을 것도 같아요, 그 많은 분들 가운데.
 
▶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있었을 수도 있고요. 물론 있었겠죠. 그런데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한 사람을 이렇게 깊이 만난다는 것은 정말 어떤 면에서는 마음의 지진을 겪는 것과 같은 경험이어서 사실은 모든 사람이 인상적이고 모든 사람이 저한테 그런 계기를 만들어줬고 지금의 제 생각에 토대가 되어 줬고 그랬다고 생각해요, 저는.
 
▷ 주영진/앵커: 그런 시인가요? 한 사람이 내게 오는 것은 결코 가볍지 않은 일이다. 그 사람의 인생 전체가 오기 때문이다라고 하는 그 글이 생각이 나는데 말이죠.
 
▶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그렇죠.
 
▷ 주영진/앵커: 정 박사님 좀 시간을 더 갖고 모셨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좀 계속 이어가겠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영상이 하나 있는 것 같죠? 아마도 정혜신 박사님이 쓴 책의 핵심 주제와 상관되는 영상인 것 같은데 한번 볼 수 있을까요?
  
▷ 주영진/앵커: 박사님, 이 영상을 통해서 또 박사님 쓰신 책을 통해서 우리 시청자 분들에게 정말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마지막으로 말씀 좀 해 주시죠.
 
▶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책의 제목이기도 하지만 이 메시지의 전체를 관통하는 것인데 당신이 어떤 느낌이 들더라도 이유가 있다. 함부로 비난하지 말고 함부로 충고질, 계몽질 하지 말아라. 이유가 있다. 그리고 나한테 그런 것에 대해서 물어봐줘야 한다. 내 마음이 어떤지 그 이야기를 꼭 드리고 싶네요.
 
▷ 주영진/앵커: 어떤 면에서는 정말로 아파하는 당사자보다는 그 옆에 계신 분들에게 더 많은 메시지를 줄 수 있는 책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듭니다. 물론 아파하신 분들한테도 더 중요한 메시지가 담겨 있겠지만. 오늘 정말 귀한 말씀 들었습니다. 저도 깨달은 바가 많습니다.
 
▶ 정혜신/정신과 전문의: 고맙습니다.
 
▷ 주영진/앵커: 고맙습니다. 그랬구나. 그래 네 마음이 옳아. 당신이 옳아. 여러분, 오늘부터 당장 한번 실천해보시죠. 이 작은 시작이 주위 사람들과 공감할 수 있는 아주 큰 결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마무리합니다.


※ 자세한 내용은 동영상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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