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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포트+] "고소 두렵지 않다" 양육비 받지 못한 이들의 호소…양육비 미지급, 해결책 없나?

[리포트+] "고소 두렵지 않다" 양육비 받지 못한 이들의 호소…양육비 미지급, 해결책 없나?
지난 7월 만들어진 인터넷 사이트 '배드 파더스(Bad Fathers)'. 양육비를 주지 않는 전 배우자 150여 명의 신원을 공개한 이 사이트에는 이름과 얼굴 사진은 기본이고 출신 학교나 직장, 주지 않은 양육비 금액까지 명시된 사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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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트에 접속해보면 첫 화면에 '자녀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무책임한 부모의 변화를 촉구한다'며 '신상을 공개하는 취지는 양육비를 주지 않는 부모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사실 '배드 파더스'의 신상 공개는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당할 우려도 있는데요. 소송의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사이트가 운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오늘 리포트+에서는 자녀 양육비 미지급 문제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

■ "아이가 먹고 싶은 것도 못 먹어"…고소 두렵지 않다고 말하는 부모들

'배드 파더스' 사이트가 만들어진 지 3달여 만에 오늘(31일) 기준으로 29명이 양육비를 지급했습니다. 실제로 사이트가 양육비를 주지 않는 '나쁜 아빠'와 '나쁜 엄마'에게 영향을 준 겁니다. 명예훼손으로 되려 소송 당할 우려가 있다는 건 알지만 양육비를 못 받는 고통에 비하면 별것 아니라는 게 한부모들의 이야기입니다.

이혼 당사자들이 이런 선택을 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지난 11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건강가정진흥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양육비 이행 모니터링 내역'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소송으로 양육비 이행의무가 확정된 사례는 1만 414건에 달했는데요. 이 중 31.7%인 3,279건만 양육비가 지급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법적 판결이 났음에도 70%에 가까운 부모들이 이혼 후 양육비를 주지 않은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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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미지급 양육비를 받기 위해 법원이나 정부에만 의존하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그 과정도 힘겹습니다. 여성가족부 산하기관인 '양육비 이행관리원'을 통해도 압류나 이행 명령까지 걸리는 기간은 평균 24.5개월로 2년 이상 걸립니다. 양육비 이행관리원에서 다 해결되는 것도 아닙니다. 예산과 인력 문제로 사건의 70% 정도는 법률구조공단 등으로 넘어가는데 양육비를 받아내는 비율은 전체 중 19%에 불과합니다.

'배드 파더스' 홍보 담당자 구본창 씨는 SBS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아이들의 생존권이 부모의 명예(초상권)보다 우선되어야 할 권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일을 하고 있다"며 "양육비 이행관리원을 통해 2, 3년씩 걸려도 해결이 안 됐던 게 해결되니까 부모들 입장에서는 안심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 미국, 호주는 운전면허증 취소…"양육비 미지급 국가가 대책 마련해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양육비를 받지 못한 한부모들은 국가가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이달 초부터 돌아가며 1인 시위를 해온 한부모와 가족 등 70여 명은 국회 앞에 모여 촛불 집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양육비 문제 해결 1인 시위에 참여한 김미경 씨는 "이혼한 사위가 단 한 번도 양육비를 지급한 적이 없다"고 언급한 뒤 "아이도 키워야 하고 생활비도 마련해야 하는 어려움이 크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습니다.

또 양육비 해결 모임 측은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 시절 대선 공약으로 내놓은 '양육비 대지급 제도'가 빠른 시일 내에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양육비 대지급이란, 이혼한 배우자가 양육비를 주지 않을 때 국가가 먼저 지원해준 뒤 전 배우자에게 청구하는 제도입니다. 실제로 이 방법은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할 가장 바람직한 해법으로 꼽히지만, 국가가 지원해줄 재원 마련과 청구 과정에 드는 비용 문제가 걸림돌입니다.

이혼할 때 양육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고도 나 몰라라 할 경우, 각종 국가 자격증을 정지시키는 것도 해법으로 거론됩니다. 실제로 양육비를 주지 않은 부모의 여권, 운전면허증을 취소하거나 발급을 제한하는 방식은 미국이나 호주 등에서 효과를 보기도 했습니다. 여성가족부는 양육비 대지급 제도 도입 여부, 운전면허 취소·정지 등 실효성 있는 방안을 연구 중이며 올해 안에 대책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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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남주현 / 기획·구성: 송욱, 장아람 / 디자인: 감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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