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서 한국인 대상 성매매 유인·금품갈취…현지 경찰도 공모

필리핀에서 현지 경찰관 등과 짜고 한국인 관광객에게 성매매를 유도한 뒤 사건 무마 등을 대가로 금품을 갈취한 이들이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이런 방식의 이른바 '세트업'(set-up·계략) 범죄를 저지른 A(53)씨 등 2명을 필리핀 코리안 데스크(한인 사건 처리 전담 경찰관)와 공조해 지난달 25일 국내로 송환,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1일 밝혔다.

세트업이란 범죄 고의가 없는 사람에게 범행 기회를 제공하거나 죄를 짓지 않은 사람을 무고해 수사기관으로부터 체포·구금되게 한 후 석방 등을 대가로 금품을 뺏는 범죄를 뜻한다.

경찰에 따르면 '황제 골프 패키지 투어' 관련 인터넷 카페 운영자 A씨는 필리핀 경찰관 등 현지인 4명과 함께 성매매 여성과 그 아버지, 그리고 유인책, 경찰 등 역할을 나눠 맡는 '작전'을 세웠다.

A씨는 2015년 2월께 자신의 카페를 통해 필리핀에 들어온 피해자 4명에게 성매매를 알선하고, 이후 공범과 함께 피해자를 찾아가 미성년자 성매매 혐의로 체포했다.

그러고는 현지 경찰서 유치장에 구금된 피해자들에게 합의와 사건 무마, 석방을 명목으로 협박해 2천612만 원을 받아내고, 이런 수법으로 같은 해 4월 또 다른 피해자 1명에게 2천만 원을 갈취했다.

다른 피의자 B(48)씨는 공범 C(47)씨, 현지인 4∼5명과 짜고 2016년 6월 필리핀 앙헬레스에서 같은 방식으로 피해자 2명으로부터 5천200만 원을 뜯어냈다.

A씨와 B씨는 각각 2015년 8월과 지난해 11월 검거된 뒤 현지 추방 절차가 끝나면서 서울청 국제범죄수사대로 넘겨졌다.

C씨는 앞서 검거돼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필리핀 등 동남아 성매매 관광은 불법인 만큼 현지 세트업 범죄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앞으로도 한국인을 목표로 삼은 국제범죄 사범들을 국제 공조 등을 통해 추적, 검거해 엄단하겠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사진=서울지방경찰청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