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전국 교육청이 공개한 유치원 감사 결과를 좀 더 자세히 들여다봤다. 유치원 교비의 개인 사용이나 원장들 영리 추구, 회계 관리 부실 등으로 적발된 내역을 다시 분류하고 따져봤다. 감사 결과에 따른 징계 등 적절한 조치가 내려졌는지도 들여다봤다. 또 독자들이 찾아보기 쉽도록 각 유치원 감사 결과를 표로 정리했다. '비리 유치원'인지, '억울한 유치원'인지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해보려고 노력했다.
그 작업 결과 중에 먼저, 전체 유치원 원아의 47%가 몰려 있는 수도권, 서울·경기·인천부터 공개한다.
1. 전국 유치원은 지금…원아 수 69만 명, 75%는 사립 유치원 다닌다
● 수도권 유치원 감사비율 10.7%…10곳 중 1곳 감사받아
2. '회계 관리 부실' 적발이 최다, 다음은 '개인 용도 사용'
● 감사 결과 분석, 이렇게 했다
유치원의 경우 일차적인 관리·감독 권한이 시·도 교육청에 있다. 시·도별로 감사시스템이나 감사결과 공개 여부 등 대응 방식이 다르다. 이에 [마부작침]은 감사 결과 분석을 위해 지적사항을 먼저 5개 분야로 나눴다. 일부 교육청에서 감사 결과 분석에 사용하는 기준으로 교무·학사, 인사·복무, 운영·관리, 예산·회계, 시설·인가이다.
전체 적발 건수의 93%가 사립 유치원에 해당했고, 국·공립은 7%였다. 사립유치원만 따로 놓고 보면 예산·회계 분야 적발이 62.7%로 약간 높아진다. [마부작침]은 이 문제를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기 위해 여러 유치원에서 공통으로 적발된 문제를 추려 9가지 유형을 정하고 다시 분류했다.
▶서울 유치원 감사 결과표 보기 -> http://bit.ly/2DcTvWK
▶경기 유치원 감사 결과표 보기 -> http://bit.ly/2zex1QM
▶인천 유치원 감사 결과표 보기 -> http://bit.ly/2Jq15gY
● '개인 사용'·'부당 수령'·'회계 부실'… 얼마나 되는지 따져봤더니
이달 들어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탄 유치원이 있다. 바로 경기도 화성의 '환희유치원'이다. 유치원 돈으로 명품가방을 사거나, 숙박업소·노래방·음식점 등에서 유치원 체크카드를 부당하게 사용한 사실이 적발됐다. 주류판매업소는 물론 성인용품점에서 결제한 영수증도 유치원 회계증빙서에 첨부했고 해당 금액은 개인 계좌로 입금됐다. 원장 소유의 아파트 관리비도, 원장과 아들의 항공권 비용도 유치원 회계에서 지급한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2016년 감사에서 모두 13건이 적발됐는데 그 중 1건 '이중지출 및 사적사용 등 예산 집행 부적정'에서 지적된 내용만 이렇다.
환희유치원 단 1곳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 문성유치원의 설립자 겸 원장은 렌트카 업체에서 개인 용도로 차량을 빌리면서 3년 6개월 동안 유치원 회계에서 '승용차 사용료' 명목으로 4,100만 원을 받아갔다. 주유비 명목으로는 710만 원을, 심지어 과속으로 발생한 과태료 1건, 3만2천 원까지도 유치원 회계로 집행했다. 인천 그림나라유치원의 원장은 자신의 의료비 239만 원을 유치원 회계에서 부담하게 했다가 적발됐다. 이들에게 유치원 돈은 자기 돈이나 마찬가지였다.
서울·경기·인천 전체 적발 건수 가운데 17.2%, 235건이 유치원 회계의 '개인 용도 사용'이었다. 휴대전화 요금, 개인 보험료, 사립유치원 연합회 회비 납부 등 유치원 돈을 사용하는 곳도 판박이처럼 비슷했다.
○ 유치원은 가족 경영? 가족 특혜?
유치원 돈은 설립자나 원장 개인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흘러갔다. 가장 흔하게는 원장이나 설립자가 자신의 가족을 직원으로 채용하는 것, 심한 경우엔 가짜 서류를 꾸며 입금해주기도 했다. 가족이 운영하는 사업체와 유치원이 계약을 맺는 방식 등으로 지원하는 사례도 나왔다.
경기 동탄꿈의유치원은 2017년 감사에서 '교직원 급여 과다지급'으로 경고 처분을 받았다. 설립자의 아들이 원장으로 일하면서 기본급으로 월 2천만 원, 행정실장인 설립자의 배우자는 월 1천만 원을 받았는데 상식적인 수준에서 보더라도 다른 교직원과 형평성이 심하게 어긋난다는 게 감사 결과였다.
직원이라는 명목도 없이 그냥 돈을 입금해준 사례도 적발됐다. 경기 남양주에 있는 서울유치원은 가짜 지출서류를 작성해 설립자 부친에게 2억 원가량을, 설립자 장인에게는 840만 원을 보낸 사실이 감사 결과 드러났다. 경기도 화성의 리더스유치원은 설립자 자녀가 소유한 체험학습장 부지에 대해 3년간 임대차 계약을 맺고 다른 체험장보다 더 많은 임대료를 지급한 사실이 드러나 정직 1개월의 징계에 처해졌다. 리더스유치원의 대표는 현재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이덕선 비대위원장이다. [마부작침] 분석 결과 '원장 및 설립자 가족 영리 추구'를 이유로 감사에 적발된 건 모두 45건(3.3%)으로 모두 사립유치원이다.
○ "유치원은 사유재산" 주장…가장 많이 적발된 건 '회계 관리 부실'
유치원은 '사유재산'인 만큼 이용료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었다. 인천 프라임청라유치원의 설립자는 '사유재산 공적이용료' 명목으로 12차례에 걸쳐 1억 3,200만 원을 자신의 계좌에 이체했다. 유치원을 개인 재산으로 세운 만큼 설립자에게 건물 이용료 등 일정 수준의 이익을 보장하라는 것이 사립유치원 측 입장인데 이에 따른 것이다. 교육청은 이에 대해 '현행 관련 법규와 세출예산 과목으로 편성 근거가 없다'면서 전액 회수하라고 고지했다. 공적이용료를 이유로 감사에 적발된 유치원은 서울·경기·인천에서만 32곳인데, 모두 사립유치원이다.
원장에게 업무추진비를 과다 지급하거나, 교직원 처우개선비나 담임수당 등을 부적정하게 수령하는 등 '급여·수당 부당 수령' 적발은 74건(5.4%)이었고, 아예 리베이트를 챙기다 적발된 유치원도 6곳이나 됐다. 모두 인천에 있는 사립유치원이다. 액수의 차이만 있을 뿐, 유치원들마다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인천 소라유치원은 교재를 납품받은 것처럼 대금을 결제한 뒤 차명계좌나 현금으로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4차례에 걸쳐 2,251만 원을 챙겼다가 적발됐다. 이후 해당 유치원의 설립자는 검찰에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사립유치원 측은 유치원 회계를 놓고 사유재산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지만, 각 시도 교육청이 감사결과 공개문에서 유치원 회계에 대해 규정한 내용은 이렇다. "「사립학교법 시행령」과 「사학기관 재무·회계 규칙」등에 따라 유치원 회계는 건전하게 운영되어야 하고, 유치원 세출예산은 ① 학교운영에 필요한 인건비 및 물건비 ②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시설·설비를 위한 경비 ③ 교원의 연구비, 학생의 장학금, 교육지도비 및 보건체육비 ④ 기타 학교교육에 직접 필요한 경비 등으로 하며 이를 목적 외에 사용하면 아니된다."
[마부작침]이 9가지 유형으로 나눠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은 적발 유형은 '회계 관리 부실'이었다. 서울·경기·인천에서 적발된 1,365건 가운데 493건, 36.1%가 '회계 관리 부실' 적발이었다. 유치원 계좌와 설립자 계좌를 구분하지 않고 쓰거나, 세금계산서 등 지출증빙서류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는 사례가 다수 포함됐다.
교육계에 따르면 대다수 사립유치원들은 원장이 직접 회계처리를 하고 있다. 주로 민간 회계 프로그램을 쓰거나 수기로 회계장부를 작성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아교육을 담당하는 유치원이 회계장부를 가계부처럼 체계 없이 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교육부는 지난 25일 현재 국공립유치원과 초·중·고교에서 사용하는 회계시스템, '에듀파인'을 사립유치원에도 도입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 급식·시설·차량…원아 안전 관련 문제도 적발
유치원 원아들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도 감사 결과 드러났다. 먼저 원아 급식과 관련한 적발이 47건으로 전체의 3.4%를 차지했다. 경기 오즈의마법사유치원은 아이들이 먹는 보존식 관리를 소홀히 하고, 식단표에 원산지 표시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 등으로 감사에서 '급식 운영 부적정 등'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경기 이지유치원은 2014학년도부터 2016학년도까지 유치원 교직원의 급여에서 급식비를 징수하지 않고, 유치원 원아들에게 지원한 급식 예산에서 교직원 급식비를 집행했다가 감사에서 적발됐다. 이런 게 시정되지 않으면 아이들 급식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다.
무면허, 무허가 업체에 유치원 시설 관련 공사를 맡기고 공사 전후 안전 점검을 제대로 하지 않거나, 통학이나 현장학습 차량에 원아 안전과 관련한 서류를 확인하지 않는 등 원아 안전과 직결된 시설·공사·차량 문제 관련 적발도 135건, 9.9%에 달했다.
유치원 직원들의 근로계약이나 급여 정산에서도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거나 일부 내용을 누락해 작성하고 본인이 원치 않는다며 4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등 다수의 불법 행위들이 드러났다. 123건, 9.0%. 같은 직원인데도 설립자나 원장의 가족에게는 고액의 급여를 지급했던 경우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3. 1,365건 적발에 중징계는 52… 징계는 적절했나
감사를 통해 적발된 문제에 대한 후속 조치는 필수적이다. 후속조치는 유치원 기관에 대한 행정상 조치, 원장 등 교직원에 대한 신분상 조치, 마지막으로 재정상 조치가 있다. 행정상 조치에는 기관경고·기관주의·시정·개선·통보, 신분상 조치는 파면·해임·강등·정직·감봉·견책·경고·주의, 재정상 조치는 변상·회수·추가지급·추가징수·환급·보전·감액·재시공 등이 있다.
● 파면·해임했다더니 '원장은 근무 중'
감사를 받은 서울·경기·인천 유치원 중에서 이렇게 '명목상'이라도 원장직에서 물러나도록 하는 처분이 내려진 건 단 2명뿐이다. 나머지 유치원은 중징계를 받았다 해도 '정직'이라 곧 유치원 업무 복귀가 가능했다. 또 감사에서 징계나 경고 등이 결정되자 곧바로 퇴직해버려 조치를 피해간 경우도 88건이나 됐다.(징계 15, 경고·주의 73)
위에서 '명목상'이라고 언급한 이유는 그마저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환희유치원 설립자의 경우 원장에서 파면되자 다른 직함을 갖고 버젓이 유치원에서 일하고 있던 게 확인됐다. 햇빛유치원도 감사 이전과 이후 대표자 겸 원장은 여전히 같은 사람이다. 임용권자에 해임 요구를 했다지만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해당 교육청 관계자는 "유치원 측에 감사 결과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는 것이라 이를 따르지 않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감사에 따른 후속 조치에 실효성이 있는 건지 의문이다.
그나마도 중징계를 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신분적 조치로 가장 많은 건 경고 636건, 다음은 주의 445건이었다. 징계는 합쳐서 151건이었는데 경징계(감봉, 견책)가 99건, 중징계(파면, 해임, 강등, 정직) 52건으로 나타났다.
재정상 조치로는 가장 많은 게 보전 229건, 회수 226건이었다. 보전은 유치원 회계로 쓸 돈을 다른 데 썼다거나 해서 부족한 돈을 다시 채워넣으라는 것, 회수는 부당하게 챙겨간 돈을 국고로 되돌린다는 뜻이다. 서울·경기·인천을 합쳐 보전 조치된 돈은 93억 7,726만 원, 회수 조치된 건 38억 425만 원이었다.
행정상 조치로 가장 많은 건 시정으로 264건, 다음은 통보 62, 기관경고 53건의 순이었다.
○ 경기에서만 징계가 많은 이유는?
행정 조치에서는 반대다. 서울은 시정 116, 기관경고 30, 통보 22, 인천은 시정 148, 기관경고 23, 개선 1, 통보 1인데 경기는 통보만 39건으로 다른 조치가 없었다. 재정상 조치는 서울이 보전 31, 회수 24, 환급 2, 추가지급, 추가징수 각 1건씩이었고 인천은 회수 185, 환급 6, 추가징수 4, 추가지급 1, 경기는 보전 198, 회수 17, 환급 1건이었다. 이렇게 재정상 조치한 금액을 비교해보면 서울 14억 9,203만 원, 인천 35억 8,902만 원, 경기 85억 원에 이른다.
인천교육청은 예산과 회계처리의 적정성 등을 위주로 하는 재무감사를 주로 했고 경기교육청은 종합감사를 많이 했다는 차이는 있다. 하지만 어느 시도이든 간에 예산·회계 분야의 문제가 가장 많았다는 건 이미 앞에 기술한 바 있다. 경기도의 전체 유치원 수 2,299개는 인천 유치원 수(437개)의 5.3배, 서울(911개)의 2.5배에 이르지만 이번에 공개된 감사 보고서의 대상유치원 수는 인천이 가장 많았고 경기도, 서울 순이었다. 그러니 유치원 수 차이 때문만도 아니다.
경기도 유치원에 특별히 더 문제가 많고 서울과 인천 유치원은 문제가 적었기 때문에 이런 결과가 나온 걸까. 아니면 교육청별로 제각각인 유치원 감사 기준과 후속 조치 때문인 걸까.
● 모든 유치원이 '비리 유치원'은 아니지만…
각 교육청은 유치원 감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감사 결과를 공개한 모든 유치원이 비리유치원은 아니다", "관련 규정 미숙지로 인한 행정조치 미흡 등 경미한 위반사항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타당한 설명이다. [마부작침]이 분석한 유치원 감사 결과도 그렇다. 서울·경기·인천에 있는 유치원 중에 감사를 받은 건 10.7%, 390개에 불과하다.(국공립 4.3%, 사립 15.5%) 감사 대상이 아니었던 유치원 3,257개에서는 이런 문제가 훨씬 덜 하거나 없었을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실제 감사를 받은 사립 유치원 대부분(91.6%)에서 위반 사례가 나왔다고 밝혔지만, 여기에는 단지 회계 규정을 잘 몰라 발생한 사례부터 유치원 돈을 자기 돈처럼 횡령한 중대한 위반까지 다양하게 나왔다. 특히 [마부작침]이 분류한, 감사에서 지적된 문제 유형에서 '회계 관리 부실' 비중이 36.1%로 가장 컸다는 건 '비리'도 있지만 '경미한 위반'도 적지 않다는 걸 뒷받침한다.
그렇더라도 면죄부를 부여할 순 없다. 설사 예전엔 몰랐다 하더라도 이미 누리과정 편입 이후 5년이나 지났다. 또 수도권에서 감사받은 유치원 중 2013년 이후 설립된 유치원 22개에서도 '회계 관리 부실' 42건이 드러났다. 전체 '회계 부실' 지적의 8.5%다. 알고도 위반했거나, 아니면 간과했거나. 지난해 2월 정부의 합동점검에서는 점검대상 55개 중 54개 유치원에서 위반사항이 나왔다.(위반 398건, 부당 사용금액 182억 원) 지금의 상황이 억울하다면, 유치원들은 저런 감사와 점검 이후 개선을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던 것일까.
▶ [마부작침] "8개 교육청은 아무도 징계하지 않았다" 유치원 감사보고서 ②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안혜민 기자·분석가(hyeminan@sbs.co.kr)
디자인: 장유선
인턴 : 윤현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