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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첫 우승 박결 "'화장할 시간에 연습 더해라' 댓글에 상처"

[취재파일] 첫 우승 박결 "'화장할 시간에 연습 더해라' 댓글에 상처"
● '만년 기대주' 꼬리표 떼고 첫 우승…"속이 시원"
● "동기들 다 우승하는데 나 혼자만 뒤처진 느낌… 너무 힘들어 골프 그만둘 뻔"
● '화장할 시간에 볼이나 더 쳐라' 댓글에 상처…"실력으로 논란 잠재울 것"


2015년 봄, KLPGA 투어 시즌 개막을 앞두고 "데뷔전을 생각하면 심장이 뛴다"는 당시 19살 신인 박결을 만나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 '신데렐라' 박결 "심장이 쿵쿵…데뷔전 설레요"

그녀의 인터뷰는 SBS 8뉴스에 방송되었고, 많은 골프 팬들이 '박결'이라는 특급 신인의 등장을 주목했습니다. 당시 10대로서는 파격적인 금액에 후원계약을 맺어 미국 LPGA 투어로 떠난 김효주의 빈 자리를 메울 스타로 기대를 모았습니다.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개인전 금메달과 KLPGA 투어 시드전 수석합격으로 그녀의 이름 앞에는 '신데렐라', '필드의 바비인형' 등 온갖 좋다는 수식어는 다 붙었습니다.

데뷔 첫해(2015년)를 우승 없이 보내자, 다음해(2016년) '2년 차 기대주'라는 별명이 붙었고 그렇게 무관의 세월이 흘러 어느덧 데뷔 4년 차가 되었습니다. 그동안 준우승만 6번 기록하며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주저앉자 팬들의 기대는 점점 실망으로, 비아냥으로 바뀌었습니다. 2018년도 그렇게 '4년 차 기대주'로 끝날 뻔 했습니다. 그런데 그토록 갈망하던 첫 우승이 시즌 막바지에 예고 없이 극적으로 찾아와 '준우승 전문' 이라는 꼬리표를 시원하게 떼어내게 됐습니다.

3년 7개월만에 다시 SBS 8뉴스 카메라 앞에 선 박결은 솔직담백한 인터뷰로 그동안의 마음 고생과 심경을 털어놓았습니다. 제작 시간 제한으로 방송 리포트에서 다 보여드리지 못한 그녀의 인터뷰 전문을 소개합니다.

▶ '105전 106기' 박결, KLPGA 첫 우승…"속 시원합니다"
박결 / 취파용
-첫 우승 직후 눈물을 펑펑 쏟았는데?

"안 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같은 팀에서 동고동락했던 언니들과 눈이 마주치자 가슴에서 뜨거운 게 올라왔어요. (김)지현이 언니도 저보다 우승을 더 늦게 했잖아요. 조금씩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정연주 언니랑 껴안고 정말 많이 울었어요. 힘들 때 언니들이 격려 많이 해주셨거든요. 또 그동안 부모님과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늘 죄송한 마음 뿐이었는데 드디어 해냈다는 기분에 쌓인 감정이 한꺼번에 폭발했던 것 같아요."

-인천 아시안게임 때 같이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던 국가대표 후배들(이소영, 최혜진)은 KLPGA 투어에서 벌써 나란히 4승씩 올렸는데, 혼자 우승 못 할 때 심정은?

"혼자서만 되게 뒤처져 있다는 생각에 너무 속상하고 힘들었어요. 오지현, 박지영, 지한솔, 이지현, 박채윤, 양채린…투어에 같이 데뷔했던 동기들은 다 우승하는데 저만 못하고 그렇게 혼자만 뒤로 밀려나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동기생들 우승할 때 겉으로는 친하니까 같이 축하해주고 그랬지만 속마음은 '또 나 빼고 또 다 하는구나' 하는 생각에 좌절감이 몰려왔어요. '이러다가는 투어 뛸 동안 우승 한 번 못 해보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죠. 너무 힘들어서 골프를 그만할까 생각도 했었고. 한국은 저한데 안 맞는 건가? 일본으로 가야 하나?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더라고요."

-무엇이 가장 괴로웠나?

"제 기사에 달린 댓글들을 안 보고 싶어도 자꾸 보게 되더라고요. '우승도 못하는 선수인데 왜 자꾸 기사가 나오냐' 는 글도 많았고, 제가 화장을 진하게 하는 편이 아닌데 '저렇게 화장할 시간에 연습 볼 하나라도 더 쳐서 우승을 해야지' 라고 비난하는 글들이 많이 속상했어요. 저는 올해도 이렇게 그냥 우승 없이 지나갈 줄 알았어요. 등 부상 때문에 한달간 투어에 못 나온 적도 있었고 볼도 잘 맞지 않았고…우승은 커녕 상금 60위 안에 들어야 주어지는 시드도 간당간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이번 우승으로 마음 고생 다 털어낸 건가?

"그럼요, 속이 다 후련하고 시원해요. 한국 투어가 이 저한테 안 맞지는 않는 것 같아요.(웃음)"

-선두에 8타 차로 뒤져있다가 최종일에만 6타를 줄이면서 대역전극을 펼쳤는데, 챔피언 조가 아니었던 덕을 좀 본 건가?

"맞아요. 만약 제가 챔피언조에서 플레이했다면 솔직히 우승까지는 힘들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제가 이번 우승하기 전에 챔피언 조에서 두 세 번 플레이 했었는데 너무 긴장을 많이 해서 퍼트 하나 할 때마다 너무 심장이 떨려서 엉뚱한 실수가 나오곤 했어요. 그런데 이번엔 친한 김지현 언니와 동반플레이 하면서 마음이 아주 편안했어요. 아직 멘탈이 약해서 좀 더 강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도 이렇게 첫 우승이 나왔으니 앞으로는 챔피언 조에 들어가도 압박감이 예전보다는 덜 할 것 같아요. 뭐든지 처음이 어렵지 그 다음부터는 쉬워진다고 하잖아요.(웃음)"

-그럼 앞으로 2승, 3승 기대해도 되겠나?

"(손사래 치며)그게 또 말처럼 쉬운 건 아니잖아요. 우승이라는 게. 워낙 투어에 장타자들이 많고 코스 전장도 길어지다 보니까 저 같은 선수들한테는 점점 어려워지는 건 사실이에요. 제 드라이버 샷 비거리가240~245야드 정도인데 260야드 이상 치는 장타자가 피칭 웨지 칠 때 저는 롱 아이언을 잡는 경우가 종종 있어요. 그래서 저 같은 선수들이 계속 살아남으려면 그린 주변 숏 게임 연습을 많이 해야 할 것 같아요."

-내년 목표는?

"우선 꾸준히 성적을 내는 선수가 되고 싶어요. 상금 톱10에 드는 게 1차 목표고요, 내년에도 우승 한번 더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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