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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사우디 왕세자 묵과하면 사담 후세인 될 수도"

"미, 사우디 왕세자 묵과하면 사담 후세인 될 수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의 살해 배후로 의심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에 대해 미국이 엄하게 책임을 묻지 않고 묵과한다면 '제2의 사담 후세인'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29일(현지시간) '무함마드 빈 살만은 또 다른 사담 후세인이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미국은 오늘날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며 카슈끄지 사건을 구실로 무함마드 왕세자의 독주를 차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이라크의 독재자 후세인이 젊은 시절부터 강력하게 지원했고, 후세인은 미국의 비호를 등에 업고 무서울 것 없이 중동에서 힘을 키웠다.

미국은 심지어 1980년대 사담 후세인 정권이 자국민과 이란, 쿠르드족을 화학무기로 잔인하게 공격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했음에도 이를 외면했다는 것이다.

이후 후세인은 1990년 쿠웨이트를 병합하겠다면서 침공했고, 이때부터 미국과 정면충돌했다.

결국 2003년 후세인 정권은 미국에 축출되고 만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한때 자신이 지원해 키웠던 후세인 정권을 제거하려고 막대한 병력과 전비를 지출해야 했다.

후세인의 철권통치가 끝나자 이라크는 내전의 혼란에 빠져들었고 급기야 이슬람국가(IS)와 같은 테러조직의 온상이 됐다.

미국에 의한 후세인 정권 축출은 되려 이라크 정부가 미국의 적성국 이란과 접근하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이 매체는 이런 후세인의 전철을 무함마드 왕세자와 미국이 그대로 밟고 있다고 지적했다.

후세인처럼 젊은 나이에 권력 최상층에 오른 무함마드 왕세자는 미국의 전폭적인 지지와 묵인 속에서 예멘 내전 개입, 카타르 단교, 캐나다와 외교 마찰 등 무모하고 모험주의적인 결정을 거리낌 없이 밀어붙였다고 이 매체는 분석했다.

후세인과 무함마드 왕세자를 미국이 비호한 원인은 이란에 대한 적대라는 점도 닮은꼴이다.

1979년 이슬람 혁명으로 이란에 반미 정권이 들어서고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하자 미국은 1982년 이라크를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삭제하고 후세인 정권을 적극적으로 군사 지원했다.

이란에 적대적인 도널드 트럼프 정부 역시 사우디를 이용해 이란과 힘의 균형을 맞추려고 했다.

이런 이분법적 중동 정책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사우디의 실세로 급부상하면서 빠르게 강화됐다.

포린폴리시는 "미국은 후세인 때와 똑같은 이유(이란 대응)로 사우디에 대한 지원을 정당화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무함마드 왕세자에게 백지수표를 써준 셈이 됐다"고 꼬집었다.

이란에 대한 적대에 몰두하다 과거의 실책을 또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어 "카슈끄지 살해 역시 무함마드 왕세자의 무모하고 충동적인 결정의 한 사례인데 미국은 이에 강력하게 대응하지 못했다"며 "무함마드 왕세자가 면책된 채로 이대로 왕위에 오른다면 후세인이 그랬던 것처럼 중동을 수십년간 공포에 떨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무함마드 왕세자가 1973년(제4차 중동전쟁 시 아랍 산유국의 석유 금수)처럼 석유를 무기로 삼고, 미국산 무기의 최대 구매자라는 위치를 남용한다면 후세인보다 국제사회에 더 위험한 인물이 될 수 있다고 이 매체는 경고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이제라도 최소한 예멘 내전에 반대하고 사우디에 무기 수출을 금지하는 동시에 마그니츠키법(살해, 고문, 인권 학대를 저지른 외국 공직자를 제재하는 내용)을 적용해 카슈끄지 살해에 연루된 모든 사우디 관리를 제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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