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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가야 해요"…중미 이민자 행렬 101㎞ 이동 '강행군'

"계속 가야 해요"…중미 이민자 행렬 101㎞ 이동 '강행군'
미국 정착을 희망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이 26일(현지시간) 미국 정부의 강경 대처 방침에도 국경을 향한 고단한 여정을 재개했다.

밀레니오 TV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캐러밴은 이날 새벽 멕시코 남부 치아파스 주 피히히아판에서 긴 '인간 띠'를 이루며 북쪽으로 101㎞ 떨어진 아리아가로 향했다.

어린 자녀를 둔 일부 이민자들은 먼 이동 거리를 고려해 지나가는 차량에 무료로 탑승하거나 버스 등 대중교통을 이용할 작정이다.

그러나 현지 경찰이 버스나 택시 등에 유료 탑승할 경우 고속도로 보험 미가입 등을 이유로 막고 있어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

최대한 많은 거리를 걷게 만들어 행렬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감기와 탈진, 발 부상 등을 호소하고 있다.

기침 소리가 여기저기서 끊이질 않는다.

자원봉사에 나선 의사와 간호사들은 체온을 재고 물집, 탈수 등에 대한 응급 처치를 한 뒤 약을 배포했다.

캐러밴이 앞서 노숙했던 지역 주민들과 마찬가지로 피히히아판 주민들도 전날 광장으로 몰려나와 헌 옷과 샌드위치, 기초 의약품 등을 나눠줬다.

의사 헤수스 미라베테는 120여 명의 이민자를 진료했다.

많은 이들이 고열의 아스팔트 위를 샌들을 신고 이동하는 바람에 화상을 입었다.

미라베테는 "많은 사람이 나에게 '저는 쉴 수 없어요. 계속 가야 해요'라고 말한다"면서 "정말 힘들다. 무엇보다 탈수 증세를 보이는 아이들의 수에 압도당하고 있다"고 AP 통신에 말했다.

캐러밴이 북진하면서 규모가 점차 줄고 있다.

유엔이 지난 22일 국제이주기구(IOM) 보고서를 토대로 7천200여 명으로 추산했지만 현재는 4천여 명으로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25일 기준으로 캐러밴 중 1천743명이 멕시코 정부에 망명 신청을 했다.

앞서 일부 멕시코 언론은 이번 캐러밴 행렬이 3개며 총 1만4천 명에 달한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은 캐러밴에 깨끗한 물, 적절한 위생 등 필수적인 보건 서비스와 보호가 필요한 2천300명의 어린이가 포함된 것으로 추산했다.

캐러밴의 북상이 계속되자 미국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캐러밴의 망명 신청권을 거부하고 이들을 상대로 국경을 폐쇄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고 워싱턴 포스트(WP) 등이 전했다.

또 캐러밴에 맞서 최대 1천 명에 이르는 현역 군인을 남부 멕시코 국경지대에 배치하기로 했다.

다른 이민자한테서 이런 소식을 들은 4자녀의 어머니 칸디 기예르모(37)는 AP 통신과 인터뷰에서 "여기에는 아이들이 있어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놀랐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더 인도적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아이들에게 더 나은 미래를 주고 싶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캐러밴은 세계에서 가장 살인율이 높은 온두라스를 비롯해 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등 중미 국가에서 폭력과 마약범죄, 가난을 피해 고국을 떠나 도보나 차량으로 미국을 향해 이동하는 이민자 행렬을 가리킨다.

이들은 이동 중 인신매매 조직이나 갱단으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려고 무리를 지어 이동한다.

가난한 중미 이민자들이 국경을 넘도록 해주는 밀수업자(Coyote·코요테)에게 1만 달러(약 1천140만 원) 안팎의 대가를 치르기에는 너무 큰 부담이 되는 점도 캐러밴 형성의 다른 요인이다.

멕시코나 미국에서 망명이나 난민 지위를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하는 캐러밴은 지난 12일 160명 규모로 온두라스 북부 산 페드로 술라 시를 출발했다.

캐러밴이 이날 오후 아리아가에 도착해도 최단 거리상에 있는 미국 텍사스 주 매캘런까지 아직 1천537㎞가 남아 있다.

수면과 휴식 없이 걸을 경우 312시간 걸리는 거리다.

(연합뉴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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