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허청장 혼내 달라' 청탁…성공하자 재판전략 지원

임찬종 기자 cjyim@sbs.co.kr

작성 2018.10.24 20:15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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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런 사법농단의 한 사례로 볼 수 있는 내용을 저희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의 구속영장 청구서를 통해 하나 취재했습니다. 양승태 사법부 시절 법원이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특허청장을 혼내달라고 법원행정처가 한 국회의원에게 청탁했는데, 그게 성공하자 행정처가 직접 나서서 국회의원이 기소됐던 재판 대응 전략을 만들어 준 정황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났습니다.

임찬종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지난 2016년 6월 국회에서 민주당 유동수 의원이 특허청장에게 특허심판 정책에 대한 우려를 표명합니다.

당시 특허청은 특허심판에서 제출되지 않은 특허 무효 증거를 이후 법원에 사실상 제출하지 못하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었습니다.

[유동수/민주당 의원 (2016년 6월) : 헌법에 법관에 의해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그건 좀 헌법의 기본 정신을 위배한다는 생각입니다.]

검찰은 이 발언 배경에 법원행정처의 청탁이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법원이 반대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특허청장을 질타해달라며 발언 요지까지 만들어 부탁했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 당시 유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었고, 이후 2016년 11월 1심에서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검찰은 법원행정처가 1심 선고 직후 부탁을 들어준 유 의원을 위해 재판 대응에 나섰다고 보고 있습니다.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당시 행정처 심의관에게 유 의원의 2심 대응 방안을 작성하게 했고, 이 문건이 유 의원의 당시 변호사에게 그대로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했습니다.

이후 유 의원은 2심에서 의원직을 유지할 수 있는 벌금 90만 원을 선고받았습니다.

이에 대해 유 의원은 행정처로부터 부정적 발언을 해달라고 부탁받은 건 인정하면서도, 소신대로 질의한 것이고 행정처가 재판 대응을 돕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검찰은 사법부가 입법권을 가진 국회의원과 유착한 사건으로 보고 이 내용을 임종헌 전 차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서에 적시했습니다.

(영상취재 : 김세경, 영상편집 : 김종우, VJ : 이준영)