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 판사 콕 집어 '인사 불이익'…양승태가 결재

김기태 기자 KKT@sbs.co.kr

작성 2018.11.19 20:19 수정 2018.11.23 16:2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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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방금 들으신 문제의 문건을 검찰이 블랙리스트라고 보는 이유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법원 수뇌부의 결정이라든지 특정 판결을 비판한 판사들을 콕 집어서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또 인사상으로도 불이익을 줬다는 겁니다. 이런 내용이 적힌 문건은 당시 양승태 대법원장의 결재까지 받았습니다.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은 김기태 기자가 설명하겠습니다.

<기자>

양승태 사법부가 이 판사 문제 있다고 이렇게 분류한 판사 중에는 당시 법원행정처의 사법 행정이나 특정 판결을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쉽게 말해 찍힌 판사들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한 번 살펴보죠. 먼저 송 모 부장판사입니다.

송 부장판사는 2015년 양승태 당시 대법원장이 박상옥 전 검사장을 대법관 후보자로 임명 제청한 걸 비판하는 글을 법원 내부 게시판에 올립니다.

박 후보자가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의 수사 검사였다는 점을 거론한 건데요, 그러자 법원행정처가 사람들과 잘 지내려는 노력이 부족하다, 경솔한 언행을 반복한다면서 문제 있는 판사로 분류했습니다.

문건에는 이런 식으로 물의를 야기했기 때문에 송 판사를 통영으로 전보 조치했고, 또 인사를 A그룹에서 순위를 강등시켰다고도 적혀 있습니다.

김 모 부장판사는 2014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서 원세훈 전 원장의 선거법 위반 혐의가 1심에서 무죄 선고되자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의 지록위마의 판결이라고 비판한 게 문제가 됐습니다.

법원행정처는 그 이후에 김 부장판사가 워크숍에 참석하지 않고 선배와 면담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며 감정 조절이 잘 안 되는 사람이다라는 취지의 표현까지 썼습니다.

2014년 단독판사회의 의장으로 선출된 또 다른 김 모 부장판사에 대해서는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개인적으로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사법 행정에 도전하는 집단행동을 이끌었다고 분석하며 문제 있는 판사로 분류했습니다.

문건을 보면 일부 판사들에 대해 당장 인사 조치하면 논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정기 인사 때까지 조치를 보류하라고 명시돼 있습니다.

법원행정처의 스스로 이런 행동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다는 방증으로 보입니다.

검찰은 특히 이 문건의 결재란에 임종헌 전 차장, 박병대 전 처장은 물론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서명까지 담긴 것으로 확인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