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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한반도 기록적인 폭염, 인도와 티베트 고원을 보면 안다

[취재파일] 한반도 기록적인 폭염, 인도와 티베트 고원을 보면 안다
지난 8월 1일 강원도 홍천의 기온은 41℃까지 올라갔다. 110년이 넘는 우리나라 기상관측사상 가장 높은 기온이다. 이전까지는 1942년 8월 1월 대구에서 기록된 40℃가 관측사상 최고 기온이었다. 8월 1일 서울의 기온도 서울지역 기상관측사상 가장 높은 39.6℃를 기록했다. 폭염도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한 달 이상 이어져 올해 전국 평균 폭염 일수는 31.5일, 열대야 일수는 17.7일로 역시 기상관측사상 가장 많았다. 학계에서는 올여름 폭염에 '2018 대폭염'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같은 기록적인 폭염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다양하지만 무엇보다도 강하게 발달한 북태평양 고기압과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로 확장해 오래 머물 때 올여름과 같은 대폭염이 발생한다. 북태평양 고기압은 한반도 상공 대류권 하층을 지배하고 티베트 고기압은 대류권 상층을 지배하는데 두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 대류권 하층과 상층을 장악하고 거대한 열돔(heat dome)을 형성할 때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한다. 올해가 바로 그랬다.

한반도 폭염을 증폭시키는 큰 축인 대류권 상층의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지역으로 확장하는 메커니즘(기작)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공주대 대기과학과 김맹기 교수 연구팀은 1973년부터 2018년까지 46년 동안 인도와 티베트 지역의 여름철 기후 자료와 한반도 지역의 최고기온 등을 분석해 한반도에 폭염을 몰고 오는 티베트 고기압의 확장 메커니즘을 밝혀냈다(Kim et al., 2018). 연구결과는 최근 저명 국제 저널에 실렸고 29일부터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한국기상학회 2018 가을학술대회에서 발표된다.

논문에 따르면 인도 몬순 지역과 티베트 지역 상공의 대기가 예년보다 뜨겁게 가열되면 이 지역 동쪽에 위치한 한반도 대류권 상층에도 고기압이 강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 몬순 지역 및 티베트 지역의 기후가 한반도 지역의 기후와 원격상관관계(teleconnection) 즉, 서로 연결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파키스탄 북부와 인도 북서부 지역에서 강하게 발달한 대류 활동이 티베트 고기압을 동쪽으로 확장하게 만들고 이것이 대류권 상층의 대규모 파동인 로스비파의 전파를 활성화시켜 편서풍이 불어가는 쪽인 한반도 대류권 상층에 고기압이 강해진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들어진 고기압이 한반도 상공에 구름 발생을 억제하고 결과적으로 햇빛을 많이 받아들여 폭염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분석했다.

아래 그림은 강한 폭염이 발생한 여름철에는 폭염이 발생하지 않는 여름철에 비해서 대류권 상층의 거대한 파동인 로스비파가 화살표 방향인 동쪽으로 이동해 한반도 대류권 상층에 고기압을 강하게 발달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그림 참조).
대류권 상층(250hPa) 파동의 이동(화살표)과 고기압 발달(붉은색 지역) (자료 : Kim et al., 2018)
연구팀은 또한 티베트 지역에서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할 경우 이 지역 역시 구름이 줄어들고 태양복사량이 증가해 티베트 고원을 더욱 뜨겁게 만들고 결과적으로 인도 몬순 강수 지역도 인도 북서쪽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이 궁극적으로 인도 북서부 지역 상공의 대기를 더욱더 가열시키는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인도 북서부 지역 상공의 대기 가열과 티베트 고기압의 발달 그리고 티베트 고원의 가열과 인도 몬순의 강화가 하나의 커다란 순환 고리를 형성함으로써 로스비파를 활성화시켜 한반도 지역에 폭염을 몰고 오는 대류권 상층 고기압을 유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한반도 폭염을 증폭시키는 티베트 고기압이 한반도 지역으로 확장하고 발달하는 과정이 밝혀진 것이다.

지금까지 여름철 폭염이라고 하면 북태평양 고기압을 먼저 살핀 것이 사실이다. 우리나라 폭염은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기 때문이다. 실제로 북태평양 고기압은 필리핀 해 부근 서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높고 그 지역에서 상승기류(대류 활동)가 강하게 발달할 때 더욱 강하게 발달한다. 이번 연구결과는 기록적인 폭염을 사후분석이 아니라 보다 일찍 보다 정확하게 예측하기 위해서는 서태평양뿐 아니라 인도와 티베트 지역의 날씨와 기후까지도 미리미리 살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현재 기상청은 1개월 전망, 3개월 전망, 4개월부터 6개월까지의 예측인 기후전망도 하고 있지만 올여름 대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현상에 대한 장기 전망은 없다. 대폭염과 같은 극단적인 기상현상은 현재 진행 중이거나 코앞에 닥쳐야 비로소 예보가 나오는 것이다. 현재 예보체계는 일반 국민이나 국가가 극단적인 기상현상을 대비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주지 못하고 있다.

<참고문헌>
* Maeng-Ki Kim, Ji-Seon Oh, Cheol-Kyu Park, Seung-Ki Min, Kyung-On Boo, Jeong-Hun Kim, Possible impact of the diabatic heating over the Indian subcontinent on heat waves in South Korea, International Journal of Climatology, 2018:1-15, DOI: 10.1002/joc.58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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