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각지 중·고교 여학생 모임 등 30여 개 단체가 '여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다'라는 제목으로 개최한 이 날 집회는 스쿨미투에 참여한 학생들의 발언, 학교의 권위를 상징하는 칠판을 부수는 퍼포먼스 등의 순서로 진행됐습니다.
서울 한 중학교의 학생은 "학교에서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며 "(교사들이) 예쁜 학생은 무릎에 앉히고 '수행평가 만점 주겠다'거나 ''여자는 아프로디테처럼 쭉쭉빵빵해야 한다' 등 발언을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청주의 한 고등학생은 "선생님이 '여성은 남성 앞에서 자면 안 된다, 여자는 60㎏ 넘어가면 안 된다, 살 빼라' 등 발언을 했다"며 "여교사를 성희롱했던 교장은 같은 재단에서 (다른 학교 교장으로) 다시 취임했다"고 말했습니다.
전북의 한 공동체 대안학교에 다녔다는 여성은 "가족보다 더 신뢰하던 교사한테 성추행과 위력에 의한 성폭력을 당했다"며 "선생님은 '자유로운 사랑을 할 수 있다'고 했고 나는 거기서 계속 생활하려면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이 여성은 "몇 달 지나고서야 상담치료로 그게 성폭력인 줄 알았다"며 "그는 나를 학대하고 (성폭력에) 익숙해지게 했다. 그가 교육 관련 일을 하는 것을 막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제까지 여성을 위한 학교, 학생을 위한 학교는 없었다"며 "학교에서 여학생은 출석번호 앞번호가 아니라 뒷번호로 불리고 운동장 전체를 누리지 못하며 남성의 부수적 존재로 살아갈 것을 강요받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들은 "학생 인권이 없는 학교는 성폭력을 은폐했다"며 "교사는 생활기록부, 추천서 등 학생 진로를 좌우할 권력을 가진다. 압도적인 위계관계 속에서 학생이 교사를 고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고 호소했습니다.
참가자들은 ▲ 학내 구성원 모두에게 정기적인 페미니즘 교육 시행 ▲ 학생들이 안심하고 말할 수 있도록 2차 가해를 중단할 것 ▲ 학내 성폭력 전국 실태조사 ▲ 성별 이분법에 따른 학생 구분·차별 금지 ▲ 사립학교법 개정과 학생인권법 제정으로 민주적 학교 조성 등 5개 요구안을 제시했습니다.
집회 후 이들은 서울시교육청까지 행진했습니다.
이 집회는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등 기성 여성단체들이 주관한 '학생의 날 맞이 스쿨미투 집회'와 함께 열렸습니다.
올해 4월 6일 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학생들이 '#ME TOO'(나도 겪었다), '#WITH YOU'(당신과 함께) 등을 적은 접착식 메모지를 창문에 붙이면서 스쿨미투에 불이 붙어 확산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