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래퍼 산이가 발표한 '페미니스트'(FEMINIST)라는 곡이었다.
산이는 전날 온라인상에서 화제를 모은 이수역 폭행사건과 관련된 영상을 SNS에 올린 뒤 논란이 불거지자 해당 곡을 발표하며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페미니스트'에서 산이는 "남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고/역차별을 하지만 남자들은 입을 닫고 사는데/ 여성부는 좀 허튼짓 그만하고/군대 안 가냐/왜 데이트 돈은 내가 내?/지하철, 버스, 주차장 다 내가 냈는데"라고 비판했다.
이에 제리케이는 산이의 '페미니스트'를 비판하는 곡을 공개하며 맞붙었다.
그는 16일 '노 유 아 낫'(NO YOU ARE NOT)이라는 제목의 곡에서 "맞는 말 딱 한 개 가부장제의 피해자/26.7% 임금격차 토막 내/그럼 님이 원하는 대로 언제든 돈 반반 내/지하철 버스 주차장 나리로 내는 생색/없는 건 있다 있는 건 없다 우기는 무식/마치 면제자의 군부심"이라며 산이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산이는 다시 '6.9cm'라는 곡을 발표하며 제리케이를 디스 했다.
6.9cm라는 뜻은 메갈리아 등 일부 사이트에서 남성들의 성기를 비하하는 용어.
특히 산이는 이 곡의 도입부에 혜화역 시위 현장에서 일부 참가자들이 구호로 외쳤던 남성 비하 및 고인 모독 발언을 삽입해 작심하고 비판의 뜻을 밝혔다.
또 그는 예정됐던 행사 출연이 취소됐다는 사실을 밝히면서 "메갈 민국 어제 올린 곡 덕분에 행사 취소/워마든 독/feminist no 걔넨 정신병/제리케이 넌 워마드 보이/6.9cm 그건 너의 성기"라는 가사를 담았다.
산이와 제리케이의 디스 곡 발표는 서로를 도발하며 음악을 발전해온 힙합 문화의 범주에서 풀이된다.
민감한 사회적 문제와 이슈를 외면하지 않고, 래퍼가 음악적으로 견해를 밝히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담아 시대정신을 표현했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다만, 두 사람의 곡 대결이 지나친 인신공격이나 혐오적 표현의 방식으로 전락되고 있는 점은 안타깝다.
산이는 '페미니스트'라는 곡에서 혐오를 혐오하는 걸 비난하고 싶었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가 '6.9cm'나 '재 X 해' 등 가사를 직접 언급한 건 메갈리아 등에서 쓰이는 혐오적 표현을 비판하고 싶었다는 뜻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는 디스를 위해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혐오적 표현을 사용했다.
두 래퍼는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방식으로 음악을 택했다.
혐오적 표현과 인신공격만 가득한 음악은 '배설'에 지나지 않는다.
어떤 래퍼들의 곡이 더 대중에게 설득력 있게 다가갈지는 리스너들이 판단할 몫이다.
(SBS funE 강경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