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횡단 보행자를 쳐 식물인간 상태에 빠지게 한 30대 남성 운전자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습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0단독 김재근 판사는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치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38살 이 모 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이씨는 지난 1월 29일 오전 11시 13분쯤 서울 동대문구의 한 도로에서 주행하던 중 횡단보도에서 58살 A씨를 들이받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이 사고로 A씨는 뇌 손상과 내장 출혈, 골절 등 부상을 입고 식물인간 상태에 빠졌습니다.
이씨가 주행 중이던 도로는 왕복 6차로의 도로로, 당시 횡단보도는 보행자 정지 신호인 '빨간불' 상태였으며, 사고 당시 이씨 차량 좌측 10미터 앞에서 버스가 달리면서 이씨의 시야를 가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검찰은 당시 차량은 직진 신호였지만 보행자 통행이 잦은 횡단보도를 지날 때에는 전방 좌우를 잘 살펴야 할 의무가 있고, 이씨가 이 의무를 게을리해 A씨를 사망하게 했다며 이씨를 기소했습니다.
하지만 김 판사는 "이씨가 운전자에게 요구되는 전방 주시 의무나 제동장치의 정확한 조작 의무를 위반해 사고를 일으켰다고 인정하기에는 부족하고,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김 판사는 "피해자가 보행자 신호를 위반해 무단 횡단을 하던 중 사고가 났다"면서 "통상의 보행자가 왕복 6차로의 도로를 무단 횡단한다는 것은 이례적인 만큼, 당시 신호에 따라 정상적으로 운행하던 이씨로서는 이를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시내버스로 인해 이씨가 피해자를 발견하는 것이 불가능했고, 이씨가 시야 확보가 가능했던 최초 시점에 무단 횡단하는 피해자를 발견했더라도 충돌을 피할 수 있는 다른 조치는 불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