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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코끼리도 모자라…호랑이 뼈·코뿔소 뿔 거래 허가한 중국

송인호 기자 songster@sbs.co.kr

작성 2018.11.01 09:07 수정 2018.11.02 13:26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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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대표 이미지:[취재파일] 코끼리도 모자라…호랑이 뼈·코뿔소 뿔 거래 허가한 중국
● 야생 코끼리 가죽, 중국서 가루약·장신구로 수요 폭발

지난해 미얀마 지역에서 59마리의 야생 코끼리가 밀림 곳곳에서 잔인하게 훼손된 채 발견됐습니다. 가죽만 완전히 벗겨진 채 밀렵꾼들에 의해 살해된 건데, 코끼리 상아가 아닌 가죽을 노린 겁니다. 두꺼운 코끼리 가죽은 말린 뒤 가루로 빻아 약으로 만들거나 구슬 형태의 장신구로 가공한 뒤 주로 중국으로 팔려나갔습니다. 가루약은 위암, 위염, 피부병 등에 효험이 있다고 알려지면서 중국 내 수요가 폭증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국 보건당국이 코끼리 가죽 성분의 약품을 허가한 뒤부터 거래가 눈에 띄게 늘고 있어 밀렵을 부추기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코끼리 보호단체 'Elephant Family'에 따르면, 인도와 스리랑카, 미얀마 등 동남아에 현재 4만여 마리의 야생 코끼리가 서식하고 있는데, 개체수가 해마다 급감하고 있어 수십 년 안에 야생 코끼리가 멸종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 중국, 호랑이 뼈·코뿔소 뿔 치료 목적 거래 허가

중국 정부가 이번엔 호랑이 뼈와 코뿔소 뿔의 거래를 25년 만에 합법화했습니다. 단서를 달긴 했습니다. 의학적 연구나 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한을 둔 겁니다. 중국 국무원은 "당국의 공식 허가를 받은 의사만 호랑이와 코뿔소 부산물을 취급할 수 있고, 용도도 엄격히 제한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야생이 아닌 사육 호랑이와 코뿔소에서 얻은 뼈와 뿔만 사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중국 전통 의학에서 코뿔소 뿔은 통풍, 발열, 식중독 등의 증상에 효험이 있고, 호랑이 뼈는 질병 치료는 물론 남성의 정력을 강화시킨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과학적, 의학적으로는 입증되지 않았는데도 말입니다. 지난 1993년 무분별한 야생 호랑이, 코뿔소 포획으로 거래를 전면 금지시켰던 중국이 왜 25년 만에 이를 뒤집었는지는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이와 관련해 중국 전통의학 시장을 활성화시키려는 계산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코끼리 밀렵..87마리 떼죽음● 세계 동물보호단체 강력 반발…"밀렵 합법화할 것"

중국 정부의 이런 방침이 알려지자, 세계 동물보호단체들은 멸종위기에 처한 호랑이와 코뿔소의 밀렵을 합법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면 강력 반발하고 있습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중국의 이번 조치가 호랑이, 코뿔소 밀렵꾼과 밀수꾼들의 거래를 합법화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특히 야생 동물 거래를 금지하던 중국 당국의 추세와도 정면 위배된다고 우려했습니다. 루캉 외교부 대변인은 전세계 언론과 동물단체의 거센 비판을 의식한 듯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물을 보호하는 것은 중국의 일관된 입장"이라고 물타기를 시도했습니다.

호랑이 보호단체가 2016년에 파악한 야생 호랑이 개체수는 3,890마리에 불과합니다. 야생 코뿔소는 3만 마리가 채 안되는데, 그나마 해마다 개체수가 급감하고 있습니다. 중국에서 뼈를 얻기 위해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호랑이는 수천 마리로 추정됩니다. 중국과 달리 홍콩은 호랑이와 코뿔소 부산물의 거래, 유통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한 밀수꾼이 홍콩으로 3kg가량의 코뿔소 뿔을 모잠비크에서 들어오려다 적발돼 8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홍콩은 야생 동물을 밀거래할 경우 130만 달러의 벌금이나 10년 형에 처하도록 강하게 처벌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의약품 용도로 코끼리 가죽 거래를 합법화한 이후 야생 코끼리 밀렵이 성행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볼 때, 야생 호랑이와 코뿔소도 비슷한 운명에 처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