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무더기 폭발물 소포…美 중간선거 '최대 분수령' 되나

정혜진 기자 hjin@sbs.co.kr

작성 2018.10.25 13:2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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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 CNN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CNN 방송, 존 브레넌 전 CIA 국장, 헤지펀드 억만장자 조지 소로스…. 이들을 한 마디로 묶자면 아마도 '반 트럼프 진영'일 텐데요. 이들에게 '폭발물 소포'가 무더기로 발송됐습니다. 오바마 정부 시절 법무장관을 지낸 에릭 홀더와 카말라 해리스, 맥신 워터스 등 민주당 상하원 의원에게까지 배달된 소포를 합하면 모두 7건입니다.
폭탄 모양미국 언론들은 폭발물로 추정되는 물체를 '파이프 폭탄'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CNN 뉴욕지사 주소로 존 브레넌 전 CIA 국장 앞으로 배달된 소포를 뜯어보니, 파이프처럼 생긴 괴물체가 나왔습니다.

이후 미국 뉴욕 거리에서는 한바탕 통제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미 연방수사국 FBI와 뉴욕경찰이 출동해 폭발물 의심 물체를 특수차량으로 수거해 도시 밖으로 옮겼습니다. 워싱턴 DC에 있는 오바마 전 대통령의 자택과 클린턴 전 장관의 뉴욕주 자택 등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CNN 폭발물 뉴욕 거리 통제CNN 뉴욕지국에서 제거한 폭발물 운반 차량미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오는 11월 6일 중간선거까지는 앞으로 13일 남은 상황. '반 트럼프' 진영의 대표적 인사들에게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폭발물 소동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 민주당 사이엔 복잡한 셈법이 오가고 있는데요.
트럼프 멜라니아 성명트럼프 대통령은 사건 즉시 백악관에서 "어떤 종류의 정치적 폭력과 위협도 미국 내에서는 발붙일 수 없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야 한다"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멜라니아 여사도 함께 기자회견에 나서서 "비겁한 공격을 용납할 수 없으며 폭력을 선택한 이들을 강력히 비난한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염려하는 건 아마도 '반 트럼프 진영의 결집'일 겁니다. 중간선거가 2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반대 세력에 대한 '익명의 공격'이 오히려 민주당으로 표를 몰아주는 '돌발악재'로 돌아올까 우려해서, 선제적으로 강도높은 메시지를 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하지만 이번 사건을 '테러'로 규정하는 것에는 말을 아꼈습니다. "테러라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은 겁니다. 배후세력이 어떻게, 누구로 밝혀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테러세력'으로 규정하거나 혹은 우호적 목소리를 냈다가 어떤 역풍을 맞을지 모르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테러에 대한 응징' 대신 "단결과 통합"을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그러면서 중간선거 유세장으로 장소를 옮겨서는 폭발물 사건에 대해 "우리의 의견 충돌을 해결할 한 가지 방법은 투표를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하는 것"이라며 공화당에 '한 표'를 호소했습니다. 덧붙여 "언론도 목소리를 누그러뜨리고 끝없는 적대감, 부정적인 거짓 공격을 중단할 책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가짜뉴스' 공격을 일삼아온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사건 관련해서도 언론 탓을 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오바마 힐러리아직까지 폭발물을 배달 받은 당사자들의 공식 반응은 명확히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정치적 테러'로 규정하는 데는 민주당, 공화당 할 것 없이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테러리즘을 반대하는 데 여야가 따로 있을 수 없죠. 하지만 향후 선거 판세에 어떤 영향을 끼칠 지를 두고 양당 모두 치열한 계산을 하고 있느라 구체적인 메시지를 아끼고 있는 현 상태가 오래 가진 않을 것 같습니다.

의회 권력의 탈환이냐 수성이냐,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이 될 중간선거를 앞두고 '파이프 폭탄'은 어떤 폭발력을 보여줄 지 관심이 모이고 있습니다. 이 취재파일을 쓰고 있는 사이에도 '파이프 폭탄'이 날아들었습니다. 미국 민주당의 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도 수상한 소포가 도착해 FBI가 수사에 들어갔다는데요. 확산하고 있는 '파이프 폭탄', 이번 중간선거의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