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실업자 1∼9월 15만 명, 외환위기 후 최다…실업급여 5조 돌파

고용 상황이 악화한 가운데 장기간 일을 구하지 못한 실업자가 최근 19년 사이에 최다 수준으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오늘(28일)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를 분석해보니, 구직기간이 6개월 이상인 '장기실업자'는 올해 1∼9월 평균 15만 2천 명이었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만 명, 6.9％ 늘었습니다.

1∼9월 기준 장기실업자 수는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통계를 작성한 1999년 6월 이후 올해가 가장 많았습니다.

외환위기의 충격이 남아 있던 2000년 1∼9월 장기실업자도 14만 2천 명으로 올해 1∼9월보다 적었습니다.

올해 1∼9월 실업자 수는 111만 7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만 1천 명 늘었습니다.

비교 가능한 통계가 제공되는 최근 19년 사이에 가장 많은 수준입니다.

오랜 구직 활동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이들이 취업을 포기하는 사례도 속출했습니다.

올해 1∼9월 구직단념자는 월평균 51만 6천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만 1천 명, 6.5％가 늘었습니다.

현재와 같은 기준으로 구직단념자 수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4년 이후 1∼9월 구직단념자 수는 올해가 가장 많았습니다.

실업자를 위한 공적 지출 역시 기록적으로 늘었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 통계를 분석하면 올 1∼9월 실업급여 지급액은 약 5조 377억 원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지급한 실업급여 약 4조 929억 원보다 약 9천 448억 원, 23.1％ 많았습니다.

고용지표 악화는 한국경제의 구조적 어려움과 맞물려 악순환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계절조정, 속보)은 전분기보다 0.6％ 늘어나는 데 그쳤습니다.

전기와 비교한 실질 GDP 성장률은 올해 1분기에는 1.0％를 기록했지만 2분기 0.6％로 축소한 후 두 분기 연속 0％대에 머물렀습니다.

전년 동기대비 성장률은 3분기에 2.0％를 기록해 9년 만에 가장 낮았습니다.

투자 부진의 영향이 컸습니다.

올해 3분기 설비투자는 전분기보다 4.7％ 줄어들며 2분기 -5.7％에 이어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습니다.

건설투자는 전분기 대비로 6.4％ 감소했습니다.

1998년 2분기 6.5％ 줄어든 후 최근 20년여 사이에는 감소 폭이 가장 컸습니다.

수출 동향도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9월 무역지수 및 교역조건'을 보면 지난달 수출물량지수는 153.96(2010년=100)으로 지난해 9월보다 5.2％ 줄었습니다.

올해 2월(-0.9％)에 이어 7개월 만에 감소했습니다.

반도체 수출은 늘고 있으나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습니다.

관세청에 따르면, 반도체의 전년 동기 대비 수출 증가율은 작년 9월 73.4％에서 점차 하락해 올해 9월에는 27.7％로 내렸습니다.

일자리 상황이 좋지 않은 가운데 민간소비도 좀처럼 활기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분기와 비교한 민간소비 증가율은 올해 1분기 0.7％, 2분기 0.3％, 3분기 0.6％로 세 분기 연속 1％를 밑돌았습니다.

지난해에는 민간소비 증가율이 1분기 0.5％, 2분기 1.0％, 3분기 0.8％, 4분기 1.0％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