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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팔아도 전세금 못 돌려줘"…지방 깡통주택·깡통전세 속출

"집 팔아도 전세금 못 돌려줘"…지방 깡통주택·깡통전세 속출
경남 김해 장유동의 B아파트에 전세를 살고 있는 김 모(50) 씨는 전세 만기가 지나도록 집주인으로부터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애태우고 있습니다.

3년 전인 2015년 1억5천만원에 전세를 들었는데 "현재 집값이 전세 보증금보다 낮아서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며 집주인이 버티고 있어서입니다.

이 아파트의 현재 매매가격은 1억2천500만원 선으로 2년 전 김씨가 계약한 전세금보다 2천500만원이 낮습니다.

집주인이 당장 집을 팔아도 전세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셈입니다.

김씨는 "울며겨자먹기로 현재 전세가인 1억1천만원에 전세 재계약을 하려고 해도 집주인이 4천만원을 내줘야 하는데 돈이 없다며 못 준다고 한다"며 "집주인은 소송을 하던지 알아서 하라며 막무가내"라며 하소연했습니다.

지방 일부 지역의 집값 하락이 가속화하면서 '깡통주택', '깡통전세'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매매가격이 2년 전 세입자와 계약한 전세 보증금보다 낮아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내주지 못하는 것입니다.

2년 전보다 전셋값이 떨어져 집주인이 재계약을 하며 돈을 내줘야 하는 곳들이 많아졌습니다.

◇ '전셋값>매맷값' 가격 역전…임대차 분쟁 확산

12일 부동산업계와 국토교통부, 한국감정원 등에 따르면 최근 경남, 경북, 충남, 충북 등 지방을 중심으로 '깡통주택'과 '깡통전세'가 늘고 있습니다.

대부분 장기간 매매·전셋값이 동반 하락했거나 2년 전 대비 매매가격이 전셋값보다 더 많이 떨어진 지역들입니다.

깡통주택은 매매가격 하락으로 전세와 대출금이 매매 시세보다 높은 주택을, 깡통전세는 이로 인해 전세 재계약을 하거나 집이 경매로 넘어갔을 때 세입자가 전세금을 다 돌려받지 못하는 주택을 의미합니다.

창원시는 현재 매매가격이 2년 전 전셋값 밑으로 떨어지면서 재계약 분쟁이 늘고 있습니다.

한국감정원의 주택가격 통계에 따르면 창원시 성산구는 최근 2년 새 아파트값이 21.87% 하락했습니다.

이 기간 전셋값이 13.28% 내린 것에 비해 매매가 낙폭이 훨씬 큽니다.

감정원 조사 결과 최근 이 지역에서 거래된 전세 물건의 65%가 '깡통전세' 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전국에서 집값이 가장 많이 내린 경남 거제시는 지난 2년간 아파트값이 28.32% 떨어지는 동안 전셋값은 33.31%나 급락해 '깡통전세' 위험군은 창원보다 적지만 전셋값 하락에 따른 역전세난은 더 심각한 상황입니다.

거제시의 한 중개업소 대표는 "그나마 자금 여유가 있는 집주인은 보증금을 내주고 있지만, 돈이 없는 경우는 집을 팔아도 2년 전 전세금을 충당할 수 없어 문제"라며 "최근 집이 잘 안팔리면서 경매로 넘어가는 경우도 있고, 집주인과 세입자 간 법적 분쟁도 늘어나는 등 고통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경북과 충청권 곳곳에서도 역전세난 문제가 심각합니다.

구미 옥계동 K아파트 전용 59.85㎡는 2년 전 전셋값이 6천100만∼7천100만원 선이었는데 최근 실거래 매매가는 4천만∼5천만원 선에 그칩니다.

청주 상당구 용암동 F아파트 전용 51.9㎡는 2년 전 전셋값이 1억3천500만∼1억4천만원인데, 현재 매매가격은 1억2천800만∼1억3천만원으로 2년 전 전셋값보다 쌉니다.
부동산, 전세 (사진=연합뉴스)
◇ 입주물량 증가, 지역 경제 위기 겹쳐 '설상가상'…임차인 피해 최소화해야

이처럼 지방의 깡통주택, 깡통전세가 늘어나는 가장 큰 원인은 입주물량 증가에 있습니다.

2010년 이후 지속된 수도권 주택시장 침체로 2014∼2016년에 걸쳐 지방을 중심으로 새 아파트 분양이 크게 증가하면서, 지난해부터 이들 지역의 입주물량이 급격하게 늘었습니다.

부동산114 조사 결과 경상남도의 경우 2010년대 초반 연평균 6천∼2만가구에 불과하던 새 아파트 입주물량이 지난해 4만여가구로 2배 이상 급증했습니다.

올해 입주물량도 3만7천여가구에 달하고 내년 역시 3만5천여가구의 입주가 대기중이어서 '물량 폭탄'의 후폭풍이 내년까지 이어질 전망입니다.

평창동계올림픽 폐막 이후 매매, 전셋값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강원도는 지난해까지 입주물량이 5천500여가구에 그쳤지만 올해는 입주물량이 3배가 넘는 1만8천가구에 육박하고, 내년에도 1만7천여가구가 준공돼 역전세난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지방 역전세난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중이지만 그간 많이 올랐던 집값이 안정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정부가 손 쓸 방법이 별로 없다"며 "아직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특례제도 외에 다른 지원방안은 고려치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최근 역전세난이 지방뿐만 아니라 입주물량이 많은 수도권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만큼 좀 더 적극적인 대응책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문합니다.

우리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안명숙 부장은 "내년 이후에는 지방뿐 아니라 서울·수도권 주택시장도 올해보다 나빠질 것"이라며 "과도한 집값 하락 지역은 세입자 등 선의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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