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으로부터 당한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해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변호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서 검사는 지난 2일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한 안태근 전 검사장과 국가를 상대로 1억 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냈습니다.
오늘(6일) 열린 회견은 성폭력 피해자들과 국민에게 소송에 이른 취지 등을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서 검사는 올해 1월 성추행 피해 사실을 밝힌 이후 "굉장히 고통스러웠다"고 지난날을 회고했습니다.
그러면서 "'정치하려고 그런다', '평소 행실에 문제가 있었다' 등 말도 안 되는 얘기에 일일이 해명하기가 싫어서 국내 언론 인터뷰를 하지 않았지만, 입을 다물고 있는 것만이 상책이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회견에 나선 이유를 밝혔습니다.
서 검사는 "성폭력 피해자들은 먼저 유혹했다는 등 기막힌 얘기를 들으며 꽃뱀이라고 손가락질당하고, 말투와 행동이 피해자다운 처참함을 갖췄는지 평가받는다"면서 "절도, 강도, 상해 피해자 누구도 이런 고통을 겪지 않는데 왜 성폭력 피해자만 겪느냐"고 반문했습니다.
이어 "성폭력은 남녀의 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문제"라며 "강자인 가해자가 본인 멋대로 성폭력을 저지르고 피해자 입을 틀어막기 위해서 모든 음해가 진행돼 온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는 그에 대한 문제의식 없이 가해자가 만든 프레임으로 피해자를 바라본다"며 "이 자리에 제가 앉은 것 자체가 이런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을 둘러싼 소문에 대해서도 "좋은 자리를 가려고 나온 것이 아니라 그만둘 생각으로 나온 것이다. 검찰을 망신주러 나온 것이 아니라 정말 사랑해서, 개혁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다. 정치하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다"고 일축했습니다.
서 검사는 안 전 검사장의 형사 재판에서 변호를 맡은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을 거론하면서 검찰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 수사의 미흡함도 지적했습니다.
유 전 연구관은 현재 사법 농단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서 검사는 "법무부 검찰국에 있던 모 검사가 검사 인사기록카드를 갖고 나간 것이 있어서 처벌해달라고 했지만, 조사조차 받지 않았고, 징계위에서 주의를 받았다고 한다"면서 "판사는 똑같은 일을 했는데 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서 검사의 소송 대리를 맡은 국회의원 출신 서기호 변호사도 "현직 검사이기 이전에 피해자의 한 사람으로서 소송을 제기한다는 것을 명확히 하고, 앞으로는 피해자의 권리 행사를 정당하게 행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